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유로 2008이 D-100 라인을 돌파한 시점에서 유럽 각국의 유력 언론 및 도박사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승후보 및 다크호스 국가들에 대한 각양각색의 분석평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유로 2008에 대한 전망은 다음과 같은 한 마디로 압축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참가국의 전력이 평준화되어 있지만, 소위 말하는 ‘열강’의 범위 내에서 우승팀이 결정될 것이다.”

그 ‘열강’ 중에서도 언론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두 팀은 2006 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와 ‘유로의 왕자’ 독일이다.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등 역시 우승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가운데, 이변을 일으킬 다크호스 후보로는 크로아티아, 스위스, 그리스 등이 손꼽히고 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지난 유로 2004 및 2006 월드컵 당시와 마찬가지로 빠른 공·수 전환속도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각국 고유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위와 같은 현대 축구의 흐름에 충실한 팀이 보다 우승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커라인’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위와 같은 현지 언론들의 분석을 토대로 유로 2008 우승후보 국가들의 전력을 점검해 볼 예정이다. 그 첫 번째 국가는 2006 월드컵 우승의 여세를 유로 2008까지 이어가고자 본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다.

▣ 지역예선


2006 월드컵 우승 직후 이탈리아 대표팀에 찾아온 ‘모티베이션의 저하’는 곧바로 지역예선 초반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특히 유로 2000, 2006 월드컵 결승전에서의 인연으로 인해 첨예한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라이벌 프랑스 전 완패(1-3)는 월드컵 챔피언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그루지아, 스코틀랜드 등을 연파하는 과정에서 점차 안정감을 되찾았고, 도나도니 감독 역시 4-3-3을 정착시키고 몇몇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는 등 자신만의 팀컬러를 정립해 나갔다. 여전히 경험부족을 문제로 지적받고 있음에도 불구,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가는 도나도니 감독의 ‘뚝심’에 지지표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스코틀랜드 원정에서의 극적인 승리와 함께 본선 행 티켓을 손에 넣은 이탈리아 대표팀은 이 경기를 기점으로 상승무드에 올라선 것으로 관측된다. 은퇴한 토티와 네스타의 공백은 여전히 작지 않지만, 지난 2006 월드컵 당시와 마찬가지로 탄탄한 조직력 및 전술적 완성도, 그리고 특유의 승부를 결정짓는 힘을 앞세워 수퍼스타들의 부재를 극복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기본 전술 및 전략

도나도니 감독은 리피 감독과 마찬가지로 견고한 수비에 무게중심을 두되, 미드필드 싸움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 경기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단, 날카로운 측면 공격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리피 감독과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양쪽 측면 공격수의 스피드를 적극 활용하는 4-3-3은 도나도니 감독의 부임 이후 이탈리아 대표팀의 메인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왼쪽 측면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스피드 스타’ 안토니오 디 나탈레가 도나도니식 축구의 색깔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수비 국면에서는 오른쪽의 카모라네시가 수비 대형에 가담하여 4-4-2로 변화하거나, 양쪽 측면 공격수 모두가 아래로 내려와 4-1-4-1과 같은 대형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미드필드 지역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을 실시한 후 디 나탈레, 잠브로타, 오또 등의 측면 공격을 통해 역습을 전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공격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밖에 지공 상황에서는 최전방의 토니가 2~3명의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공간을 만들어낸 후 주변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찬스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주로 활용한다. 그만큼 도나도니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의 포스트 플레이 능력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 베스트 11 분석


Main Point: 이탈리아 대표팀의 베스트 11은 매우 강력하다. 그러나 몇몇 키 플레이어들의 역할을 대신할만한 백업진에는 다소간의 불안요소가 있다. 특히 토니, 가투소, 피를로, 칸나바로, 부폰의 공백은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1. 토니 - 최전방 센터 포워드의 포스트 플레이 능력을 중요시하는 도나도니 감독의 성향상 질라르디노, 인자기 등은 전술적으로 효과적이지 못한 대체카드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파워, 높이, 발재간을 겸비하고 있는 포스트 플레이계의 ‘스페셜 리스트’ 아마우리는 이중국적 문제가 해결될 경우 도나도니 감독에 의해 적지 않은 기회를 부여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2. 가투소 - 스타일상으로는 노첼리노가 가장 이상적인 백업요원이다. 그러나 밀란에서 준수한 활약상을 유지하고 있는 암브로시니의 벽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페로타를 피를로와 데 로시의 앞선에 위치시키는 4-2-3-1도 유력한 가투소의 대체법 중 하나다.

