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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8 긴급투입된 두 '소방수' 이야기 - 上

유럽 상위 리그를 보유한 나라라면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독일의 축구 인프라는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유기체를 보는 것 같다. 독일축구협회(DFB)를 정점으로 프로와 아마추어를 아우르는 그들의 조직은, 20년이 넘도록 걸음마 단계인 우리의 K-리그도 배워야할 부분이 많다. 특히 사회체육측면에서 강조되는 지도자 양성 과정은 대단히 체계적이고, 또한 전문적이다. 독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선수 출신의 지도자들이 많지만, 그 자격을 취득하는 고된 과정은 우리네 상상을 뛰어넘는다. 새삼 '마이스터(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독일답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러한 체계적인 접근법과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독일은 유럽 여타 국가들이 부럽지 않을 만큼의 '명감독'들을 많이 배출했고, 지금도 이론과 실전 경험을 겸비한 젊은 지도자들이 분데스리가를 통해 배출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20세기 초 DFB가 창립된 이래 독일 대표팀의 감독은 모두 자국 출신이 맡았다. 게랄트 아사모아(샬케)와 같은 '피부색' 다른 선수들의 가슴에 아들러 문양을 달아줄 정도로 대표팀의 문호를 넓게 개방하고 있는 독일이지만, 아직까지 외국인 감독이 필요할 정도로 감독난이 심각하지는 않다. 어쩌면 이것은 그들이 지키고 있는 마지막 자존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독일이 배출한 현존 최고의 명장은 누구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지난 유로 2004 당시 그리스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레하클레스' 오토 레하겔 현 그리스 대표팀을 뽑을지 모르겠다. 필자는 사실 거의 확률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그리스 대표팀의 우승은 레하겔의 '맞춤형 전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본다. 또 레하겔이 누구인가. 72년부터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 베르더 브레멘, 바이에른 뮌헨, 카이저스라우턴 등을 이끌며 감독으로만 리그 800경기 출장과 최다승 감독에 빛나는 명장 중의 명장이 아닌가. 아마도 레하겔은 이러한 질문에, 현 시점에서 낼 수 있는 최선의 답안이자 모범 해답으로 공감될 가능성이 높다.

위대한 선수들간에도 라이벌이 존재하듯이 '오토 대제' 레하겔의 업적과 명성에 대적, 아니 비교라도 할 수 있는 독일 출신의 감독들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단 세 명뿐이다. 유프 하인케스, 오트마 히츠펠트, 그리고 크리스토프 다움 정도가 레하겔과의 비교 자체가 허락되리라 본다. 요새 젊은 그룹을 선도한다는 토마스 샤프나 마티아스 잠머, 로타 마테우스 등은 위 네 명의 명장들과 비교한다면 '햇병아리'에 불과하다. 그만큼, 앞서 열거한 역전의 명장들이 독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필자가 레하겔의 '대항군'으로 언급한 세 명의 감독 중, 현재 유프 하인케스는 무직인 상태다.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기도 했었고 독일 대표팀 감독직에도 여러차례 거론됐던 이 노신사는, 샬케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에서 '연타석 병살타'를 치며 잠시 현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 즉 히츠펠트와 다움은 올시즌 분데스리가로 복귀해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히츠펠트와 다움은 오랜 기간 독일 무대를 떠나있었고, 또한 시즌 중간에 불을 끄기 위한 소방수로 투입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번 글은 긴급투입된 두 소방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3년만의 현직 복귀, 오트마 히츠펠트

'우승 제조기', '우승 청부사'. 가는 곳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는 오트마 히츠펠트는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명장이다. 아마도 국내 팬들에게는 날카로운 눈매와 한결같은 검정색 버버리 코트로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면서 각각 97년과 2001년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고, 히츠펠트의 재임 기간 중 각 팀은 분데스리가의 최강자로 군림했었다. 독일의 전설적 감독 우도 라텍이 가지고 있던 리그와 포칼 통합 14회 우승을 가뿐히 넘어선(15회) 히츠펠트의 이력은 굳이 세세한 설명이 불필요하고 더 무서운 것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히츠펠트는 적어도 클럽 레벨에서, 알렉스 퍼거슨, 파비오 카펠로, 지오반니 트라파토니 등 유럽의 최고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독일 유일의 감독일지도 모른다.

