2007/06/25 - [축구/기사 혹은 칼럼] - [OPINION]링콘 잃은 샬케, 다음시즌 전망은?
2007/07/09 - [축구/기사 혹은 칼럼] - 쿠라니, '샬케여, 돈을 써라'
2007/10/26 - [축구/기사 혹은 칼럼] - 샬케 즐롬카, "런던에 관광하러 가는건 아니다"
2007/09/18 - [축구/기사 혹은 칼럼] - 바이에른, 샬케와 '공평한' 무승부
2007/07/24 - [축구/기사 혹은 칼럼] - 강력한 방패들을 지켜낸 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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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4 - [축구/기사 혹은 칼럼] - 강력한 방패들을 지켜낸 샬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통해 만들어지고 또 다듬어진 스포츠라는 개념은 이제 우리의 삶을 투영하는 존재로서의 가치를 재조명 받고 있다. 특히 한 나라 혹은 지역의 문화 및 사회적 현상과 스포츠 구단들과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추세는 계속 확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자료는 구단이나 리그의 운영 방향과 밀접히 결부되기도 한다. 또한 이는 각 클럽 마다 지방색이 뚜렷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샬케 04(FC Schalke 04)는 지나칠 수 없는 독특한 문화와 팬들의 분위기를 가진 클럽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클럽에 대한 가장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프랑크푸르트와 쾰른의 팬들이 가장 변덕스럽다면, 샬케는 가장 열광적이고 충성스러운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 28만의 겔젠키르헨을 연고로 하고 있는 샬케의 서포터스 수는 등록된 인원만 무려 6만여 명에 달한다.
샬케가 연고로 하고 있는 겔젠키르헨(Gelsenkirchen)은 한 때 '유럽의 굴뚝'이라고 불렸던 루르 공업지대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석탄 및 철강 산업의 중심지로 독일 근대화의 산파 역할에 충실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제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던 축구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전형적인 블루칼라 워커들이 밀집한 샬케의 축구 열기가 높은 것과 그들이 'Die Knappen'(광부들)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놀라운 것은 샬케라는 구단과 그들의 팬들이 느끼는 밀착감이다. 이는 '샬케는 우리 팀'이라는 팬들의 전폭적 지지와 지역민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구단의 부단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대한 무형적 재산이다. 실제로 광공업이 사양세로 들어가 대량 실업이 발생했던 당시 샬케는 팬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경기장을 시위 장소로 내주며 팬들과 아픔을 함께 하기도 했다. 적어도 샬케의 역사에서 단지 팬들을 구단 존립을 위해 필요한 존재로만 여긴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알폰스 마데야 박사 팀이 분데스리가 팬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단 만족도 조사에서 샬케는 독일 최고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2위로 밀어내고 종합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8개의 세부 항목 중 샬케는 경기장 시설, 경기장 내 요식업, 그리고 경기장 분위기에서 공히 1위의 자리에 올라 팬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세세한 부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러한 헌신적인 구단의 서비스보다 팬들을 더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좋은 성적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샬케는 팬들의 만족감을 배가시킬 수 있는 훌륭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겠다. 바로 창단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 안전하게 도착하다
많은 팬들이 샬케하면 떠올리는 것이 바로 '만년 2인자'라는 이미지다. 실제로 샬케는 1963년 분데스리가 출범 이래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마이스터샬레를 획득한 경험이 없다. 분데스리가 통산 순위에서 역대 9위에 올라 있지만 가슴에 별을 새길 수 있는 기회는 없었고 그들이 자랑하는 8차례의 독일 챔피언 기록도 대부분 현재의 사람들이 회상하기 힘든 30년대에 달성된 것이었다.
여기에 2000년대에만 세 차례나 2위에 머무르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역사도 그들의 이러한 2인자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그 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었던 바이에른 뮌헨과 최종전까지 우승을 놓고 다퉜던 00/01 시즌은 아직도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7년여가 흐른 지금에도 '4분 챔피언', '마음 속의 챔피언'으로 당시를 회상하는 이가 많은 것도 이러한 강인한 인상을 증명한다.