3. 피를로 - 데 로시를 포백라인의 바로 앞에 포진시키고, 아퀼라니 혹은 몬톨리보를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유력한 대체카드다. 플레이 스타일상 몬톨리보가 4-3-3의 좌·중앙 미드필더 역할에 좀 더 어울릴 수 있지만, 도나도니 감독은 아퀼라니 쪽에 보다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여 왔다.

4. 칸나바로·부폰 - 바르잘리와 아멜리아가 그 뒤를 받치고 있지만 전폭적인 신뢰감을 보내기엔 부족함이 느껴지는 카드다.

▣ 남은 100일 동안의 중요 포인트

몇몇 주축 선수들이 소속팀에서의 과밀일정으로 인해 다소 부담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선수들을 대체할만한 백업요원이 마땅치 않다는 점 등은 도나도니 감독의 대표적인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가투소, 피를로, 오또 등의 ‘밀란파’는 물론, 동료 수비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예정보다 많은 숫자의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노장 수비수 칸나바로 역시 이 문제의 중심에 놓여져 있다.

만약 이들이 시즌 종료 후 피지컬 컨디션 회복에 실패할 경우 도나도니 감독은 결코 작지 않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될 공산이 크다. 아퀼라니, 노첼리노, 키엘리니 등과 같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탈리아 대표팀은 여전히 베테랑들의 ‘경험’ 및 ‘노련미’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팀인 까닭이다.

그 밖에 삼프도리아에서 부활의 전주곡을 울리고 있는 카사노의 대표팀 복귀여부도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다. 디 나탈레의 입지가 매우 탄탄한 편이긴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출해낼 수 있는 카사노 특유의 재능은 토티를 잃은 도나도니 감독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일 수 있다.

또한 카사노는 스타일적인 측면에서도 도나도니식 4-3-3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기에 매우 적합한 유형의 선수다. 남은 100일 동안의 활약상에 따라 대표팀 발탁은 물론, 디 나탈레의 주전 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23인 엔트리 전망

골키퍼(3): 부폰, 아멜리아, 쿠르치가 유력하다. 스페인 진출 후 No.2에 머물러 있는 아비아티, 데 상티스 등에게 기회가 돌아가기란 쉽지 않을 듯 보인다.
SL 예상: 부폰, 아멜리아, 쿠르치

수비수(7~8): 칸나바로, 마테라찌, 오또, 잠브로타, 파누치, 바르잘리까지는 확정적이다. 센터백의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보네라와 키엘리니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이 경쟁 중인 구도다. 센터백과 레프트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키엘리니가 발탁될 경우 백업 레프트백 한자리는 다른 포지션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SL 예상: 칸나바로, 마테라찌, 바르잘리, 오또, 파누치, 잠브로타, 키엘리니.

미드필더(7~8): 피를로, 가투소,데 로시, 암브로시지, 카모라네시, 페로타 등은 이변이 없는 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을 것이다. 미드필드진의 남은 한 자리는 중앙 미드필더, 또 다른 한 자리는 측면 날개나 공격형 미드필더일 가능성이 높다. 전자쪽에서 펼쳐지고 있는 아퀼라니와 몬톨리보의 치열한 라이벌 대결에 주목해 볼만하다.

후자 쪽에서는 세미올리, 포지아, 로시나 등이 경합 중이나 포워드를 한 명 더 뽑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디 나탈레, 콸리아렐라, 카사노, 델 피에로, 팔라디노 등의 포워드들이 측면 날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는 선수들임을 감안해 본다면, 미드필더의 추가발탁은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SL 예상: 피를로, 가투소, 데 로시, 암브로시니, 카모라네시, 페로타, 아퀼라니.

