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전문가의 글

저는 선사에 근무하며 해운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간 정치적 지지여부를 떠나 대운하건설에 대해 관망하는 입장이었으나
오늘 토론을 보고 "반대"로 입장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대운하건설에 있어 검토해야 할 분야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 모든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내기엔 제가 아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 다 다루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다만 해운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느끼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운하는 배가 다니는 길이고 그 건설비가 17조원이던 40조원이던 결코
적지않은 자금이 소요되는 것이기에 그 경제적 효율성이 철저히 검증되어야
합니다.


찬성입장에 나오신 두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해운을 잘 모르시는구나..하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됩니다.


뱃길에는 배가 다녀야 그 기본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십여곳의 도크를 통과하며 대양으로 돌아가도 1일이면 갈 길을
2일, 3일씩 저속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해야하는 운하를 통해 운송하면서
선박의 운항채산을 맞출 수 있는 선사가 과연 있을까 의심스럽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주요 항만에 내항선 전용부두를 만들고 내항선 전용부두와
외항선부두를 연결하는 효율적 수송망을 건설하는 게 훨신 합리적이고
경제적이지 않을까요?


해운의 기술적인 측면으로도 말씀을 드리자면, 이대 박교수님의 "VESSEL
TO VESSEL SYSTEM"이라 매우 획기적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황당스런
가정에 놀랐습니다. 지금 현재 그 어떤 컨테이너 선도 그런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선박은 없습니다. 가령 대형 FLOATING CRANE을 띄워놓고 한다면
억지로 한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그 막대한 비용과 느린 속도를 보신다면
제가 오늘 웃었던 것 처럼 박장대소를 하시면서 웃으실 겁니다. 황당해서요..


또 한가지, 내륙에서 선적하여 가까운 중국, 일본까지 바로 간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2500톤급 컨테이너 바지가 대양항해를 한다는
발상자체가 문외한적인 것이고 (물론 최상의 SEA CONDITION에서는 경우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소량화물을 싣고 우여곡절끝에 운하를
통과하여 대양을 건너간다 하더라로 그 선박의 채산은 이미 마이너스(-) 저
아래를 맴돌고 있겠죠.
따라서. 만약 그런 서비스를 하는 선사가 있다하더라도 아마 높은 운임을 책정해야
할 것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최근 소형 컨테이너 선들이 사라지고 있고
서비스를 폐지하거나 대형 컨테이너 선박으로 교체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환적화물을 운송하는 피더선조차도 말이죠.


운하를 이용하라고 하면 화주들의 입장도 난처해지는 경우가 많겠죠.
수도권에서 부산까지 가는 화물도 배 시간에 맞추기 위해 트럭을 밤새 달려
선적시간을 맞춥니다. 그런데 하루 이상걸리는 운하를 이용하기 위해
(물론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운임도 결코 저렴하지 않은데) 무리하게 생산일정을
조정하고 허겁지겁 수출입절차를 밟는다... 생각만해도 피곤하죠?
지구상에 그 어디에도 물건이 세월아 네월아 가도 좋아할 화주는 없습니다.
물류서비스의 기본 "ON TIME"입니다 !


뭐 그밖에도 기본적으로 2500톤급 선박이 다니기 위한 기본수심문제, 기름유출위험,
선박 빌지문제(오폐수..물론 못버리게 하겠지만..세상에 바른생활 사나이들만
있는게 아니니...실제로 외항선들은 합법적으로 일정거리의 공해상에서는 바다에
그냥 뿜어놓게 되어 있으니...아니면 다 산업폐기물처리해야 되니 쓰레기 버리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거든요)


종합적으로 볼때 대운하가 건설된다 하더라도 어쩌면 배가 다니지 않는
운하가 되는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지거나, 아니면 억지로 그 운하에 배를
움직이게 하고 유지하기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정부는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건 한나라당에서 나오신 박 전 위원장님의 말씀에 해운업 종사자로서
불쾌함을 감출 수 없어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운하를 통해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해운 실무자들이 복잡하고 번거로워서 꺼려한다고요?
하하.. 운하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해운의 기본절차가 더 까다로워질 일은 없습니다.
원래부터 복합운송의 개념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각 절차에는 그 절차마다
전문업체가 있어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으니 각자 하던일 그냥 하면되고
만일 생긴다면 운하에서 외항선으로 환적을 전담하는 전문업체가 생기겠죠.
저희가 일이 귀찮아져서 국책사업을 반대한다는 근거없는 주장은 빨리 주워담으시고
다시는 꺼내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고속철도에 화물열차를 달리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시속 300킬로로.. 훨씬 빠르고 좋을 텐데..하하
철도 전문가분...혹시 황당하신가요? 제가 오늘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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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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