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막바지로 접어들고 우승후보에 대한 판도가 가려지고 있는 시점에서 3이라는 숫자는 신비의 수인 듯 하다. 우승을 놓고 다투는 팀은 셋. 라누스, 보카, 그리고 티그레. 선두와 이를 따르는 보카와의 승점차도 셋. 그리고 전기리그의 남은 경기도 셋이다. 올 전기리그는 월드컵 남미예선으로 인해 2주 동안 달콤한 휴식기간을 갖게 될 예정이다.



전기리그가 이제 3경기만을 남겨 둔 시점에서 우승의 향방은 3파전으로 나뉘게 됐다. 이번 16라운드를 통해 라누스와 보카, 그리고 티그레가 각각 승리를 거두며 마지막 우승권에 돌입하게 됐다. 라누스는 총 승점 33점으로 보카를 3점차로 따돌리고 있으며 가장 흥미로운 점은 오는 18라운드에서 이 두 팀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날 예정이다. 보카의 뒤를 추격하고 있는 티그레는 승점 28점. 몇 주전까지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던 인데펜디엔테는 결국 막판에 무너지며 반필드와 함께 사실상 우승의 꿈을 져버려야 했다.

라누스, 우승 목전에서 방심은 금물

라누스는 우승이라는 영광의 자리를 향해 또 한번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최하위 팀인 센트랄을 상대로 아름다운 축구, 결정력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준 것이다. 골이 들어가야 할 때 들어가주었고 디에고 발레리가 팀을 이끌며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했다. 1골 외에도 나머지 3골 모두 발레리의 발에서 나오며 센트랄을 무참히 무너뜨렸다. 그럼 라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첫 째, 기복 없는 플레이와 언제나 신선한 축구, 즉 창조적인 축구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둘 째, 라누스에게는 홈 경기, 원정 경기가 그다지 중요치 않다. 어디서든 한결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다. 카브레로 라누스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현재 우리 팀이 어느 위치에 올라서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며 이제 우승 이외에는 바라볼 수 있는 곳도 없다”며 “충분히 그만한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야심차고 자신감 있는 소감을 밝혔다.

이제 라누스는 쉽지 않은 3경기를 앞두고 있다. 17라운드에서는 아르헨티노스와 홈 경기를, 18라운드에서는 보카와의 원정 경기,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힘나시아 라플라타를 홈으로 불러들일 예정이다. 3경기 중 어느 경기가 가장 힘들고 쉽다는 것을 평가하기 앞서 라누스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보카와 티그레, “그래도 끝까지 가본다”

보카는 또 다른 우승후보다. 지난 수페르클라시코에서 리베르에게 짓밟히며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던 보카의 최근 뒷심은 내심 예상 밖이었다. 15라운드에서 빅매치였던 라싱을 상대로 골잔치를 벌이며 사기를 재충전한 까다로운 경기로 예상되었던 벨레스에게 또 한번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특히 팔레르모의 맹활약과 알바로 곤살레스의 깜짝 등장은 미겔 앙헬 루소 감독이 결코 클럽월드컵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과연 보카가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보카가 먼저 리그 우승을 확보하려면 라누스와의 차이를 좁혀야 하는데 보카의 일정도 만만치는 않다. 17라운드에서는 아르세날과의 비교적 원만한 경기가 기다리고 있지만 18라운드에서 선두 라누스와,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자신들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티그레와의 원정 경기가 남아 있다.

3위를 달리고 있는 티그레는 설사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박수를 받을 만한 리그를 치르고 있다. 물론 카냐 감독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티그레는 산마르틴과의 원정 경기에서 귀중한 승리를 가져오며 우승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티그레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들이 어떤 색깔의 축구를 구사하는지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롱패스를 자제하며 짧은 숏패스 위주로 경기를 이끄는 티그레의 이런 모습은 현명한 전술의 결과다.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하는 한 팀으로 보인다. 아얄라, 에레로스, 라사로는 조용하지만 효율적인 축구를 보여주는 티그레의 3인방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 티그레의 남은 일정은 17라운드에서 최하위 센트랄과의 홈 경기, 18라운드에서 아르헨티노스와의 원정 경기 후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카와의 홈 경기를 갖게 된다.