공격수(5~6): 토니와 디 나탈레가 ‘절대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측면과 중앙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이아퀸타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조커로서의 가치가 높은 콸리아렐라 역시 도나도니 감독으로부터 최종적인 선택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토니의 백업 요원으로는 질라르디노, 아마우리, 인자기 등이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최전방 원톱의 포스트 플레이 능력을 중요시하는 도나도니 감독의 성향상 아마우리의 우위를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그 밖에 카사노, 델 피에로, 팔라디노, 로시, 로키 등 가운데 한 명의 포워드를 추가로 발탁할 가능성도 쉽게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카사노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SL 예상: 토니, 아마우리, 이아퀸타, 디 나탈레, 카사노, 콸리아렐라.

- 사커라인 이형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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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기획의도 - 축구에 있어 시스템이란 선수 개개인을 조직으로서 기능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각 선수들은 자신의 스타일 및 특성에 맞는 포지션에 위치할 때 100%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 팀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경기에 임하게 된다.

현대 축구에서는 시스템의 숫자적 측면보다는 감독이 어떠한 '목적'과 '방향성'을 갖고 선수들에게 플레이할 것을 주문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감독의 전술을 선수 개개인이 얼마나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그 시스템은 감독의 성향 및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사커라인'에서는 2008년 새해가 밝은 시점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시스템들이 각 팀에서 얼마나 다른 형태로 활용되고 있는지, 더 나아가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각 시스템의 숫자적 측면이 갖는 '자체적 특성'이 무엇인지에 관해 자세히 분석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더 나아가 2008년 한 해의 '정점'을 의미하게 될 유로 2008 출전국들의 시스템적 측면에 관해서도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공격적 경기운영에 초점을 맞춘 4-2-3-1이 유로 2004를 기점으로 조금씩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유럽의 많은 팀들은 빠른 전환속도를 바탕으로 한 4-3-3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4-3-3 시스템은 최근의 스피디한 축구를 대변하는 일종의 '트렌드'와도 같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4-3-3, 즉 3명의 공격수, 3명의 미드필더, 4명의 수비수를 포진시키는 전형적인 4-3-3 시스템은 최근의 축구에서 그리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서 변함 없이 4-3-3 대형을 유지하기보다는 수비로의 전환시 4-5-1 혹은 4-4-2로의 변화를 가져가는 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까닭이다.

전자 쪽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팀으로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가 대표적이며, 후자 쪽에는 첼시, 리옹, 포르투, 피오렌티나 등과 같은 여러 팀들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전형적 4-3-3의 딜레마

전형적인 4-3-3에서는 앞선에 위치한 세 명의 공격수가 쓰리톱 시스템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투톱이나 원톱 시스템을 기본으로 하는 다른 전술에 비해 공격적인 성향을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따라서 중원에 포진한 세 명의 미드필더들에게 주어지는 수비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3명의 미드필더를 포진시키는 시스템은 4명의 미드필더를 포진시키는 4-4-2와 같은 시스템에 비해 한 명의 미드필더가 커버해야 할 공간의 범위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미드필드 지역의 양쪽 측면 공간을 효과적으로 커버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처음 시도한 압박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에는 반대편의 측면에 공간을 허용하기 쉽다는 것이 눈에 띄는 결점이다. - 카를로 안첼로티(AC 밀란 감독)


따라서 4-3-3을 활용 중인 대부분의 감독들은 공격시에는 4-3-3을 기본으로 하되, 수비 국면에서는 대형에 변화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양쪽 측면 공격수들이 모두 수비에 가담할 경우에는 4-5-1(4-1-4-1)로, 양쪽 측면 공격수 중 한 쪽에게만 수비적 임무를 부여할 경우에는 4-4-2로의 변화가 시도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펼치길 원하는 팀들은 양쪽 측면 공격수에게 자기 진영 깊숙한 곳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러한 팀들의 측면 공격수들은 수비 국면에서는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상대 진영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함으로써 최대한 높은 지점에서 볼을 탈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레이카르트 감독의 바르셀로나가 위와 같은 스타일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팀이며, 로베르토 만치니는 공격적인 4-3-3 시스템의 관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3명의 숫자만으로 미드필드 전 지역을 커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4-3-3의 양쪽 측면 공격수들은 수비시 적어도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와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압박을 실시할 수 있도록 숫적 우위를 마련해줘야 한다. 만약 측면 공격수들을 좀 더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미드필드 라인의 선수구성을 더욱 수비적으로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의 밸런스는 실전을 통해 가동시켜보지 않고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 - 로베르토 만치니(인테르 감독)


