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39909

"'전봇대' 많아서 투자 안된 것 아니다"
['MB식 경제' 긴급점검 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교수 인터뷰 - 김종철(jcstar21)


'이명박식 경제'가 출항도 하기 전에 비틀거리고 있다. 우선 국내외 경제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 경기침체를 빼더라도, 물가폭등과 주가폭락 등 경제 주체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실용주의'를 표방한 'MB식 경제'에 대한 기대감도 줄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식 경제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그의 대표공약을 중심으로 본 당선 이후 약 50여일간의 평가와 전망을 5차례에 걸쳐 해본다. <편집자주>


"지금 보면, 마음이 너무 급한 것 같아요. 대통령이야 자기는 5년만 하니까 (마음이) 급할 지 모르지만, 5년 후에 우리나라가 문 닫습니까?"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이미 크게 올라가 있었다.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이다. 신자유주의 비판으로 널리 알려진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경제학 교수.

지난 14일 그와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이명박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방향과 전망 등에 대한 것들이었다.

장 교수는 인터뷰 내내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매섭게 비판했다. 실용주의 정부를 표방한다면, 제대로 해달라는 것이 그의 당부였다.

그는 중국의 전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예를 들며, "실용주의는 점진적으로, 돌 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수위가) 마치 온 나라를 뜯어 고치려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위의 '작은정부론'에 따른 정부조직개편과 7% 성장을 위한 경기부양, 영어공교육 논란 등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정부규제 때문에 투자 안 한다? 별 근거 없는 얘기">

장 교수는 먼저 '전봇대'로 상징되는 정부의 규제와 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장 교수의 말이다.

"(정부)규제 때문에 기업의 투자가 안 된다는 것은 별 근거가 없는 이야기예요. 중국이 규제가 없어서 저렇게 고성장하는 것이 아니에요. 선진국을 보더라도, 스웨덴이 미국보다 규제가 훨씬 많아요. 그럼에도 스웨덴이 미국보다 (경제) 성장률이 높습니다."

그는 "규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규제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돈 버는 사업이라고 판단하면, 도장 300개가 필요하더라도 기업은 허가 받으러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10년동안 국내 기업들의 투자 부진은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본시장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갑작스런 자본시장 개방으로 기업간 인수합병이 가능해지고 외국투기 자본에 대한 규제가 잘 안되면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됐다"면서 "전봇대가 많아서 (기업들이) 투자를 안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자본시장 개방과 함께 정부의 산업과 기술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면서, 기업들 스스로 정부 규제가 상대적으로 커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새 정부는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대폭 정리하고, 세금 감면 등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그동안 정부로부터 힘을 받지 못했던 '경기부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달 말 미국 주요 대학 등지에서 열었던 강연 후, "정부의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면 해야한다"면서 "서방 선진국들도 자국 경제와 산업을 살리기 위해 경기부양에 나선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경기부양론이 지금도 유효하냐'고 물었다. 참여정부는 정부차원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나서지 않았었다.

"'경기부양' 하면 그동안 (중앙은행에서) 돈을 풀고, 신용카드를 남발하고, 세금 깎아주고, 각종 규제 풀어준다는 것만 생각해요. 이렇게 되면 당연히 정부나 경제주체 모두에 결코 이롭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장 교수의 답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겪을수 있다"면서 "대신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거나, 생산력을 높이는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교육과 의료비 혜택을 통해 장기적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규제완화를 통한 7% 경제성장 가능성에 대해 "숫자에 너무 집착해서 그것을 맞추려다 경제에 무리수를 둘 수 있다"면서 "(경제성장 전망치를) 6%로 내린 것은 다행이지만, 요즘 국내외 여건을 보면 '잘해야 5%'라는 말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고 말했다.

<영어로 수업하는 그의 영어발음은...>

정부조직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본질적인 문제는 건드리지도 않고, 제대로 된 논쟁이나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작은 정부가 무조건 좋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제하고, "(이명박 정부가) 먼저 무엇을 해야 할지 그 일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원과 조직이 필요한지를 우선 합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작은 정부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하자"고 강조했다. 장 교수의 말이다.

"공무원은 그대로, 하는 일도 똑같은데 부처만 2~3개 줄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또 작은 정부가 무조건 좋다는 식의 명제를 그냥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실용주의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거죠."

그는 싱가폴의 예를 꺼내 들었다. 국민소득에서 정부지출이 차지하는 비율만 보면 싱가폴은 작은 정부라는 것. 대신 싱가폴 국민소득의 22%를 공기업이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것이 작은 정부인가, 큰 정부인가"라고 되물었다.

공무원 감축에 대해서도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경찰을 다 없애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과연 이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인지, 돈이 얼마나 들고, 줄여나갈 것인지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한창 논란이 됐던 영어 공교육 문제도 이야깃 거리에 올랐다. 그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오렌지' 발음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한마디로 코미디이며, 자칫 세계에서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시 장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영어는 여러가지 언어기술 중의 하나예요. 아무리 정보통신 산업이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전자공학도가 될 필요가 없죠. 영어를 잘하면 좋긴 하지만, 모든 국민이 영어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깁니다."

20년 넘게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영어로 많은 책을 내고 학생을 가르쳐온 장 교수지만, 원어민 수준의 영어 발음은 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가 세계적인 경제학자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영어 발음이나 회화 능력보다는 전공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물론 영어 읽기와 올바른 쓰기가 회화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어떻게 보면 (영어) 몰입교육을 하지 않아도,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경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말 고급인력을 키우려면, 영어에 앞서 자기분야에서의 실력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왜 영어회화를 하기 위해서 온 나라를 뒤집어 놓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정부가 정말 제대로 중심을 잡고, 무엇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하준 교수는 누구-?>

86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당시 대학 동기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갈 때, 그는 영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가 둥지를 튼 곳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이곳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난 90년 10월 만27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의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됐다.

80년대 후반 미국식 개발경제학에서 벗어나 영국에서 공부한 것도 남달랐지만, 그는 영국에서도 주류경제학이 아닌 '제도경제학'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전공했다. 주로 경제모델과 계량화에 치우친 미국식 방식과 달리, 제도의 변화를 중심으로 경제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하려는 것이 새로운 경제학이다.

지난 2002년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꼬집으면서, 그들의 위선적인 세계화를 고발한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 를 출간했다. 이어 2003년엔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어지는 '뮈르달상'을 한국인 처음으로 받았다. 이어 2005년에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학자에게 수여하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또 중남미의 반미 성향 좌파 지도자인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을 때 장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그동안 <개혁의 덫>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등의 책을 출간했으며, 지난해 말 대중적인 문체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펴냈다. 이 책을 두고 세계적인 석학인 노암 촘스키 교수는 "장하준의 경고는 오싹하지만 수긍하지 않을수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임 군

BLOG main image
유럽 축구와 메이저 리그를 즐기는 공간입니다. +_+ by 임 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769)
축구 (1699)
야구 (454)
야구/축구 외 스포츠 관련 (120)
음악 (5)
기타 동영상 (300)
기타 글 (171)
잡설 (17)
Total : 641,345
Today : 153 Yesterday : 566
Statistics Graph
네이버에 북마크 다음에 북마크 마가린 바르기 HanRSS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News2.0에 투고하기 del.icio.us에 북마크하기 Digg에 번역해 투고하기 dzone에 번역해 투고하기 붐바
Add to Google 블로그얌::블로그가치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