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를 표방하는 현 정부에게 필요한 글..
국제칼럼] 우파의 적은 우파다
좌든 우든 이념에 치우쳐 개혁 발목잡힌 현정권 전철 밟지 않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큰 빚이 있다. 그가 대권의 꿈을 이루는 계기가 된 청계천 복원에 결정적 힘을 실어준 이가 노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2003년 6월4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청계천 복원사업을 보고하도록 배려했고, 작심한 듯 차례로 반대하는 장관들의 의견을 뿌리치고 이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인연 때문인 듯 이 당선자는 "솔직히 이회창 보다는 노무현에게 더 호감이 간다"고 말해 이회창 씨의 분노를 산 적도 있고 대선기간 중에도 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거의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정파적 이해 관계에 서지 않았던 사례는 청계천뿐만 아니다. 그는 그를 지지했던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이툰 파병을 결정했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성사시켰다. "배신자" "속았다"는 비난과 냉소가 주 지지층인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 터져나왔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 정권이 아닌 차기 이명박 정권에서 FTA가 추진됐다면 노 대통령이 맞닥뜨렸던 반대의 2배, 3배 되는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김영삼정권이었기 때문에 정치군인 숙청이나 전두환 노태우에 대한 단죄가 가능했다는 평가와 같은 선상이다.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이라고 규정하는 게 타당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몇몇 보수언론의 '딱지 붙이기' 탓이라고만 할 수도 없는 게 이 정부 참여자들이 그런 시각을 부정하는 것을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차떼기' '금권유착'으로 별칭되던 우파의 행태에 진저리가 나서인지, 좌파=양심세력 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가질 것 다 가진 채 머리까지 채워졌다고 인정 받으려는 '강남좌파'도 많고 전통깊은 노동조합이 우파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게 우리나라이다. 좌·우의 경계선이 뒤섞이다보니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아예 좌·우파를 가르는 기준을 친북이냐 반북이냐로 보기도 한다. 북한의 세습통치를 정당화하고, 인권유린에 눈감는 좌파의 행태가 이해난망이기 때문이다.
좌·우 이야기를 한 것은 참여정부가 실질과는 상관없이 이로 인해 너무 많이 잃었기 때문이다. 경제 외교 국토균형발전 등에서의 실용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 친일 행적 추적, 건국 이후 역사의 재평가 등은 숱한 논란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좌파정권이라는 꼬리표가 붙여진 것이다. 1970년대, 80년대 초 대학사회를 풍미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 수준의 잣대가 여전히 유효한가도 의문이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결코 적지 않았다. 당장 기업들의 막연한 의혹이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하지 않는 부작용으로 나타났고 때아닌 좌·우논쟁이 각계를 달구었다. 이 당선자 자신도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 나름대로 잘하려고 했으나 경제와 반비례할 수밖에 없는 정치와 이념적 마인드가 너무 강하다"고 아쉬움을 표시한 적이 있다.
이 당선자가 그같은 전례에서 배웠다면, 앞으로의 국가운영에 이념의 덧칠이 씌워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우선 자신이 속해 있다고 분류되는 우파의 논리부터 경계해야 한다. 그의 노선이 시장 친화적을 넘어 시장 방임으로 기울면 분명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삼성 비자금 사건,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에서 드러나듯 기업을 사유화하는 재벌들의 행태나 제왕적인 의식구조는 여전히 개혁대상이다. 오히려 CEO 출신으로 시장에 대한 믿음을 전혀 의심받지 않는 이 당선자가 어느 정부보다 더 개혁을 잘해낼 수 있는 분야이다. 사실상 수도권의 식민지가 된 지방을 살리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도시· 공기업 이전 등 균형발전 전략은 정권의 색채가 어떻든 추구돼야할 가치이다. 이런 것들조차 경제적 효율과 효능이란 이름으로 배제될 수는 없다. 따지고보면 CEO의 유능함과 대통령의 유능함은 다르다. CEO는 이윤을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대통령은 배고프고 외로운 이의 눈물도 닦아줘야하는 것이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좌에서 우로의 정권이동"이라며 우파쪽의 환호가 쏟아지고 있고 우리사회의 적폐가 모두 현정부의 좌파정책 때문인 것처럼 치부되고 있다. '현정부와 반대로'가 만병통치인 것처럼 비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이회창씨와 그 주변인들이 내년 총선때 국회 진입에 성공하면 끊임없이 우파끼리의 선명성 경쟁을 도발할 것이다. 당선자가 여기에 매몰돼서는 안된다.
오른쪽으로 조금씩 치우치는 버스는 인도로 뛰어들기 십상이다. '참여정부가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측으로 갔다'는 우스개가 있지만 그래도 참여정부가 국민의 호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이 FTA 타결이었다. 자기 진영의 논리가 아닌 국익이라는 선택이 인정받은 것이다. 이 당선자는 이미 대선이라는 강을 건넜다. 그러니 자신을 실어준 우파라는 나룻배는 놓아버리는 게 옳다. 그게 실용이다.
