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성명서 전문]



삼성과 검찰, 언론, 국세청, 재경부, 금감원의 회개를 거듭 호소하며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영혼과 정신을 갈라놓고,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그 마음속에 품은 생각과 속셈을 드러냅니다.” (히브 4, 12)



덴마크의 실존철학자 키엘케골이 들려준 의 비유를 들어보셨습니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삼성비자금 의혹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 앞에 나선 지 벌써 보름이 넘었습니다. 저희는 삼성그룹이 천문학적 규모의 비밀자금을 만들고 검찰, 언론, 국세청, 재경부, 금융감독원 등의 국가 주요 시스템에서 종사하고 있는 인사들을 포섭하여 자신의 탈법, 불법, 편법을 관철시키고 있는 망국적인 현실을 개탄하며 진상을 밝히고 하루빨리 개선을 모색하도록 격려하고 촉구하였습니다. 이는 화마로부터 마을과 인명을 구하기 위해서 “불이야!”하고 외치는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참회와 함께 제 본분을 다해야 할 문제의 당사자들은 오히려 저희를 우스꽝스런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며, 도무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어릿광대의 절규를 또 하나의 웃음거리로 여김으로써 온 동네가 잿더미가 되었다는 비유 속의 이야기처럼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입니다.



사제들은 고뇌어린 성찰 끝에 김용철 변호사의 말이 진정한 증언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과거 군부독재의 전횡과 오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삼성그룹 경영 수뇌부의 부도덕한 처사가 괴롭습니다. 재물에 길들여진 나머지, 본분을 망각한 여러 권력기관의 종사자들이 안타깝습니다. 영혼이 병든 이들에게 피땀 흘려 만든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를 맡겨야만 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지난 11월 5일 사제단은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삼성과 검찰 그리고 관계 기관들의 철저한 반성을 위해 기도하고 호소했습니다. 삼성그룹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기만 하면, 검찰을 비롯한 여러 공기관이 그간 관행의 이름으로 반복하던 폐습을 단호히 끊고 본분 회복에 나서기만 하면, 기업도 한층 건강해지고 대한민국 전체가 부패의 위기를 새로 태어나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불법의 공모자들은 갖은 이유와 핑계를 둘러대면서 사제들의 거듭된 호소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고 거짓말을 꾸며내고 있습니다. 이런 참담한 상황을 무슨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사제들이므로 차마 고발이라는 법적 형식을 취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나서서 11월 5일 검찰의 수사 개시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한편 사제단은 삼성문제의 핵심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끝없는 욕망을 위하여 불법 편법 탈법 비자금을 만들어 이 사회를 오염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뇌물검사 명단은 그저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사제단에 뇌물 검사 명단만을 재촉할 뿐 이렇다 할 수사 의지마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부패의 본바탕을 드러내면 자신의 허물까지 들키게 되어있는 뿌리 깊은 유착관계 때문입니다. 이런 실상을 국민 여러분께 이해시켜 드리고자 사제단은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뇌물명단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이는 검찰의 요구와 무관한 것으로 삼성 비자금 문제를 검찰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몰고 가려는 작금의 옳지 못한 방향에 대한 꾸짖음이며, 명단의 일부만 밝히는 것은 검찰 스스로 진실규명의 본분을 되찾도록 기회를 주기 위함입니다. 권력과 재물에 기생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우리의 검찰은 여전히 청렴하고 강직한 검사들의 조직체라는 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오늘 저희가 밝히는 분들의 이름이 함부로 더럽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부패상은 모든 국민이 다 같이 책임질 문제입니다. 부디 이 분들의 이름을 특정 개인으로 보지 마시고, 재물에 길들여진 국가기관의 상징 정도로만 여기시기 바랍니다. 우선 검은 동을 흉하게 탕진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최고경영진의 악행을 나무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사태의 핵심이 삼성에서 검찰로 옮겨지는 오류를 엄려하면서, 삼성 이재용 전무의 불법적인 재산 조성경위를 보여주는 자료 하나를 공개합니다. 모쪼록 자기고백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정화의 기회임을 상기시키며,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하여 저마다 참회와 반성에 나서시기를 간곡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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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일주일 전 사제단이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이라는 한국 최대의 기업이 돈 혹은 이건희 회장이 ‘포도주’라고 상징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검은 재물을 마구 탕진하여 언론, 정계, 검찰, 국세청, 금감원과 같은 대한민국의 주요 국가시스템을 어떻게 교란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국가의 주요 인적 자원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망가뜨리고 있는지, 국민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진정한 개선의 길이 무엇이냐고 묻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주에 발표한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비자금 계좌와 이건희 회장의 지시사항은 삼성의 불법, 탈법, 편법의 실상을 가늠하게 해주는 단서였습니다. 만일 이런 계좌가 대통령의 것이었다면 검찰은 어떻게 했을까요? 검찰독립의 호기라고 외치면서 대번 두 팔을 걷어붙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오불관언입니다. 게다가 힘 좋은 삼성은 오리발만 내밀고 있습니다. 삼성의 핑계는 “탁 치니까 억하고 죽더라!”는 이십년 전의 그 슬픈 말을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팔짱을 끼고 있는 검찰의 태도는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증거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증거는 원래 수사기관이 찾는 겁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혐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국민적 의혹이라면 사실 규명을 위한 내사에라도 들어갔어야 마땅합니다. 하찮은 스캔들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검찰이 대한민국 최대의 의혹과 국민의 우려를 애써 무시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고발하면 착수하겠다는 구실을 댑니다만 사제는 그 누구도 고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다만 이런 병폐를 갖고는 대한민국에 내일이 없다고 고통스럽게 호소할 뿐입니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쉽고 명확하게 풀어서 설명해줘야 할 언론이 자꾸 2차 폭로, 3차 폭로 하니까 사제들의 마음은 괴롭고 답답합니다. 공론을 통해서 더불어 고민하자는 것인데 언론은 삼성비자금 보도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떡값명단이나 찾습니다. 이런 국가 대사를 마치 연예인 추문을 대하듯 합니다. 이런 태도가 어찌나 한심했는지 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알 권리 충족과 권력 감시를 위해 정부의 취재 지원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던 대한민국 언론의 사명감이 고작 이 수준인가?” 이 말은 바로 여러분의 한국기자협회의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삼성 비자금 사태의 진실 규명보다는 “김 변호사와 삼성 간 공방 수준으로 보도하면서 본질을 호도했다. 정치권력을 향해서는 막말까지 쏟아내며 비장한 비판자 행세를 해온 언론들이 재벌 삼성을 향해서는 입을 쏙 닫아버린 처사를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말은 여러분의 언론노조의 탄식이었습니다.