지난 시즌 한 번 받은 탄력을 끝까지 유지하며 전 독일을 놀라게 만든 슈투트가르트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했던 샬케의 팬들은 또 한 번의 눈물을 흘리며 이번 시즌을 기약해야 했다. 그러나 올시즌 전반기의 샬케는 변덕스러운 공격력의 한계를 절감하며 5위에 처져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주어지는 3위까지의 승점차는 3점에 불과하지만 바이에른 뮌헨과 베르더 브레멘이 펼치는 우승권 레이스와는 7점이나 벌어졌다. 여기에 경기력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샬케는 올시즌도 클럽의 최대 장점인 강력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실제로 크리스티안 판더나 믈라덴 크르슈타이치와 같은 주전급 수비 자원들이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샬케는 경기당 1실점만을 허용하며 분투했다. 주장 마르셀로 보르돈은 여전히 분데스리가 최고 수비수다운 기량을 뽐냈고 새롭게 영입된 하이코 베스터만은 여기저기 구멍난 수비진의 균열을 훌륭히 보수했다. 그러나 '변함 없이' 강한 수비력과 마찬가지로 '변함 없이' 문제를 드러낸 공격력은 '변함 없이' 샬케의 발목을 잡았다.
샬케는 17경기에서 26골을 기록해 브레멘(42득점), 바이에른 뮌헨(31득점), 바이어 레버쿠젠(32득점) 등 상위권 클럽에 못 미치는 공격력을 노출했다. 여기에 언제나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볼프스부르크(30득점), 하노버(27득점) 보다도 상대의 골문을 열지 못했고 객관적인 전력에서 처지는 '루르 라이벌' 도르트문트나 보쿰의 득점과도 비슷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판을 압도하지 못했던 샬케는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가장 적은 2패만을 기록한 반면 전반기 17경기에서 절반에 가까운 8경기나 무승부 경기를 펼쳤다. 이는 쉽게 지지 않는, 그러나 쉽게 이기지도 못하는 샬케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 지표다.
야심차게 발을 내딛었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반복됐다. 01/02 시즌과 04/05 시즌 모두 조별 라운드 통과에 실패했던 샬케는 첼시(잉글랜드)와 발렌시아(스페인)라는 양대산맥에 막혀 어려운 행보를 이어갔다. 발렌시아와의 홈 1차전에서는 유리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골 결정력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0-1로 석패했고, 첼시 원정에서는 수준 차를 절감하며 0-2으로 완패했다. 반환점을 돌 때까지 샬케가 거둔 성적은 1승 2패. 또 한 번의 탈락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러나 오르막과 내리막을 정신 없이 회전하던 샬케의 '롤러코스터'는 4라운드부터 천천히 무게 중심을 잡기 시작하며 연착륙의 가능성을 시사하기 시작한다. 조 1위가 유력시 되던 첼시를 홈인 펠틴스 아레나(아레나 아우프샬케)로 불러 들인 샬케는 적극적인 볼 소유와 과감한 전진을 시도하며 몇 차례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비록 무승부에 그쳤지만 이 경기는 샬케 선수들의 자신감을 상승시키기에 충분했고 다비드 알벨다의 퇴장이라는 다소간의 행운까지 샬케에게 미소지은 발렌시아 원정에서도 무실점 무승부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다.
노르웨이의 명문 로젠보리 트론하임과의 마지막 경기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경기였다. 발렌시아를 두 차례나 잡고 16강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이변을 노리던 로젠보리는 이 경기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07/08 챔피언스리그 최대의 이변을 연출할 수 있었다. 반면 홈 팀 샬케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절박함을 떠안고 있었고 더군다나 경기전 팀 내 분위기도 어수선하게 흘러갔다.
샬케는 로젠보리와의 경기가 벌어지기 전 가졌던 프랑크푸르트와의 리그 경기에서 수비수 하이코 베스터만이 두 골을 터트리는 분전끝에 가까스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은 벌었지만 전반적인 경기력에서 혹평을 받아야 했던 경기였다. 여기에 프랑크푸르트전 이후 저메인 존스, 믈라덴 크르슈타이치, 이반 라키티치라는 주전급 선수들의 심야 나이트 클럽 음주가 발각돼 클럽 자체의 징계가 떨어졌다.
미르코 슬롬카 감독은 팀 전력에서 비중이 높은 세 선수를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리고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규율이라는 원칙을 앞세운 슬롬카의 용단은 거짓말처럼 선수단의 투지와 경기력 상승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연출하며 3-1 승리를 이끈다. 직전 경기까지 282분 동안 골이 없었던 샬케는 이 날 세 골을 몰아 넣으며 5만 4천여석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최고의 성탄 선물을 제공하기에 이른다.
경기가 종료된 이후 펠틴스 아레나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선수들은 경기장을 돌며 관중들의 성원에 화답했고 관중들은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자리를 뜰 줄 몰랐다. 또한 선수들은 이날 징계로 출전하지 못한 크르슈타이치와 존스, 그리고 라키티치의 유니폼을 들고 승리 세레모니를 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팬들로부터 아낌 없는 박수를 받았다. 97년 UEFA컵 우승 이후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얻어낸 값진 성과임과 동시에 클럽의 역사를 다시 쓰는 장면이었다.
