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 어느덧 월드컵 못지 않은 전세계인의 축구 제전으로 자리잡은 UEFA 챔피언스 리그 및 유럽 빅리그에서 나타나는 전술적 흐름은 곧 현대 축구의 전술적 흐름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특히 챔피언스 리그는 한 경기, 한 경기가 그 팀의 성패를 좌우하는 '단기전'의 특성을 지닌 대회로서, 감독들이 전술적인 측면에서 대회에 접근하는 방식은 월드컵, 유럽 선수권 대회 등과 매우 유사하다.
그만큼 챔피언스 리그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술적 흐름을 분석하고 조명해보는 것은 다가오는 유로 2008과 2010 월드컵에서 나타날 전술적 흐름을 예측·전망하는 측면에서도 유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커라인'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최근의 챔피언스 리그 및 유럽 주요리그 경기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술적인 흐름을 지속적으로 분석, 2008년 새해가 밝은 시점에서 그 정보 및 자료들을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또한 각 전술 이론들을 정리하고 도입하는 과정에서는 아리고 사키, 카를로 안첼로티, 라우레아노 루이스, 비센테 델 보스케, 로베르토 만치니와 같은 유명 지도자들의 컬럼을 적극적으로 참조하였다. 이번 분석은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선 1편에서는 90년대부터 강조되기 시작한 '포제션' 개념의 발달 과정 및 현 시점에서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을, 2편과 3편에서는 2000년대 들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역습 전술 및 전환 이론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축구에서 '점유율'이 갖는 의미는 경기를 치르는 두 팀이 어떤 스타일의 경기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최대한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펼치고자 하는 팀들 간의 경기에서는 점유율이 곧 우위와 열세를 판가름짓는 효과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반면 공격적인 팀과 역습 위주의 팀이 맞붙는 경기 구도에서는 점유율이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는다.
다만 현대 축구에서 중요시되고 있는 '포제션'(Possession)의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점유율과 같은 숫자적 측면에만 주목해서는 안된다. 축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볼 소유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고 그것을 계속해서 유지해나가는 것', 즉 볼을 소유(점유)하는 행위 자체도 '포제션'의 정의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그라운드 위에 볼은 하나 뿐. 볼을 소중히 다루어라. 볼을 소유해야만 공격할 수 있고, 공격을 해야 골을 넣을 수 있으며, 골을 넣어야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 는 요한 크라이프의 한 마디는 매우 유명하다.]축구의 전술적인 측면이 발달해 온 경로 또한 포제션 개념과 결코 무관치 않다. 특히 90년대 들어서는 볼 소유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술운용이 강조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흐름을 본격적으로 강화시킨 주인공들은 AC 밀란의 황금기를 이끈 아리고 사키와 바르셀로나의 '드림팀 시대'를 주도한 요한 크라이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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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풋볼, 사키 혁명, 크라이프 정신'현대 축구의 아버지' 리누스 미헬스가 잭 레이놀즈에 의해 창시된 토털풋볼(토털사커) 이론을 실전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강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정해진 포지션에 구애받지 말라. 포지션은 경기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
|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들은 되도록이면 좁은 간격을 유지하라. 밀집된 대형을 바탕으로 공격수도 적극적으로 수비해야 하며, 수비수도 적극적으로 공격해야 한다." |
| "패스한 뒤에는 반드시 빈공간을 향해 움직여라. 볼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을 멈춰서는 안된다. 확률 낮은 롱패스보다는 짧은 그라운드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골문을 향해 전진하라." |