권순익 논설위원 marine@kookje.co.kr
국제칼럼] 우파의 적은 우파다
좌든 우든 이념에 치우쳐 개혁 발목잡힌 현정권 전철 밟지 않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큰 빚이 있다. 그가 대권의 꿈을 이루는 계기가 된 청계천 복원에 결정적 힘을 실어준 이가 노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2003년 6월4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청계천 복원사업을 보고하도록 배려했고, 작심한 듯 차례로 반대하는 장관들의 의견을 뿌리치고 이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인연 때문인 듯 이 당선자는 "솔직히 이회창 보다는 노무현에게 더 호감이 간다"고 말해 이회창 씨의 분노를 산 적도 있고 대선기간 중에도 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거의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정파적 이해 관계에 서지 않았던 사례는 청계천뿐만 아니다. 그는 그를 지지했던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이툰 파병을 결정했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성사시켰다. "배신자" "속았다"는 비난과 냉소가 주 지지층인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 터져나왔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 정권이 아닌 차기 이명박 정권에서 FTA가 추진됐다면 노 대통령이 맞닥뜨렸던 반대의 2배, 3배 되는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김영삼정권이었기 때문에 정치군인 숙청이나 전두환 노태우에 대한 단죄가 가능했다는 평가와 같은 선상이다.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이라고 규정하는 게 타당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몇몇 보수언론의 '딱지 붙이기' 탓이라고만 할 수도 없는 게 이 정부 참여자들이 그런 시각을 부정하는 것을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차떼기' '금권유착'으로 별칭되던 우파의 행태에 진저리가 나서인지, 좌파=양심세력 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가질 것 다 가진 채 머리까지 채워졌다고 인정 받으려는 '강남좌파'도 많고 전통깊은 노동조합이 우파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게 우리나라이다. 좌·우의 경계선이 뒤섞이다보니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아예 좌·우파를 가르는 기준을 친북이냐 반북이냐로 보기도 한다. 북한의 세습통치를 정당화하고, 인권유린에 눈감는 좌파의 행태가 이해난망이기 때문이다.
좌·우 이야기를 한 것은 참여정부가 실질과는 상관없이 이로 인해 너무 많이 잃었기 때문이다. 경제 외교 국토균형발전 등에서의 실용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 친일 행적 추적, 건국 이후 역사의 재평가 등은 숱한 논란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좌파정권이라는 꼬리표가 붙여진 것이다. 1970년대, 80년대 초 대학사회를 풍미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 수준의 잣대가 여전히 유효한가도 의문이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결코 적지 않았다. 당장 기업들의 막연한 의혹이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하지 않는 부작용으로 나타났고 때아닌 좌·우논쟁이 각계를 달구었다. 이 당선자 자신도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 나름대로 잘하려고 했으나 경제와 반비례할 수밖에 없는 정치와 이념적 마인드가 너무 강하다"고 아쉬움을 표시한 적이 있다.
이 당선자가 그같은 전례에서 배웠다면, 앞으로의 국가운영에 이념의 덧칠이 씌워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우선 자신이 속해 있다고 분류되는 우파의 논리부터 경계해야 한다. 그의 노선이 시장 친화적을 넘어 시장 방임으로 기울면 분명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삼성 비자금 사건,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에서 드러나듯 기업을 사유화하는 재벌들의 행태나 제왕적인 의식구조는 여전히 개혁대상이다. 오히려 CEO 출신으로 시장에 대한 믿음을 전혀 의심받지 않는 이 당선자가 어느 정부보다 더 개혁을 잘해낼 수 있는 분야이다. 사실상 수도권의 식민지가 된 지방을 살리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도시· 공기업 이전 등 균형발전 전략은 정권의 색채가 어떻든 추구돼야할 가치이다. 이런 것들조차 경제적 효율과 효능이란 이름으로 배제될 수는 없다. 따지고보면 CEO의 유능함과 대통령의 유능함은 다르다. CEO는 이윤을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대통령은 배고프고 외로운 이의 눈물도 닦아줘야하는 것이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좌에서 우로의 정권이동"이라며 우파쪽의 환호가 쏟아지고 있고 우리사회의 적폐가 모두 현정부의 좌파정책 때문인 것처럼 치부되고 있다. '현정부와 반대로'가 만병통치인 것처럼 비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이회창씨와 그 주변인들이 내년 총선때 국회 진입에 성공하면 끊임없이 우파끼리의 선명성 경쟁을 도발할 것이다. 당선자가 여기에 매몰돼서는 안된다.
오른쪽으로 조금씩 치우치는 버스는 인도로 뛰어들기 십상이다. '참여정부가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측으로 갔다'는 우스개가 있지만 그래도 참여정부가 국민의 호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이 FTA 타결이었다. 자기 진영의 논리가 아닌 국익이라는 선택이 인정받은 것이다. 이 당선자는 이미 대선이라는 강을 건넜다. 그러니 자신을 실어준 우파라는 나룻배는 놓아버리는 게 옳다. 그게 실용이다.
권순익 논설위원 marin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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