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포클레인 기사의 항변
[작가들, 운하를 말하다] 안재성

2008-02-24 오후 6:31:35





환경운동단체에서 탈퇴한 이유

미리 말씀드릴 것은, 나는 환경운동가가 아닐뿐더러 어떤 환경단체의 회원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나는 지난 십여 년 동안 포클레인 기사로서 환경파괴에 일조해온 사람이다.

나도 80년대 초 공해문제연구소가 세워져 서울의 물과 공기를 정화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했을 때는 이를 적극 지지했다. 당시, 공장폐수와 생활폐수로 인한 수질오염, 농약과 화학비료의 남용으로 인한 토지오염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거의 삼십 년이 되어가는 오늘날 한강을 비롯한 수원지들이 이만큼이라도 깨끗해지고 공장 폐수와 매연에 대한 대책이 세워진 것은 공해문제연구소와 같은 환경단체들의 노력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환경단체들의 활동이 인간을 위한 공해퇴치운동으로부터 모든 생물의 생존을 위한 생태문제로 발전하면서 나는 환경운동에 점차 흥미를 잃었다. 노동운동과 민중생존권 보장처럼 인간의 삶을 위한 운동으로 평생을 보내온 내 감성으로는 도롱뇽이나 수달 같은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일체의 개발을 중단하라거나 댐을 만들지 말라는 주장을 이해는 해도 동참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때는 환경운동 단체에 가입하기도 했었지만, 보내오는 회보의 내용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떠오르는 의문들은 이러했다. 생태를 보호하기 위해 댐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데, 만일 댐이 없다면 이 나라 5천만 국민이 어떻게 마음 놓고 수돗물을 마시며 살 수 있단 말인가? 하천변 제방을 쌓지 말고 자연 상태로 만들라는데, 인류의 역사야말로 제방 건설의 역사가 아닌가? 자연 하천을 방치하면 농토는 물론 주거지의 대부분이 모래사장 아니면 늪지로 변할 텐데 생태를 위해 인간은 죽어도 좋다는 말인가?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 도롱뇽이 죽는다며 절대 반대하는데, 그럼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들판에 길을 내면 농민들은 어디로 간단 말인가? 농민들이 농약과 비료를 써서는 안 된다고 강변하는데, 수천 년 전의 원시적인 농업기법으로 돌아가 농업생산량이 몇 분의 일로 줄어들면 굶주리는 사람들은 어쩔 것인가?

이런 큰 문제 말고도 회보에 실리는 온갖 사소한 반대들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설악산 입구에 모노레일을 깔고 차량 출입을 금지하면 매일 수천대의 차량이 뿜어대는 매연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도 자연파괴라며 안 된다하고, 사람이 오르기 힘든 높은 산에 케이블카 건설도 절대 불가하다는 등, 뭐든지 안 된다고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환경론자들 말대로 하자면 일체의 건설공사를 중지하거나 아니면 과거로 회귀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요즘의 환경운동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사람을 지구의 적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이러한 의문들에 대해 환경운동가들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답변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답변도 나를 시원하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했다. 모든 인간이 수천 년 전으로 돌아가 전기, 전화, 차량, 도로, 빌딩 같은 것 없이 살지 않는 이상, 일정한 개발과 자연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다만 지나친 훼손과 난개발, 과도한 자원낭비를 막으려는 노력은 언제든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여러 선후배들이 운영하는, 이십여 년 이상 관계를 맺어온 환경단체에서 스스로 탈퇴를 해버리고 말았다. 이는 적어도 내가 인간과 모든 생물을 동등하게 생각하는 원리주의적인 생태주의자가 아님을 말해준다. 또 무조건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자연보호주의자도 아님을 말해준다.

내가 탈퇴까지 하게 된 데는 10여 년 간 포클레인 기사로 살아온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토목건설, 건축 공사가 서민들의 생계에 얼마나 큰 바탕이 되는지를 보았고, 토목공사는 환경을 훼손하는 의미만이 아니라 자연재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까?