이러한 토털풋볼의 이론은 곧 '포제션' 개념의 발달로 이어졌는데, 이는 미헬스 감독이 토털풋볼 이론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 한 개념 또한 '볼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8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미헬스의 토털풋볼 이론을 바탕으로, 볼 소유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술이 체계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위와 같은 흐름에 정점을 찍은 인물은 바로 이탈리아 축구계의 '혁명가' 아리고 사키였다. 사키의 등장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탈리아에서는 골문 앞에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밀집시켜 수비를 두텁게 한 후, 역습 한 방으로 경기를 결정짓는 '카데나치오 축구'가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아리고 사키는 "현대 축구는 좀 더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스타일을 요구하고 있다. 이탈리아 축구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냐아 한다" 며 '혁명'을 자신의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미헬스의 토털풋볼에 영향을 받은 사키는 우선 대인마크 위주의 수비전술에서 벗어나 지역방어를 바탕으로 한 압박전술(존 프레스)을 도입, '현대적 압박축구'의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다. 사키는 1명의 선수가 1명의 선수를 전담하여 마크하는 것이 아니라,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항시 좁은 간격을 유지함으로써 상대 선수에게 공간적·시간적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적 압박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지역방어의 도입으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최전방과 최후방 사이의 좁아진 간격, 즉 전체적으로 '컴팩트해진 대형'(밀집된 대형)이다. 사키는 "공격시에도, 수비시에도 최전방과 최후방 사이의 간격을 항상 30m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며 컴팩트한 대형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사키의 컴팩트 축구 이론은 곧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모두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볼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처럼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30mX30m의 범위 안에 밀집되어 볼과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경우, 그 팀은 볼을 빼앗긴 직후의 시점에서부터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압박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키는 위와 같은 이론을 바탕으로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할 경우 최후방 수비수들에게 하프라인 부근까지 올라와 미드필더들과의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원하던 사키는 상대 진영에서 볼을 빼앗긴 이후에도 최후방 수비수들을 자기 진영 쪽으로 후퇴시키지 않고 그대로 '높은 지점'에 머무르게 하는 전술을 활용, 상대 진영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수비법을 크게 유행시켰다.
수비 국면에서 최후방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자기 진영 쪽으로 후퇴하지 않고 높은 지점에 머무른다는 것은 곧 모든 필드 플레이어들이 상대 진영 쪽으로 밀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볼을 빼앗긴 직후의 시점에서부터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압박을 시도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상대 골문과 최대한 가까운 지점에서 볼을 탈취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대 진영에서부터의 압박은 곧 '공격축구의 출발점'이라 표현해도 좋다.
[그림설명: 사키의 스타일을 계승하는 레이카르트 감독(바르셀로나)의 공격적 압박 전술을 단순화시킨 그림. 최대한 빠르게 볼 소유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들이 자기 진영 쪽으로 후퇴하지 않고 상대 진영에서부터 전면적인 압박을 실시한다. 이러한 압박법이 성공할 경우 그만큼 볼을 탈취하는 평균 지점이 상대 골문과 가까워질 수 있으며, 상대에게 볼 소유권을 내주는 시간도 짧아지게 된다. 반면 실패할 경우에는 상대의 역습에 뒷공간을 공략당할 위험성이 크다.]사키의 압박 전술은 현대 축구에서 포제션이 갖는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매우 당연하게도, 볼 소유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법은 볼을 소유하는 시간을 최대 한도로 늘리는 대신 볼을 내주는 시간을 최소 한도로 줄이는 것이며, 사키가 정립시킨 전술적 이론들은 위와 같은 '포제션 이론'의 측면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까닭이다.
아리고 사키와 함께 토털풋볼의 이론을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지도자로 그 명망이 드높은 요한 크라이프 감독은 위와 같은 이론들을 바탕으로 '포제션 축구'를 하나의 스타일로 확립시켰다. 크라이프가 강조한 자신의 축구 철학은 아래와 같다.