‘우승은 저만치 날아가네’

지난 라운드에서 리베르와 산로렌소가 우승과 결별을 했다면 이번 16라운드에서는 반필드와 인데펜디엔테가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반필드는 비교적 약체로 평가 받던 힘나시아 데 후후이와의 홈 경기에서 졸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하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1점만을 얻었다. 우승에서 멀어진 반필드는 설상가상으로 평생 라이벌인 라누스의 질주에 배 아파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한편 인데펜디엔테는 자신들의 홈 구장에서 에스투디안테스에게 무너지며 결국 불합격하고 말았다. 최근 4경기 동안 승리를 챙기지 못하며 어이 없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인데펜디엔테가 보여준 가장 큰 문제점은 팀이 가장 힘들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체요소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데니스 혼자만으로는 북치고 장구치고, 모든 짐을 짊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 16라운드는 결국 라싱의 미소로 시작됐다. 라싱은 최근 팀 내부에 분열이 일어나며 용광로처럼 뜨거운 문제를 안고 라플라타를 방문했다. 경기 시작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라싱은 나바로 골키퍼의 환상적인 선방과 백전노장 클라우디오 로페스의 활약으로 잠시나마 평안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로페스의 천금 같은 2골은 팬들에게 오는 17라운드에서 맞붙게 될 평생 라이벌 인데펜디엔테와의 아베야네다 클라시코에서 승리를 취할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을 안겨줬다.

한편 리베르는 또 한번 우승과는 확실하게 벽을 쌓으며 선두 라누스와 10점차로 벌어지면서 이별을 고해야만 했다. 리베르에게 이제 남은 건 코파 수다메리카나(남미컵)의 우승뿐이다. 이를 미리 염두 한 탓인지, 파사렐라 감독은 우라칸을 상대로 2군에 가까운 팀을 내세웠다. 경기 내내 리베르의 머리 속은 남미컵으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였다. 반면, 우라칸은 이런 리베르를 잘 활용하며 이번 시즌 빅클럽들과의 경기에서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산체스 프레테는 동점골과 결승골을 기록하며 이날 경기의 영웅으로 팬들에게 갈채를 받았다.

“우승? 우린 살아남는게 더 급하다”

1부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하다. 올림포는 마투테 모랄레스의 극적인 골로 뉴웰스를 제압하고 미소를 지었다. 이 승리로 올림포는 자동 강등권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으며 반대로 뉴웰스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 만일 오늘 당장 리그가 막을 내린다면 뉴웰스는 2부 리그로 강등하게 될 처지에 놓였으니 말이다. 아직 후기리그라는 긴 여정이 남아있어도 변화를 주지 못하면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은 아무도 해줄 수 없는 것이다.

긴장과 열정의 전기리그. 이제 남미예선의 휴식기간이 지나고 나면 진실의 시간이 올 것이다. 과연 라누스가 보카의 압박을 견뎌내고 클럽 역사상 첫 우승의 대업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 어느 때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결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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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2007/10/28 - [축구/기사 혹은 칼럼] - [남미컵8강]아르세날, 치바스 꺾고 사상 첫 준결승 진출
아르헨티나에서는 리그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우승을 향한 선두권 싸움이 치열하다. 이런 경우 흔이들 말한다. 결국 우승은 보카나 리베르가 할거라고. 현재 시즌종료를 4라운드 남겨놓은 가운데 라누스, 보카, 인데펜디엔테, 티그레, 반필드(이상 순위별)가 승점 5점내의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보카와 인데펜디엔테 중에서 리그 우승팀이 가려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명문팀의 클럽기념관에 우승트로피 하나 더 놓여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위싸움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소위 약팀으로 분류되던 팀들의 선전이라고 하겠다. 리그 막판 우승권에 접어들었다면 라누스와 티그레의 이번 시즌은 선전을 넘어 돌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주말 벌어진 이 두팀간의 맞대결에서 라누스가 승리하며 티그레의 돌풍을 일단 잠재우고 선두를 지켰다. 티그레로서는 아쉽게도 그 기세가 꺽이며 5위로 내려앉았지만 2부리그에서 1부로 갓 올라온 후 이정도 결과라면 대만족이다.



라누스는 아르헨티나 축구클럽들중 역사가 오래된 클럽중에 하나이다. 1915년 창단됐으니 우리로 보자면 할아버지 벌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라누스 클럽이 겪은 축구세월은 부침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승강제하에서 1부와 2부를 오가며 때론 3부로 까지 떨어지기도 했고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위기에 몰려 구단이 문닫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승부의 부진에 빠지고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때 마다 라누스 클럽을 살린 것은 바로 1915년부터 한결 같은 응원을 보내고 있는 팬들의 힘이었다.

