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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2 10년의 방황을 접고 돌아온 김선우

4년 전 필자가 토론토에서 기자 생활을 했을 무렵 몬트리얼 엑스포스 소속이었던 김선우 선수가 원정경기 차 토론토 스카이돔(현 로저스센터)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스카이돔에서 처음 만난 김선우 선수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라커룸 한 구석에서 이어폰을 낀 채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던 김선우 선수의 첫 인상은 왠지 어둡고 무뚝뚝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런 느낌은 금세 사려졌습니다. 상당히 다정다감한 선수더군요. 인터뷰가 끝난 뒤에 필자가 돌아서려 하자 “제가 뭐 드릴 건 없구요. 이거라도....”라면서 야구공에 손수 사인까지 해서 주는 것이었습니다. 공을 받은 필자는 처음에 ‘참 마음이 따뜻한 선수구나’라고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가 외로움이 크다는 것을 알아 챌 수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김선우 선수는 미국에 있는 동안 여러 팀을 전전했습니다. 보스턴과 계약해 몬트리얼로, 그리고 콜로라도를 거쳐 신시네티, 샌프란시스코 등을 떠돌았죠.

하지만 김선우 선수는 팀 내 치열한 자리싸움에서 번번이 밀려 붙박이 선발투수로 뛰지 못한 채 한 번도 두 자리 승수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2005년 워싱턴과 콜로라도를 오가며 거둔 6승이 최다였죠. 눈물 젖은 빵을 씹는다는 마이너 생활도 적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듣는 김선우 선수는 의지력이 강하지만 한 편으로는 생각이 많고 상당히 예민한 성격이라고 합니다. 그가 미국에 처음 간다고 했을 때 일부에서는 김선우의 이런 성격 때문에 걱정도 많이 했었다고 합니다.

야구란 것은 어디가나 똑같겠지만 아무래도 문화적인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겠죠. 국내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김선우 선수였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 선수들과, 그리고 분명히 존재하는 인종차별의 벽을 이겨내며 운동을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실제로 김선우 선수는 보스턴 시절 일본인 투수 토모 오카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고 몬트리얼 시절에는 프랭크 로빈슨 감독의 눈 밖에 나 심한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습니다.

어느 팀에서도 확실히 입지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예민한 김선우는 이런저런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최고의 투수로 기량을 인정받아왔었던 김선우가 미국에서 그저 그런 B급 투수로 치부되는 현실이 그에게는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얼마나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을까요? 하지만 메이저리그라는 꿈은 그의 마음을 얄궂게도 꼭 붙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겠다는 꿈 하나로 10여년의 세월을 힘겹게 버텨 온 김선우가 결국 지난 10일 두산과 총액 15억 원에 입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해 40억 원이라는 거액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미국 잔류를 고집했던 그가 가족을 위해 한국행을 택한 것입니다.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김선우는 빅리거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그대로 토로했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정말 원통했던 건 내가 미국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도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면 후회가 없었겠지만 미국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김선우 선수의 말은 어쩌면 그만의 생각인지도 모릅니다. 필자는 김선우 선수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미국이라는 환경이 그에게 너무 생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김선우 선수는 입단식에서 다음과 같은 말도 했습니다.

“아마시절 힘들지 않게 테두리 안에서 야구를 하던 내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믿고 기댈 수 있었던 무언가가 사라진 기분이 들었고 작은 것들에 너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 말은 김선우 선수의 예민한 성격이 타지에서의 힘든 선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어쨌든 그는 미국에 있는 동안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그가 열심히 운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음 편히 야구에만 전념할 수 없었던 낯선 환경 때문이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이제 김선우는 메이저리그라는 꿈을 접고 그의 조국인 한국 땅에서 야구를 하게 됐습니다. 그에게는 비록 작은 무대고 상대적으로 성취감이 적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그는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야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소속팀 두산도 메이저리그 팀들과는 달리 김선우에 보내는 신뢰는 남다를 것입니다. 큰 부상만 아니라면 그의 실력으로 미루어 선발 자리를 잃게 될 염려 따위는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지난 10년의 방황을 접고 부디 김선우 선수가 한국에서 제 2의 야구 인생을 힘차게 열게 되길 기원합니다.

정진구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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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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