| "볼을 효과적으로 소유하고, 볼이 멈춰서는 일이 없도록 끊임없이 패스하며 움직여라. 볼은 사람과 달리 지치지 않지만, 볼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으면 볼을 쫓는 상대 선수들은 필연적으로 지치게 된다." |
| "전체적인 대형을 항상 컴팩트하게 유지하라. 그라운드 위의 넓은 공간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전방과 최후방 사이의 간격을 30m 정도로 유지하는 한편, 공격수가 10m, 미드필더가 10m, 수비수가 10m 정도의 공간을 자신의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볼은 항상 30mX30m의 범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
| "No, Retreat! 상대 진영에서 볼을 빼앗긴 이후에도 자기 진영 쪽으로 후퇴하지 말아라. 공격적인 팀은 자기 진영이 아닌 상대 진영을 자신들의 '주무대'로 삼아야 한다. 상대 진영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최대한 높은 지점에서 볼을 탈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라." |
| "최선의 수비는 바로 공격이다. 우리가 공격하고 있으면, 상대로부터 공격당하지 않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항상 볼 소유권을 지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볼을 소유하고 있어야 공격할 수 있으며, 공격을 해야 공격당하지 않을 수 있다." |
|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는 테크닉과 포지셔닝이다. 뛰어난 기술과 함께 상대보다 한 발 앞서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는 결코 상대의 압박에 당황하거나 볼을 불필요하게 빼앗기지 않는다." |
크라이프의 '드림팀' 바르셀로나는 위와 같은 기본 원칙에 충실한 공격축구의 팀이었다. 이러한 크라이프의 포제션 이론은 공격적인 측면에서 사키의 그것과 양상을 달리하는데, 사키가 상대 수비가 대형을 갖추기 이전에 피니쉬까지 연결하는 '속공'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반면 크라이프는 극단적으로 볼의 소유를 강조하는 '지공'을 이상적인 공격 형태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 감독이 볼 소유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에 전술의 초점을 맞추고, 볼 소유권을 지배하는 공격적 스타일의 전술을 운용했다는 점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러한 스타일을 표방하는 팀이 늘어나면서 90년대 이후에는 '미드필드 싸움', 즉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볼 소유권 다툼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두 팀 모두가 컴팩트한 대형을 유지하며 상대 진영 쪽으로 선수들을 밀집시킬 경우, 필드의 중앙 부위에 해당하는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전면적 충돌'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키와 크라이프 등에 의해 정립된 현대 축구의 전술적 이론들은 2008년 현 시점의 축구에서도 고스란히 밑바탕에 깔려 있다. 다만 2000년대 들어서는 오프 사이드 규정의 완화, 역습 전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넓은 배후공간을 열어둔 채 상대 진영에서부터 압박하는 수비 전술이 점차 문제를 드러내기에 이르렀고, 따라서 극단적으로 볼 점유율을 높여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은 점차 적지 않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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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 경계령사키, 크라이프 등의 지도자들은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볼을 빼앗아 상대 선수들이 자기 진영 쪽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공격축구를 실현하기 위한 지름길" 이란 신념을 갖고 있었고, 따라서 컴팩트한 대형, 후퇴하지 않는 움직임 등을 바탕으로 상대 진영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수비법을 크게 유행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전술운용에 문제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 문제점이란, 위치선정 문제로 인해 최전방과 최후방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거나 전술적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혹은 선수 개개인의 피지컬 컨디션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볼을 빼앗긴 직후의 시점에서부터 타이트한 압박을 시도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대형의 '컴팩트함'과 압박의 '타이트함'이 느슨해지면 많은 숫자의 선수들을 상대 진영 쪽으로 밀집시킨 '공격의 팀'은 상대의 빠른 역습에 넓은 배후공간을 공략당할 수밖에 없다.
-Check Point-
올 시즌 바르셀로나의 전술적인 문제점 또한 위와 같은 측면에 기인한다. 선수 개개인의 저조한 피지컬 컨디션으로 인해 상대 진영에서부터 시작되는 압박이 느슨해져 있을 뿐 아니라, 과거에 비해 볼을 빼앗기는 빈도 역시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대부분의 상대팀이 소극적이고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누 캄프에서의 홈경기보다는 자신들을 상대로 공격적, 적극적으로 '맞불'을 놓는 팀들과의 원정경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경계한 파비오 카펠로는 아리고 사키로부터 밀란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직후부터 '카데나치오의 부활'을 선언했다. 물론, 이는 고전적 카데나치오의 부활이 아닌 현대적 카데나치오로의 승화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카펠로는 사키가 발전시킨 전술적 이론들을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남다른 힘을 기울였다.

