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4 - [축구/경기 동영상] - [England - League Cup] Everton - Chelsea - 통곡의 벽 체흐+_+
필자는 이전에 이번 시즌에야말로 에버튼이 우승컵을 따낼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리그 성적도 좋고 UEFA컵에서는 전승으로 32강에 올랐으며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짧은 길인 칼링컵에서도 4강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링컵 결승 진출장면을 보기 위해 구디슨 파크를 찾은 홈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한계를 절감하며 쓸쓸히 경기장을 떠나야만 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에버튼이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1차전에서 수적 우세를 활용하지 못하고 1-2로 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챔피언스리그와 다른 칼링컵의 규정상(득점 합계가 같으면 원정골과 상관없이 연장 돌입 - 원정골은 연장전 종료 후 적용) 에버튼의 1-0승리가 결승 직행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첼시는 여유가 있던 반면 에버튼은 무조건 선제골부터 넣고 봐야 했기 때문이다.

앤디 존슨을 원톱으로 기용하고 두 명의 창의적인 미드필더인 미켈 아르테타와 팀 캐이힐의 공격재능에 기대려던 모이스 감독의 생각은 경기 시작부터 상대의 두꺼운 허리진으로 인해 봉쇄되었다. 에버튼의 핵심 3인방은 상대의 수비진 때문에 측면으로 빠지기 일쑤였고 공은 중앙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문제는 이 상황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얻어낸 기회들도 번번히 페트르 체흐의 몸에 걸리며 무산되고 말았다.

반면 첼시는 뒷문을 단단히 잠그면서 세 명의 준족인 플로랑 말루다, 숀 라이트-필립스, 조 콜을 이용한 뒤 아넬카로 연결하는 전형적인 역습작전으로 에버튼의 수비진이 앞으로 올라오는 것을 차단했다. 슈팅 수에서 첼시가 에버튼에 비해 2배나 되었던 것(슈팅 난사가 적지 않았지만)은 이 작전이 먹혀들어갔기 때문이다. 마수걸이 골을 노렸던 아넬카는 후반 중반 역습상황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며 아쉬움을 맛보기도 했다.

한편, 에버튼은 지난 12월 29일 아스날과 홈경기에서 거의 같은 방식으로 무더기 골을 허용하며 1-4로 대패한 바 있다. 이 때 에버튼 수비진은 상대에게 자신들의 뒷공간을 수차례 열어주며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는데 이 날도 이 현상을 반복했다. 후반 25분,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던 첼시의 말루다는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 수비진과 팀 하워드 골키퍼 사이를 겨냥해 긴 패스를 날렸고 수비수 둘을 달고 들어간 조 콜이 간결한 볼 터치 뒤에 오른발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은 것이다.

이 골은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 되었고 에버튼 선수들도 이 골을 기점으로 이 경기의 향방을 인지했다. 에버튼 선수들의 의욕은 확실히 떨어졌고 교체투입도 별 효험을 보지 못했다. 득점 이후 공 소유권은 에버튼이 꾸준히 쥐었음에도 첼시가 더 많은 득점 기회를 잡은 이유는 실질적인 경기 주도권을 첼시가 쥐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동안 공격적인 용병술에서 여러차례 지적을 받은 모이스 감독은 이 날도 선수 교체 시점이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빅토르 아니체베를 준비시키던 찰나에 골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전반에 보여준 에버튼의 공격이 빠른 맛도 없었고 정교한 맛도 별로였기에 교체를 일찍 단행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모이스 감독이 가장 아쉬웠던 것은 야쿠부 아예그베니가 없다는 사실이겠지만 어쨌든 에버튼은 무승부가 아니라 무조건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 디비전 2의 위컴을 상대로 4강에서 1차전 무승부 끝에 겨우 결승에 올랐던 첼시는 난적인 에버튼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한 첼시는 아브람 그랜트 감독 하에 첫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되었다.

반면 FA컵에서도 이미 고배를 마신 에버튼은 리그 성적으로 유럽무대 진출을 노려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금 분위기라면 챔피언스리그도 노려볼만 하지만 앞으로 UEFA컵을 병행해야하는 현 상황과 두꺼운 중상위권의 경쟁구도를 감안하면 험난한 싸움이 될 것이다. 일단 이를 떠나서 '칼링컵 우승'으로 구단의 새 시대를 열고자 했던 꿈이 무산되었다는 사실이 그들로서는 가장 뼈아플 것이다.

팀을 궤도에 올려놓은 감독들을 과감히 내쫓고 새 감독을 받아들인 첼시와 토트넘은 트로피 앞에서 얄궂은 만남을 펼치게 되었다. 우승컵이 더 급한 팀은 역시 토트넘쪽이지만 홈에서 슬라비아 프라하와 UEFA컵 32강 2차전을 치른 뒤 65시간 만에 결승전을 치러야한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후안데 라모스 감독으로서는 우승할 경우 개인적으로 대회 3연패(세비야 시절 포함)를 달성할 수 있고 자신이 토트넘에 온 정당성이 확인될 수 있기에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그랜트 감독도 칼링컵 우승이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을 날려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므로 총력을 다할 것이다. 이래저래 지난시즌 첼시와 아스날의 경기만큼 흥미로운 대결이 될 전망이다.

- 사커라인 배철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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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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