아무튼, 이처럼 요즘의 생태주의 환경운동에 별 호감을 갖고 있지 않던 내가 이번의 한반도운하 건설만큼은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서게 되었다. 그 이유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제시했듯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나는 포클레인 기사의 한 사람으로서 기술적인, 공해적인 측면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아름다운 충주호와 월악산

▲ "요즘의 생태주의 환경운동에 별 호감을 갖고 있지 않던 내가 이번의 한반도운하 건설만큼은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서게 되었다." ⓒ프레시안

이천에 살고 있는 내게 남한강 일대는 퍽 낯익다. 현재 운하의 제3안인 스카이라인 노선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달천강은 그 상류에 오랜 벗이 살고 있어 벌써 30년 전부터 드나들던 평화롭고 고요한 곳이다. 십여 년 전만해도 달천강가에 텐트를 치면 강물을 그대로 퍼서 마시고 밥을 지어 먹었다.

또한 26킬로 산중 터널 노선으로 거론되는 이화령부터 주흘산, 월악산 그리고 충주호 일대는 평소 내가 남한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세와 물길을 가진 곳이라 칭송해오던 곳이다. 서울서 친한 벗이 오면 반드시 월악산에 들렸다가 충주호에서 배를 타는 게 일과였다. 충주호의 맑고 깨끗한 물에 놀란 친구들은 중국의 계림보다 더 상쾌하고 좋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포클레인을 배우자마자 수안보와 새재 일대를 새로운 정착지로 정하고 집을 사러 드나들다가 멀지 않은 이천에 자리 잡은 것은 우연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맑은 물 위에 수천톤급 컨테이너선을 띠우겠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강을 파헤치고 기암절벽을 때려 부수고 가장자리에 둑을 쌓겠다고 한다. 미칠 노릇이다. 중국 남부나 유럽처럼 해수면과 큰 차이가 없는 드넓은 평야에 물길을 파서 자연스레 새 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배를 해발 110미터 이상 들어 올려 억지로 물 위로 끌고 다니겠다는 거다. 배를 산으로 끌고 가는 것도 기막힌데 승강기에 실어 열아홉 번이나 오르락내리락 거리겠다는 거다.

남한 땅에 도로가 부족하거나 차량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평야지대의 운하처럼 별도의 큰 동력이 필요 없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으리라. 중국의 운하처럼 식수원과는 상관없이, 어차피 버려진 더러운 물이라면 배를 띄울 수도 있으리라. 아니,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 맑고 깨끗한 물에 수천 톤의 배들을 수십, 수백 척이나 띄워 기름때를 묻히겠다는 거다. 떡밥이 물을 더럽힌다고 낚시도 통제하던, 철저한 정화시설을 갖추어도 강변 근방에서는 일체 농축산을 하지 못하게 해오던 수원지 보호 정책들이 갑자기 무의미해지고, 마음껏 물을 더럽히겠다는 거다.

그들은 말한다. 석유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운하는 기름을 가장 적게 먹는 운송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배를 열아홉 번이나 들었다 놨다하는 에너지 비용은 공짜란 말인가? 평지 운하라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많은 짐을 나를 수 있겠지만 이런 구조로는 에너지대비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혀 타당성도 경제성도 없는 운하를 위해, 도대체 왜 이 깨끗한 물을 더럽히려 하는가?

정치적 이해득실로만 본다면 기어이 운하가 추진되는 것이 오히려 진보세력에게 유리하다. 경부운하 공사가 시작되고 그로 인한 엄청난 재앙이 현실로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사게 되면 이명박 정권과 보수우익들은 이후 오랫동안 정치권력에서 배제될지 모른다. 거꾸로, 우리의 반대를 핑계로 운하를 포기한다면 이명박과 보수정권은 손 안 대고 코 푼 결과가 될 것이다. 정치적 이해득실로만 보면 적당히 반대의견을 제시하다가 슬그머니 운하를 추진하게 내버려두는 게 우리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알량한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반도의 대재앙을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포클레인과 강물

설사 운하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도대체 운하를 만들기 위해 이 아름다운 산천을 얼마동안이나 더럽혀야 하는가? 또는 영원한 불구로 만들 것인가?