바르셀로나의 경우 양쪽 측면 공격수들을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비적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3명의 미드필더들 역시도 공격적인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따라서 레이카르트 감독은 전체적인 대형을 최대한 컴팩트하게 유지함으로써 3명의 미드필더에게 주어질 수 있는 공간적 부담을 최소화시키는 한편, 상대 진영에서부터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들이 전면적으로 압박을 실시하는 수비 전술을 운용함으로써 사키와 크라이프의 공격축구 정신을 고스란히 계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의 바르셀로나는 선수 개개인의 저조한 피지컬 컨디션으로 인해 전체적인 대형의 '컴팩트함', 그리고 압박의 '타이트함'이 느슨해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미드필드 지역에서 쉽게 공간적 여유를 허용하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특히 호나우디뉴, 앙리, 데코 등의 볼을 빼앗기는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져 있다는 점은 바르셀로나 특유의 포제션 축구를 구현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올 시즌 레이카르트 감독은 슬럼프에 빠진 호나우디뉴를 벤치로 내리는 대신, 중앙 미드필더 성향의 이니에스타를 왼쪽 측면에 포진시킴으로써 팀의 방향성에 다소간의 변화를 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니에스타의 왼쪽 기용은 바르셀로나의 전체적인 대형이 4-5-1(4-1-4-1)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에 일부 스페인 저널리스트들은 "레이카르트 감독의 선수기용이 소극적이고 수비적으로 변하고 있다. 기존의 공격 성향을 회복해야 한다" 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림설명: 미드필드 라인을 두텁게 구축하는 한편, 메시와 이니에스타의 '고속 드리블'을 활용한 숏 카운터를 하나의 공격루트로 활용하는 것이 위와 같은 전술의 핵심 포인트가 된다. 이러한 전술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메시가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온 후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해내는 빈도가 높아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에 마라도나는 "대표팀에서도 소속팀에서도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온 후 공격을 시작하는 메시의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감독들은 메시가 포워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끔 뒷받침해줘야 한다" 며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 또한 위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기본적으로는 4-4-2 대형을 취하고 있지만, 시시각각 4-3-3 혹은 4-3-2-1과 같이 변화하는 시스템의 특성상 레알 마드리드 역시도 "3명의 미드필더만으로 중원 지역의 측면과 중앙 공간을 모두 커버해야 하는" 문제점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슈스터 감독이 위와 같은 전술 변화를 가져가는 가장 큰 이유는 호비뉴와 라울을 더욱 공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호비뉴와 라울에게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할 것을 요구했던 지난 시즌 중·후반부까지의 카펠로 감독과 다르게, 슈스터 감독은 두 선수의 수비부담을 최대한 덜어줌으로써 포워드 역할에만 충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카펠로의 지휘 하에서 호비뉴는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한 후 자기 진영 깊숙한 곳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해야 했다. 이러한 호비뉴 활용법은 결코 옳지 못하다. 호비뉴는 호나우디뉴처럼 포워드로서 활용되어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 라우레아노 루이스(전 바르셀로나, 라싱, 셀타 감독)

"지난 시즌 종반부에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카펠로 감독이 과도한 수비부담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줬기 때문이다." - 호비뉴(레알 마드리드 포워드)

"슈스터 감독은 내게 세컨드 톱 역할에 전념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나의 가장 자연스러운 포지션이기도 하다. 그 동안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 날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골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포워드로의 회귀는 올 시즌 내가 득점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 라울 곤살레스(레알 마드리드 포워드)


이러한 슈스터 감독의 선수 기용법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표를 보내고 있지만, 그 반대급부로 생겨난 전술적 딜레마는 바로 3명의 미드필더들에게 지나친 수비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3명의 미드필더들 또한 디아라를 제외하고는 공격적이고 정적인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까닭에 슈스터 감독은 공·수 밸런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에 부딪혀야 했다.

이에 슈스터 감독은 "미드필더들이 지금보다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야 하며, 위치선정 또한 좀 더 개선되어야만 한다" 고 언급, 레알의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지나친 공격 성향으로 인해 구티와 스나이더의 공존에 실패한 후 그야말로 끊임없는 실험을 반복 중인 슈스터 감독은 최근 들어 활동량과 피지컬 면에서 강점을 나타내는 밥티스타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중이다.