잃을 것이 없다?
사실 샬케가 16강 토너먼트에 오를 만한 경기력을 일관되게 보여준 것은 아니다. 샬케가 극적으로 16강에 합류한 것은 조 최약체로 평가되던 로젠보리가 샬케의 2위 경쟁자 발렌시아를 두 차례나 잡아준 것이 큰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샬케는 첼시, 발렌시아와의 맞대결에서 1무 1패를 기록해 꼬리를 내렸고 더군다나 두 팀을 상대로는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했다. 또한 토너먼트에 진출한 16개 팀 가운데 승점 8점으로 예선을 통과한 팀은 샬케 하나 뿐이다. 한 마디로 샬케에게는 운이 많이 따랐다.
조 2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샬케는 각 조 1위를 기록하며 빅 이어를 향한 사다리에 합류한 팀들과 8강 진출을 놓고 다투게 된다. 이견의 여지 없이, 샬케는 상대가 누구든 객관적인 전력에서 더 강하고 큰 무대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상대와 마주칠 것이 자명하다. 어쩌면 1위 팀들은 2위 팀들의 면면을 살피면서 내심 샬케와의 대진을 희망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미 조별리그 통과라는 기존의 목표를 달성한 샬케는 토너먼트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다. DFB 포칼 16강이라면 입장은 틀려지겠지만 그 무대가 챔피언스리그라면 샬케는 잃을 것이 없다. 또한 부담 없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상대를 물고 늘어진다면 홈 앤 어웨이 방식의 토너먼트 특성상 이변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1997년 UEFA컵 우승 당시의 샬케는 유럽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팀이었다. 결승전 상대였던 인터 밀란의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들은 샬케라는 팀이 어디에 있는 팀인지도 잘 몰랐다고 한다. 물론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클럽대항전에 꾸준히 나서는 샬케는 지난 10년간 그들의 인지도를 꾸준히 향상시켜 왔으며 대외 무대에서의 전투력을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진정한 강자들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에서 그들의 유럽 통산 100번째 경기를 치르며 클럽의 역사에 색다른 경험을 추가하려 한다.
이 말은 곧 올시즌의 16강 탈락이 샬케에게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아직 완성된 팀이 아니기에 샬케가 가질 수 있는 힘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감은 UEFA컵 우승 이후 지난 10년간 그들을 성장의 노상에 올려 놓은 원동력이었다.
그렇다면 무한한 상상력과 팬들의 성원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춘 샬케가 과연 10년 후에는 어떠한 팀으로 변모해 있을까. 필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자리에서 내리기 곤란함을 느낀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 세월과 마찬가지로 그 10년이 고난의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것, 그러나 그러한 고난에도 불구하고 클럽과 웃음과 눈물을 함께 할 열정의 광부들이 그들의 곁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 사커라인 김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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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샬케 04(FC Schalke 04)는 지나칠 수 없는 독특한 문화와 팬들의 분위기를 가진 클럽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클럽에 대한 가장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프랑크푸르트와 쾰른의 팬들이 가장 변덕스럽다면, 샬케는 가장 열광적이고 충성스러운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 28만의 겔젠키르헨을 연고로 하고 있는 샬케의 서포터스 수는 등록된 인원만 무려 6만여 명에 달한다.
샬케가 연고로 하고 있는 겔젠키르헨(Gelsenkirchen)은 한 때 '유럽의 굴뚝'이라고 불렸던 루르 공업지대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석탄 및 철강 산업의 중심지로 독일 근대화의 산파 역할에 충실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제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던 축구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전형적인 블루칼라 워커들이 밀집한 샬케의 축구 열기가 높은 것과 그들이 'Die Knappen'(광부들)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놀라운 것은 샬케라는 구단과 그들의 팬들이 느끼는 밀착감이다. 이는 '샬케는 우리 팀'이라는 팬들의 전폭적 지지와 지역민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구단의 부단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대한 무형적 재산이다. 실제로 광공업이 사양세로 들어가 대량 실업이 발생했던 당시 샬케는 팬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경기장을 시위 장소로 내주며 팬들과 아픔을 함께 하기도 했다. 적어도 샬케의 역사에서 단지 팬들을 구단 존립을 위해 필요한 존재로만 여긴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알폰스 마데야 박사 팀이 분데스리가 팬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단 만족도 조사에서 샬케는 독일 최고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2위로 밀어내고 종합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8개의 세부 항목 중 샬케는 경기장 시설, 경기장 내 요식업, 그리고 경기장 분위기에서 공히 1위의 자리에 올라 팬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세세한 부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러한 헌신적인 구단의 서비스보다 팬들을 더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좋은 성적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샬케는 팬들의 만족감을 배가시킬 수 있는 훌륭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겠다. 바로 창단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 안전하게 도착하다
많은 팬들이 샬케하면 떠올리는 것이 바로 '만년 2인자'라는 이미지다. 실제로 샬케는 1963년 분데스리가 출범 이래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마이스터샬레를 획득한 경험이 없다. 분데스리가 통산 순위에서 역대 9위에 올라 있지만 가슴에 별을 새길 수 있는 기회는 없었고 그들이 자랑하는 8차례의 독일 챔피언 기록도 대부분 현재의 사람들이 회상하기 힘든 30년대에 달성된 것이었다.