1. 우리 사제들은 김 변호사가 털어놓은 고백의 진실을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삼성이 인정하고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때까지, 검찰이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실체를 밝힐 때까지, 그래서 경제정의가 실현되고 경제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될 때까지 사제의 소명을 걸고 오늘의 의로운 싸움을 거두지 않겠습니다.

2. 언론에선 자꾸 떡값명단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우선 용어부터 바로 잡아야겠습니다. ‘떡값’이 아닙니다. 뇌물입니다! 사리사욕을 얻기 위하여 남에게 몰래주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 바로 뇌물입니다. 떡값이라고 부르면서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3. 뇌물수수 명단에 대한 사제단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핵심부터 다스려야 수술이 잘 됩니다. 리스트는 삼성이 저지른 부정과 비리의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개는 마지막에 가서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언론도 당분간 언급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진실규명이 지지부진하고 삼성이나 검찰 등의 국가기관이 제 본분을 다하지 않을 경우 그때 가서 국민 앞에 내놓겠습니다.

4. 검찰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습니다. 사실 현 검찰은 이 문제를 수사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뇌물을 받아먹은 당사자들이므로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수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과거 공적자금 수사의 경우처럼 독립적인, 의지와 신념을 갖춘 진정한 수사팀이 꾸려져서 내외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수사를 하게 된다면 천만다행이겠습니다.

5. 각계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위기가 아니라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경제민주주의와 미래가 걸린 문제이니 국민께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걱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씨 일가와 문제의 가신들이 그간의 비리와 부정을 깨끗이 고백하고 국민이 이해할 만큼의 자정을 실천한다면 삼성의 세계적 기술과 경영은 더욱 빛날 것입니다.

2007년 11월 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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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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