[그림설명: 기본적으로는 4-4-2 대형을 취하고 있지만 라울과 호비뉴의 포워드적 활용을 위해 4-3-3 혹은 4-3-2-1로 변화하는 것이 슈스터 감독 전술의 특징이다. 라울과 호비뉴가 자기 진영 깊숙한 곳까지 내려오는 빈도가 줄어든 까닭에 3명의 미드필더들에겐 풍부한 활동량, 타이트한 압박, 빠른 공·수 전환 등 다방면에 걸친 높은 공헌도가 요구되고 있다.]

[부연설명 1: 슈스터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처럼 극단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수비를 시작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자기 진영 쪽으로 퇴각하여 수비하는 특성을 나타낸다. 다만 수비로의 전환시 공격에 가담한 스나이더(구티), 밥티스타(가고) 등의 미드필더들이 최후방 수비수들의 퇴각하는 움직임에 맞춰 수비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로 인해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의 간격이 쉽게 벌어진다는 점은 전반기를 통해 나타난 레알 마드리드의 두드러진 문제점이다.]

[부연설명 2: 포제션 축구를 지향하는 슈스터 감독의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서는 구티와 스나이더를 공존시켜야 한다는 것이 스페인 언론 측의 중론이다. 그러나 수비 및 밸런스 문제의 해결 없이 미드필드 라인의 공격적 측면을 강화하는 것은 슈스터 감독에게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4-3-3과 4-5-1의 혼용형태

위와 같은 공격 지향적인 4-3-3 시스템의 자체적 문제로 인해 무리뉴 전 첼시 감독은 수비 국면에서 4-5-1(4-1-4-1)로 변화하는 4-3-3 시스템을 자신의 팀에 도입, 보다 안정된 밸런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양쪽 측면 공격수에게 4-4-2의 측면 날개와 같은 수준의 수비가담을 요구하면서도, 공격 국면에서는 직접 골을 마무리짓는 포워드로서의 임무를 부여함으로써 4-3-3과 4-5-1의 혼용형태를 하나의 '완성된 모델'로 확립시켰다.

따라서 첼시의 측면 공격수들은 남다른 체력, 빠른 스피드, 뛰어난 개인기 및 골결정력 등은 물론, 높은 수준의 전술 이해도까지 두루 겸비하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광범위한 플레이 영역을 요구받고 있을 뿐 아니라,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서 변화되는 자신의 전술적 임무를 100%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무리뉴 감독이 요구하는 윙포워드 역할을 만족스럽게 수행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첼시의 경우처럼 양쪽 측면 공격수가 모두 수비 대형에 가담하여 4-5-1에 가까운 포진을 취할 경우 그 반대 급부로 생겨날 수 있는 메리트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크 램파드와 마이클 에시앙(특히 램파드)은 이러한 전술적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공격력을 마음껏 발휘해 왔다.

리옹이 주니뉴를 활용해 온 방식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결코 수비적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 측면 공격수들의 숫자적 지원을 바탕으로, 주니뉴는 공격에 자신의 힘을 쏟아부으며 리옹의 절대적 에이스로 군림해 올 수 있었다. 물론, 말루다, 아비달, 에시앙, 디아라와 같은 파워풀한 '조역'들이 팀을 떠난 지금, 리옹의 4-3-3은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포르투갈 챔피언 포르투가 4-3-3과 4-5-1의 혼용형태를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전술적 완성도를 과시해 보이고 있다. 콰레스마와 섹티위 등의 적절한 수비 지원, 그리고 메이렐레스의 헌신적인 플레이를 바탕으로 루초 곤살레스는 자신의 수비적 재능보다는 공격적 재능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러한 메커니즘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4-3-3과 4-5-1의 혼용형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특징이다.

-Check Point-
포워드와 미드필더를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서의 활동 영역 및 전술적 역할이다. 첼시의 4-3-3에서는 양쪽 측면 공격수가 공격시에는 포워드 역할을, 수비시에는 미드필더 역할을 병행함으로써 포지션의 변화를 유동적으로 가져간다. 반면 바르셀로나의 호나우디뉴와 메시 등은 상대 진영에 볼이 위치하고 있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압박에 가담하되, 자기 진영 깊숙한 곳까지 내려오는 것을 요구받지는 않는다.