카펠로는 사키와 마찬가지로 컴팩트한 대형 유지, 존 프레스 등을 강조했지만 사키처럼 공격적 경기운영에 힘을 쏟지는 않았다. 이는 카펠로가 수비적이고 안전제일주의적인 축구를 신봉하는 지도자라는 점에 기인하는데, 카펠로식 수비 전술의 요점은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하되, 그보다 앞서 최전방 공격수 1~2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볼을 가진 상대 선수보다 아래로 내려온 이후에 압박을 시작함으로써 배후공간을 줄여야 한다" 는 것에 있다.
[사진: 서로 상반된 축구철학을 지닌 '라이벌'로 유명한 아리고 사키(좌)와 파비오 카펠로(우). 이탈리아에서 사키식 축구와 카펠로식 축구의 대결구도는 종종 '메노티 vs. 빌라르도'(아르헨티나)의 그것에 비교되기도 하지만, 사키와 카펠로의 관계는 상호 존중을 밑바탕으로 한 '선의의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또한 카펠로는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도 사키처럼 많은 선수들이 공격 국면에 관여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수비 국면에서 숫적 열세에 놓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공격수 및 공격형 미드필더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수비로의 전환에 철저히 대비하며 '득점하는 것'보다는 '실점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의 축구에서는 카펠로 감독의 수비 이론이 적극적 혹은 부분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특히 사키와 크라이프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계승함으로써 극단적 공격노선을 지향하는 레이카르트 감독의 바르셀로나 역시도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단계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위와 같은 흐름에 충실하고 있다.
레이카르트 감독이 04/05 시즌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에서 첼시의 빠른 역습에 고배를 마신 이후 05/06 시즌 리벤지 매치에 이르러서는 수비의 시작점을 낮추는 방식의 전술운용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극단적으로 상대 진영에서부터 압박하는 빈도를 낮추는 대신 자기 진영 쪽으로 어느 정도 퇴각하여 수비를 시작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04/05 시즌 당시에 비해 첼시의 빠른 역습을 효과적으로 제어해낼 수 있었고, 이러한 방식의 전술운용은 밀란과의 4강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최근의 흐름은 여러 중,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공격적·주도적인 경기운영을 펼쳐야 하는 리그전에서와 달리, 한 순간의 실수가 대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월드컵, 유럽 선수권 대회,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단계와 같은 '단기적 생존게임'에서 더욱 강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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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형 모델'을 지향하는 팀들
최근 들어 포제션을 중시하는 공격축구를 표방하던 팀들은 '속공 능력의 개발'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있는 추세다. 어느 정도 후퇴하여 수비를 시작함으로써 자기 진영 쪽의 배후공간을 줄이는 대신, 그 반대급부로 생겨날 수 있는 상대 수비의 배후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최근 5시즌 동안 챔피언스 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평균성적을 거두고 있는 안첼로티 감독의 AC 밀란은 이상적인 '만능형 모델'을 제시 중인 팀으로 손꼽힌다. 아리고 사키의 수제자로 손꼽히는 안첼로티 감독은 기존의 공격 노선에서 한 걸음 후퇴하는 대신 최근의 축구의 흐름에 맞는 유연한 스타일로의 변화를 꾀함으로써 밀란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안첼로티 감독의 밀란이 여전히 '볼의 소유'를 중시하는 공격적인 팀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안첼로티 감독은 경기 상황, 상대 팀의 스타일에 따라 수비의 시작점을 적절히 조절하는 한편, 카카의 스피드를 활용한 빠른 역습을 하나의 확실한 공격루트로 정립시킴으로써 지공과 속공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조절했다.