여기에 2000년대에만 세 차례나 2위에 머무르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역사도 그들의 이러한 2인자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그 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었던 바이에른 뮌헨과 최종전까지 우승을 놓고 다퉜던 00/01 시즌은 아직도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7년여가 흐른 지금에도 '4분 챔피언', '마음 속의 챔피언'으로 당시를 회상하는 이가 많은 것도 이러한 강인한 인상을 증명한다.
지난 시즌 한 번 받은 탄력을 끝까지 유지하며 전 독일을 놀라게 만든 슈투트가르트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했던 샬케의 팬들은 또 한 번의 눈물을 흘리며 이번 시즌을 기약해야 했다. 그러나 올시즌 전반기의 샬케는 변덕스러운 공격력의 한계를 절감하며 5위에 처져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주어지는 3위까지의 승점차는 3점에 불과하지만 바이에른 뮌헨과 베르더 브레멘이 펼치는 우승권 레이스와는 7점이나 벌어졌다. 여기에 경기력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샬케는 올시즌도 클럽의 최대 장점인 강력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실제로 크리스티안 판더나 믈라덴 크르슈타이치와 같은 주전급 수비 자원들이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샬케는 경기당 1실점만을 허용하며 분투했다. 주장 마르셀로 보르돈은 여전히 분데스리가 최고 수비수다운 기량을 뽐냈고 새롭게 영입된 하이코 베스터만은 여기저기 구멍난 수비진의 균열을 훌륭히 보수했다. 그러나 '변함 없이' 강한 수비력과 마찬가지로 '변함 없이' 문제를 드러낸 공격력은 '변함 없이' 샬케의 발목을 잡았다.
샬케는 17경기에서 26골을 기록해 브레멘(42득점), 바이에른 뮌헨(31득점), 바이어 레버쿠젠(32득점) 등 상위권 클럽에 못 미치는 공격력을 노출했다. 여기에 언제나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볼프스부르크(30득점), 하노버(27득점) 보다도 상대의 골문을 열지 못했고 객관적인 전력에서 처지는 '루르 라이벌' 도르트문트나 보쿰의 득점과도 비슷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판을 압도하지 못했던 샬케는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가장 적은 2패만을 기록한 반면 전반기 17경기에서 절반에 가까운 8경기나 무승부 경기를 펼쳤다. 이는 쉽게 지지 않는, 그러나 쉽게 이기지도 못하는 샬케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 지표다.
야심차게 발을 내딛었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반복됐다. 01/02 시즌과 04/05 시즌 모두 조별 라운드 통과에 실패했던 샬케는 첼시(잉글랜드)와 발렌시아(스페인)라는 양대산맥에 막혀 어려운 행보를 이어갔다. 발렌시아와의 홈 1차전에서는 유리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골 결정력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0-1로 석패했고, 첼시 원정에서는 수준 차를 절감하며 0-2으로 완패했다. 반환점을 돌 때까지 샬케가 거둔 성적은 1승 2패. 또 한 번의 탈락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러나 오르막과 내리막을 정신 없이 회전하던 샬케의 '롤러코스터'는 4라운드부터 천천히 무게 중심을 잡기 시작하며 연착륙의 가능성을 시사하기 시작한다. 조 1위가 유력시 되던 첼시를 홈인 펠틴스 아레나(아레나 아우프샬케)로 불러 들인 샬케는 적극적인 볼 소유와 과감한 전진을 시도하며 몇 차례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비록 무승부에 그쳤지만 이 경기는 샬케 선수들의 자신감을 상승시키기에 충분했고 다비드 알벨다의 퇴장이라는 다소간의 행운까지 샬케에게 미소지은 발렌시아 원정에서도 무실점 무승부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다.