그 밖에 4-3-3의 양쪽 측면 공격수 중 한 명에게만 수비적 임무를 부여하는 팀들도 그리 적지만은 않다. 세리에A의 피오렌티나가 대표적이며, 프란델리 감독은 왼쪽의 무투를 포워드 역할에 전념케 하는 대신 오른쪽의 세미올리에게는 '볼의 라인'보다 아래로 내려와 수비에 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나도니 감독의 이탈리아 대표팀 역시도 디 나탈레가 무투의 역할을, 카모라네지가 세미올리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수비 국면에서 4-4-2로 변화하는 특성을 나타낸다.

4-3-3과 비슷한 메커니즘을 지닌 크리스마스 트리 시스템(4-3-2-1)을 활용 중인 AC 밀란 또한 '2'의 한 쪽에 포진한 셰도르프에게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요구하는 팀이다. 반면 다른 한 쪽의 카카는 볼의 라인보다 위쪽에 남아 공격으로의 전환을 준비함으로써 수비보다는 공격, 특히 카운터 어택에 자신의 힘을 집중시킨다.


[그림설명: 안첼로티 감독은 암브로지니의 투입으로 하여금 중원의 수비력을 강화하는 한편, 카카를 좀 더 포워드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카운터 어택의 비중을 높이는 크리스마스 시스템으로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러한 밀란의 4-3-2-1은 공격적인 경기운영이 요구되는 국내리그보다는 선수비·후역습의 비중이 높아지는 챔스에 적합한 시스템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많다.]

[부연설명 1: 카운터 어택에 초점을 맞추는 안첼로티 감독의 챔스용 전술에서는 여전히 질라르디노에 비해 인자기가 효과적인 옵션일 수 있다. 역습 상황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는 호나우두의 회복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안첼로티 감독은 최근 들어 "파투는 간결한 볼터치로 무에서 유를 창출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카운터 피니셔'로서의 면모까지 겸비한 선수다" 라며 남다른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부연설명 2: 또한 안첼로티 감독은 공격에 비중을 두는 4-3-1-2가 국내리그에 좀 더 적합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셰브첸코의 이적 이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간주되고 있는 스트라이커진의 양적·질적 부족 현상은 안첼로티 감독으로 하여금 4-3-1-2의 가동을 어려울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4-5-1(4-1-4-1)의 성공사례

4-1-4-1은 4-2-3-1과 함께 4-5-1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로 손꼽히며, 최근의 축구에서는 '4-3-3의 수비적인 형태'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4-3-3과 4-1-4-1을 구분짓는 기준은 양 사이드에 위치한 선수들이 포워드로서의 역할에 전념하는지, 아니면 미드필더로서 상대 진영과 자기 진영을 오가는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여부라 할 수 있다.

첼시처럼 수비 국면에서 4-1-4-1로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대형으로 삼아 성공을 거둔 팀으로는 05/06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아스날이 있다. 당시 아스날은 최전방의 앙리를 공격의 기점으로 삼는 한편, 그 밑에 위치한 4명의 미드필더들이 앙리와 함께 짜임새 있는 컴비네이션 공격을 선보이며 대회 정상의 문턱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술에서의 포인트는 최전방 공격수의 고립을 막기 위해 원톱 및 다른 미드필더들 간의 연계 플레이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5명의 미드필더를 활용하는 전술인 만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및 양날개들은 적극적으로 득점에 가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설명: 공격 국면에서는 앙리와 다른 미드필더들 간의 원·투 패스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왼쪽의 레예스는 '종적인 돌파'에, 오른쪽의 흘렙은 '횡적인 움직임'에 주안점을 두며 공격의 다양성을 강화시켰다. 수비 국면에서는 레예스와 흘렙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 미드필드 지역의 측면 공간을 커버하고, 피레스와 세스크는 질베르투 실바와 함께 중앙 지역에 두터운 수비벽을 형성했다.]

유로 2004 우승팀 그리스 역시 위와 같은 4-1-4-1 시스템을 바탕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으며, 최근에는 스페인 대표팀의 아라고네스 감독이 4-1-4-1을 메인 시스템으로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비야와 토레스 중 한 명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4-1-4-1이 스페인에게 최선의 해답이 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 사커라인 이형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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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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