"지금의 밀란은 예전보다 20m 정도 뒤로 나와 수비해야 한다. 상대의 역습에 적절히 대비하는 한편, 카카의 속공 능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카를로 안첼로티(AC 밀란 감독)
레알 마드리드의 슈스터 감독 역시 AC 밀란과 같은 '만능형 모델'을 지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슈스터 감독은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패스로 연결해나가는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한편, 수비적인 측면 또한 소홀히 하지 않을 생각이다. 레알 마드리드를 지공과 속공에 모두 능한 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며 위와 같은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극단적인 포제션 중심의 공격축구와 마찬가지로 단조로운 역습 일변도의 수비축구 역시 최근에는 쉽게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공격적인 팀들이 과거에 비해 신중하게 역습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카운터 어택 일변도의 공격만으로는 상대의 골문을 열어젖히기가 어려워진 까닭에서다. 무리뉴 감독 시절의 첼시, 2006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리피 감독의 이탈리아 등이 역습 위주의 팀컬러에도 불구하고 미드필드 싸움의 중요성을 간과한 팀이 아니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각 팀의 감독들은 자신의 축구철학,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 등을 고려하여 '포제션'이나 '카운터' 중 어느 한 쪽을 지향하면서도, 이 두 가지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전술운용에 각별한 힘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전은 물론, 올 한 해의 정점을 의미하게 될 유로 2008에서도 이 부분의 밸런스를 효과적으로 찾아내는 팀이 보다 강한 생존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2편 역습
지난 90년대~2000년대 초반에는 기본적인 수비 숫자를 늘림으로써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경기를 펼친 후 단조로운 카운터 어택을 시도하는 방법이 역습 전술의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의 축구에서는 공·수 양면에 걸친 빠른 전환속도를 바탕으로 한 능동적 역습 전술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역습 전술은 "상대 진영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한 후, 볼을 빼앗아낸 이후에는 상대 수비가 정비되기 이전에 피니쉬까지 연결해야 한다" 는 아리고 사키
(사진)의 속공 이론에 밑바탕을 둔다. 사키의 이론이 하나의 스타일로 정립됨에 따라 공격적인 스타일의 팀들도 빠른 전환 속도를 바탕으로 능동적인 역습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위와 같은 방식의 속공 전술은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볼을 빼앗아낸 후 역습이 시도되는 까닭에 공격적이고, 능동적이며, 역습의 사정거리가 길지 않다는 특성을 나타낸다. 공격적인 팀들이 활용하기에 용이한 사정거리가 길지 않은 역습, 즉 '숏 카운터' 전술은 최근의 축구에서도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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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고 사키의 역습 이론아리고 사키는 현대 축구의 역습 전술이 한 개인의 드리블이나 스피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잘 훈련된' 패스 플레이 및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속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었다.
| "한 개인의 드리블이나 스피드에 의해 이루어지는 역습은 하나의 전술로써 성립될 수 없다. 전술적인 역습이란 조직적 패스 플레이 및 빠른 전환속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 아리고 사키 |
사키가 전술적으로 역습을 시도하기 위해 주목한 측면은 바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순간의 신속한 대처 능력이다. 사키는 볼을 빼앗아낸 직후 '전진하며 패스하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최대한 많은 숫자의 선수를 공격 국면에 관여시키는 한편, 상대 수비가 대형을 갖추기 이전에 피니쉬까지 연결하는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사키는 현대 축구에서의 역습이란 곧 '전환 속도의 승부'라고 주장했다. 이는 곧 선수 개개인의 주력의 차이가 역습의 성패를 판가름짓는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 조직적·전술적 스피드의 차이가 역습의 성패를 판가름짓는다는 의미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역점을 둔 팀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유로 2004 우승국 그리스의 레하겔 감독이 구사한 역습 전술 역시도 사키의 속공 이론에 밑바탕을 둔다. 유럽 언론들은 "4-5-1 대형을 바탕으로 상대 진영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한 후, 최단 시간내에 상대 문전까지 도달하는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훈련한 것이 그리스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의 축구에서 유행하고 있는 역습 전술은 아리고 사키의 "상대보다 빠르게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한 후, 상대보다 빠르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해야 한다" 는 이론에 밑바탕을 두고 있으면서도, 한 개인의 스피드와 개인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반된 성향을 나타낸다. 이처럼 '장거리 드리블러'에 의한 역습 전술을 본격적으로 체계화시킨 주인공은 화제를 몰고다니는 전 첼시 감독, 조세 무리뉴다.