불행이라면 불행이랄까 라누스 클럽과 팬들은 보카나 리베르의 팬들이 수없이 만끽했던 리그 우승의 기쁨을 여지껏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를 대신해 2부리그 강등의 아쉬움과 1부리그 진출의 기쁨 가운데서 파도타기를 한지 어언 100여년이 되고 있다. 그나마 좋은 기억은 90년대 중반 현 스페인의 레알베티스 엑토르 쿠페르 감독이 팀을 이끌 당시 코파콤메볼 대회(남미컵 대회 전신중의 하나)에서 타이틀을 차지한 것이 유일무이한 자랑할만한 메이저 우승의 기억이다.

90년대부터 현재까지 1부리그에 머물며 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는 전력을 라누스가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사이 클럽유소년 팀에서 키운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전력을 쌓아 지난해 전반기에 리그 준우승을 하고 올해 후반기리그 현재 우승을 꿈꾸고 있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골키퍼 카를로스 보시오 선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 기세대로라면 라누스는 어떤 팀에게도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팀 분위기를 말한다.

라누스 우승의 최대 난적은 바로 리그 막판 18라운드에서 만나게 될 보카와의 원정경기이다. 리베르와의 라이벌 전에서 기세가 꺽였다고는 하지만 보카는 우승자격이 있는 팀중의 팀이다. 최근 리그 우승과 12월에 일본에서 열릴 FIFA클럽월드컵 참가를 앞두고 있는 선수들에게 보카 부단장은 그 우승의 대가로 각각 150만불과 250만불의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독려하고 있다.



리그를 넘어 남미로 눈을 돌리면 역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남미컵 대회 4강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클럽 아르세날 데 사란디를 주목하고 싶다. 아르세날 역시 실력이나 명성으로 치자면 라누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영세하다. 1957년 창단과 함께 하부리그에서 출발한 사란디 클럽은 1부리그로 올라오는데만 무려 45년이 걸렸다. 구단의 가장 큰 우승의 기억은 1992년 아르헨티나 3부리그격인 지역리그에서 우승하면서 2부리그 진출에 성공한 것이고 그 후 10년 세월을 기다려 2002년에 드디어 2부리그 나시오날 B를 우승하면서 1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룬 것이다. 그나마 이 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사족을 붙인다면 현 FIFA부회장 겸 아르헨티나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훌리오 그론도나 회장이 창단한 구단(현재는 그의 아들 훌리토 그론도나가 구단주로 있음)이며 멕시코 월드컵 독일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아르헨티나의 축구스타 부루차가가 팀을 1부로 이끈 감독이었다는 것이다.

2002년 1부리그로 올라온 후 아르세날은 2부리그 강등을 당하지 않으며 리그 중위권 전력으로 팀 입지를 굳힌다. 급기야 최근 2번의 리그에서 연속으로 5위에 오르며 이번 시즌 후반기 남미클럽대항전에 명함을 내밀었다. 32강에서 아르헨티나 리그 디펜딩 챔피언 산 로렌소를 꺽고 16강에 올라 브라질의 고이아스를 이기고 8강에 올랐다. 멕시코의 명문 치바스 과달라하라와의 홈1차전에서 득점없이 비기며 4강진출 전망을 어둡게 했다. 과달라하라 2차원정에서 고전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적같이 1대 3 원정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산 넘어 산이라고 운명의 4강전 상대는 바로 같은 아르헨티나 팀인 리베르 플라테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연상케 한다. 마침 오늘 열린 사란디 홈1차전에서 두 팀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0대 0으로 비겼다. 결승행 티켓의 향방은 리베르의 홈 모누멘탈 구장에서 가려지게 됐다.

아르세날과 라누스. 각각 남미컵과 리그에서 우승을 향한 8부능선을 넘고 있다. 자금력과 선수구성에서 월등한 다른 우승후보들에 비해 부족한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여기에서 멈춘다한들 아무도 질책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오직 승자만을 기록한다. 보카나 리베르가 수십회 우승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아르세날과 라누스가 한번 우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변을 일으키며 예상치 못한 팀의 우승은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이다. 구단과 선수 본인들에게는 여기까지 오기까지 그 동안 함께 고생한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랄 것이고 나아가 역사의 한 페이지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 간절할 것이다. 오랜 우승을 꿈꾸며 그린 한세기와 반세기, 과연 누가 그 화폭에 화룡점정할 수 있을까.

사진|AP

[남미축구전문가 장기현의 리베르타도레스 이야기]
장기현은 '라이언 킹' 이동국의 미들스브러 입단을 성사시킨 FIFA선수 에이전트이자 남미축구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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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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