노르웨이의 명문 로젠보리 트론하임과의 마지막 경기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경기였다. 발렌시아를 두 차례나 잡고 16강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이변을 노리던 로젠보리는 이 경기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07/08 챔피언스리그 최대의 이변을 연출할 수 있었다. 반면 홈 팀 샬케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절박함을 떠안고 있었고 더군다나 경기전 팀 내 분위기도 어수선하게 흘러갔다.
샬케는 로젠보리와의 경기가 벌어지기 전 가졌던 프랑크푸르트와의 리그 경기에서 수비수 하이코 베스터만이 두 골을 터트리는 분전끝에 가까스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은 벌었지만 전반적인 경기력에서 혹평을 받아야 했던 경기였다. 여기에 프랑크푸르트전 이후 저메인 존스, 믈라덴 크르슈타이치, 이반 라키티치라는 주전급 선수들의 심야 나이트 클럽 음주가 발각돼 클럽 자체의 징계가 떨어졌다.
미르코 슬롬카 감독은 팀 전력에서 비중이 높은 세 선수를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리고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규율이라는 원칙을 앞세운 슬롬카의 용단은 거짓말처럼 선수단의 투지와 경기력 상승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연출하며 3-1 승리를 이끈다. 직전 경기까지 282분 동안 골이 없었던 샬케는 이 날 세 골을 몰아 넣으며 5만 4천여석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최고의 성탄 선물을 제공하기에 이른다.
경기가 종료된 이후 펠틴스 아레나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선수들은 경기장을 돌며 관중들의 성원에 화답했고 관중들은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자리를 뜰 줄 몰랐다. 또한 선수들은 이날 징계로 출전하지 못한 크르슈타이치와 존스, 그리고 라키티치의 유니폼을 들고 승리 세레모니를 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팬들로부터 아낌 없는 박수를 받았다. 97년 UEFA컵 우승 이후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얻어낸 값진 성과임과 동시에 클럽의 역사를 다시 쓰는 장면이었다.
잃을 것이 없다?
사실 샬케가 16강 토너먼트에 오를 만한 경기력을 일관되게 보여준 것은 아니다. 샬케가 극적으로 16강에 합류한 것은 조 최약체로 평가되던 로젠보리가 샬케의 2위 경쟁자 발렌시아를 두 차례나 잡아준 것이 큰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샬케는 첼시, 발렌시아와의 맞대결에서 1무 1패를 기록해 꼬리를 내렸고 더군다나 두 팀을 상대로는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했다. 또한 토너먼트에 진출한 16개 팀 가운데 승점 8점으로 예선을 통과한 팀은 샬케 하나 뿐이다. 한 마디로 샬케에게는 운이 많이 따랐다.
조 2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샬케는 각 조 1위를 기록하며 빅 이어를 향한 사다리에 합류한 팀들과 8강 진출을 놓고 다투게 된다. 이견의 여지 없이, 샬케는 상대가 누구든 객관적인 전력에서 더 강하고 큰 무대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상대와 마주칠 것이 자명하다. 어쩌면 1위 팀들은 2위 팀들의 면면을 살피면서 내심 샬케와의 대진을 희망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미 조별리그 통과라는 기존의 목표를 달성한 샬케는 토너먼트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다. DFB 포칼 16강이라면 입장은 틀려지겠지만 그 무대가 챔피언스리그라면 샬케는 잃을 것이 없다. 또한 부담 없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상대를 물고 늘어진다면 홈 앤 어웨이 방식의 토너먼트 특성상 이변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1997년 UEFA컵 우승 당시의 샬케는 유럽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팀이었다. 결승전 상대였던 인터 밀란의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들은 샬케라는 팀이 어디에 있는 팀인지도 잘 몰랐다고 한다. 물론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클럽대항전에 꾸준히 나서는 샬케는 지난 10년간 그들의 인지도를 꾸준히 향상시켜 왔으며 대외 무대에서의 전투력을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진정한 강자들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에서 그들의 유럽 통산 100번째 경기를 치르며 클럽의 역사에 색다른 경험을 추가하려 한다.
이 말은 곧 올시즌의 16강 탈락이 샬케에게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아직 완성된 팀이 아니기에 샬케가 가질 수 있는 힘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감은 UEFA컵 우승 이후 지난 10년간 그들을 성장의 노상에 올려 놓은 원동력이었다.
그렇다면 무한한 상상력과 팬들의 성원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춘 샬케가 과연 10년 후에는 어떠한 팀으로 변모해 있을까. 필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자리에서 내리기 곤란함을 느낀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 세월과 마찬가지로 그 10년이 고난의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것, 그러나 그러한 고난에도 불구하고 클럽과 웃음과 눈물을 함께 할 열정의 광부들이 그들의 곁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 사커라인 김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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