-Check Point- 사정거리가 길지 않은 숏 카운터 전술은 공격적인 팀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밀란, 아스날, 레알, 바르샤 등과 같이 볼 포제션을 중시하는 팀들은 지공 위주로 공격을 전개하면서도 경기 상황에 따라 숏 카운터 위주로 역습을 시도하는 성향을 나타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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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사키와 크라이프에 반기를 들다무리뉴 감독이 첼시를 유럽 정상급 팀으로 급부상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완성도 높은 역습 전술이었다. 무리뉴 감독의 첼시는 4-3-3을 기본 대형으로 하면서도, 수비시에는 4-5-1로 변화함으로써 미드필드 지역의 수비벽을 두텁게 구축한 후 측면 공격수들의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카운터 어택을 시도하는 전술적인 특성을 나타냈다.
무리뉴 감독은 자신의 역습전술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사키와 카펠로의 이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국면에서의 대처 과정에 있어서는 사키의 '전환 이론'을, 상대 진영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볼을 가진 상대 선수보다 아래로 내려와 자기 진영 쪽에 수비 대형을 갖추는 전술운용에 있어서는 카펠로의 이론을 그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림설명: 최대한 많은 숫자의 선수들이, 상대가 공격을 전개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볼을 가진 상대 선수를 기준으로 설정되는 '볼의 라인'보다 아래로 내려올 수 있어야 한다. 첼시는 수비시 양쪽 측면 공격수가 볼의 라인보다 윗쪽에 머무는 전형적인 4-3-3과 다르게, 양쪽 측면 공격수를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시킴으로써 4-5-1로 변화하는 특성을 나타낸다.]또한 무리뉴는 4~50m 가량의 중·장거리를 드리블로써 질주할 수 있는 '고속 드리블러'의 효용성에 크게 주목했다. 한 개인에 의한 역습 전술을 부정했던 사키는 무리뉴의 이러한 전술운용에 "축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며, 전술적인 측면 또한 그 때의 환경에 맞게 발전하고 변화해나갈 수 있다" 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크라이프는 사키와 다르게 무리뉴의 축구에 노골적인 비판을 서슴치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크라이프는 "무리뉴의 축구는 수비적이고, 수동적이며, 이기는 것에만 집착한다" 며 자신과 상반된 철학을 고수하는 무리뉴에 선제 공격을 가했고, 이에 무리뉴는 "크라이프는 아직도 과거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현대 축구는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나는 그의 가르침을 받지 않아도 계속해서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지 않은가" 라며 그 공격을 일축했다.
[사진: 크라이프 vs. 무리뉴, 서로 다른 축구철학의 충돌.]무리뉴의 첼시가 빛나는 성공을 거두면서 드리블러의 중요성은 유럽 전 지역에 걸쳐 크게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밀란의 카카, 바르샤의 메시, 레알의 호비뉴 등과 같은 직선적 돌파에 능한 선수들이 각 팀의 역습 전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퍼거슨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다수의 드리블러에 의한 '폭탄 역습'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팀이다.
루드 반 니스텔로이의 이적 이후 새로운 한 사이클을 맞이한 '젊은 맨유'로부터 발견할 수 있는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카운터 어택의 가공할만한 위력이다. 상대로부터 볼을 빼앗아낸 직후의 시점에서부터 일제히 시작되는 루니, 테베스, 호나우두, 긱스, 나니, 에브라 등의 공간 쇄도는 이 선수들 중 누군가에게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투입될 경우 곧 위력적인 역습 장면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야말로 유럽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스펙타클한 팀이다." - 비센테 델 보스케(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 |
퍼거슨 감독은 컴팩트한 대형, 상대 진영에서부터 시작되는 압박, 패스하고 움직이는 모토에 기반을 둔 공격축구 등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방식의 경기 스타일을 개척함으로써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패스 & 무브'를 바탕으로 한 공격축구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맨유의 변화는 속공 능력이 강조되는 최근의 전술적 흐름을 대변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