2004년 '무관'에 그친 바이에른 뮌헨의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진 사퇴한 히츠펠트는 그 이후 케이블 TV '프리미어레'에서 해설에 몸담으며 감독직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유로 2004에서 졸전에 졸전을 거듭한 독일 대표팀의 새로운 감독으로 가장 유력했으나, 본인은 가족문제와 휴식을 이유로 명예로운 자리를 고사하며 독일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다. 91년 도르트문트의 감독으로 시작, 바이에른을 떠날 때까지 13년 동안이나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았던 그에게는 분명히 휴식의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약 2년 반의 시간이 흘러, 다시 감독직으로 복귀한 히츠펠트가 선택한 팀은 공교롭게도 그가 그다지 좋지 못한 모습으로 지휘봉을 놓았던 그 바이에른 뮌헨이다.

98년부터 2004년까지 6년간 바이에른을 지휘한 히츠펠트는, 이 기간에 4차례의 리그 우승과 2차례의 DFB 포칼 우승, 3차례의 리가포칼 우승,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와 월드클럽컵에서 한 차례씩 바이에른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쳤다. 독일에서 차지할 수 있는 모든 트로피는 다 쓸어담은 셈이다. 순간순간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전술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용병술은 물론, 스타급 선수들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까지 겸비해 명장의 덕목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로타 마테우스, 마티아스 잠머, 안드레아스 묄러, 마리오 바슬러, 슈테판 에펜베르크, 올리버 칸 등 자의식 강한 독일 최고 스타들이 그의 지도를 받았지만 히츠펠트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선수들도 인정하는 최고의 감독이라는 얘기다.

거의 3년이라는 휴식 기간 중, 항상 빅 클럽의 영입 대상 '0순위'로 거론되었던 히츠펠트는 부진한 성적으로 질타를 받았던 펠릭스 마가트의 후임으로 다시 바이에른의 사령탑에 앉았다. 반 시즌의 '단기 계약'이지만, 그의 복귀가 분데스리가에 일으킨 파장은 컸다. 성적 부진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타겟으로 전락한 바이에른이었지만, 히츠펠트의 복귀는 그러한 칼날을 모두 거둬버리며 새로운 포커스를 제공했을 정도의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즉시 바이에른의 얼굴 마담이라는, 고단한 자리에 복귀했다.

2004년 이적료까지 지불하며 히츠펠트의 후임으로 데려온 펠릭스 마가트는 슈투트가르트에서의 뛰어난 지도력을 바탕으로 큰 기대를 받았던 인물이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는 안목이 탁월했고, 자신의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슈투트가르트 유치원'의 돌풍을 주도했다. 실제로 마가트가 바이에른에서 이뤄낸 역사적인 성과, 즉 2년 연속 리그와 포칼에서 정상에 오른 업적은 그가 분명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도 대외컵에서의 부진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팬들과 프런트는 마가트가 큰 무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던 팀의 역사를 재정립해주길 원했지만, 마가트는 이러한 팬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스타급' 선수들과 '스타급' 프런트와도 원만하게 지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마도 마가트가 바이에른의 이름을 리그 2-3위권에만 올려놨다면 그의 경질은 시즌 중도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을 앞두고 있었던 바이에른이었기에, 섣부른 감독 교체는 팀에 독이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를 받으며 시작했던 후반기 초반, 마가트는 자신의 마지막 기회를 허공에 날려버렸다. 바이에른은 후반기 첫 세 경기에서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고 이는 팀에게 'UEFA컵 강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공했던 것.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얻지 못하는 시나리오는, 바이에른으로서는 강등과도 같은 악몽이었고 이는 마가트 체제 유지의 명분을 순식간에 허물어버렸다.

이러한 과정에서 히츠펠트를 재영입한 것은 팬들의 상반된 의견을 불러 일으켰다. 3위를 목표로 하는 현 시점에서, 히츠펠트는 이러한 팀의 '최소 요구치'를 이뤄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긍정적인 평이 그 첫째였다. 그러나 2년 반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현직을 떠나있었다는, 그리고 여전히 수비적인 그의 전술 스타일이 단시간내에 변화를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도 상당 부분 존재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전문가와 팬들이 인정하는 단 한 가지가 있었으니, 그가 현 시점에서 바이에른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독일 출신 감독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히츠펠트의 복귀에 따른 잡음은 곧 기대로 바뀌기 시작한다.


- 사커라인 김태우 -
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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