이번에 우리 리얼리스트100의 소속 작가 26명이 직접 탐사해본 결과, 현재 운하의 유력한 노선으로 거론되는 지역들은 절대 함부로 물을 건드려서는 안 되는 지역이었다. 수심이 불과 일 미터에서 이삼 미터 밖에 안 되는 인공호수와 강을 최소 6미터 이상 깊이와 수십 미터 폭으로 파내는 작업은 그 자체가 엄청난 공해가 될 수밖에 없다. 대형 기계들이 물속을 헤치며 일으키는 흙탕과 기계들 고유의 기름으로 인한 오염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을 완전히 파괴해 버리는 과정에서 일어날 풍경의 변화와 물고기 몰살 등 온갖 환경 재앙에 대한 분석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자. 나는 포클레인 기사로서 포클레인 작업에 관련된 부분만 말하자.

강물을 휘저어 강바닥의 흙을 퍼 올리고 바닥의 돌을 분쇄해야 하는 포클레인은 수십 군데가 넘는 굴절 부위마다 윤활유의 일종인 그리스를 치게 되어 있다. 크림처럼 생긴 이 그리스는 물속에서 두어 시간만 작업하면 물에 다 녹아버리고 기계에서 뻑뻑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물이 닿는 작업을 할 때는 하루에서 서너 번씩 그리스를 쳐야만 한다. 먼저 친 그리스는 물에 녹아 하류로 흘러간다는 말이다.

그리스뿐 아니다. 포클레인들은 연속작업을 할 경우 최소 한 달에 한 번씩은 엔진오일을 교환해야 하는데 오일 교환시설이 갖춰진 카센터에 갈 수가 없으니 일하는 현장에서 직접 이십여 리터에 이르는 오일을 교환하게 된다. 이때 포클레인 기사들은 그냥 땅을 파고 폐오일을 버리는 일이 많고, 아무리 조심해 수거한다 해도 상당한 기름은 밖으로 흘리기 마련이다. 수천대의 포클레인이며 불도저, 콘크리트 펌프 같은 온갖 기계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오일을 갈아대는 것만도 또 다른 재앙이다.

그리스는 양이 적다치고, 폐오일 관리도 철저히 한다고 치자. 그러나 포클레인은 수백 개의 유압호스로 이뤄졌는데 다소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모든 포클레인에서 조금씩 유압유가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약해진 순서대로 차례로 유압호스가 새거나 터지기 때문에 포클레인 밑에는 늘 유압유가 흥건하기 마련이다. 호스가 터지는 일은 일상사나 다름없는데 큰 차의 경우 호스 하나만 터져도 20리터들이로 몇 통의 유압유가 흘러나온다. 방금 산 기계가 아닌 이상, 포클레인 기사라면 누구라도 한 달에 한두 번, 낡은 차는 이틀이 멀다하고 호스를 교환해 주어야만 한다. 50개 공구에서 수천 대의 포클레인들이 일한다면 그 일대가 얼마나 더러워질 것인가? 사소한 것 같지만 거대 장비들이 투입된 지역은 그 자체가 이미 오염인 것이다.

기름이란 얼마나 무서운 환경파괴물질인가? 한 예로, 몇 해 전 이천 우리 집 바로 옆 길가 논에 유조트럭 한 대가 전복되어 맑은 석유가 쏟아졌는데 이를 완전히 걷어내기까지 수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고도 결국은 포기한 채 새 흙을 수천대나 퍼부어 땅을 돋우어야 했다. 그 작업은 내가 직접 포클레인으로 했기 때문에 기름의 독해가 얼마나 지독한가를 잘 안다. 그 땅에는 올해도 아무 것도 심지 못했다. 믿어지지 않거든 직접 와서 보라. 내가 직접 안내해 줄 수 있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석유를 절약하기 위해 꼭 운하가 필요하다면 나는 차라리 경부고속도로처럼 평야지대를 일직선으로 뚫으라고 권하고 싶다. 왜 굳이 굽이굽이 아름다운 강물을 파헤쳐 물을 오염시키고, 물고기들을 몰살시키고, 그러고도 꾸불꾸불한 노선과 고도차이 때문에 실효성이 거의 없는 노선을 택하려 드는가? 차라리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평야지대의 생땅을 되도록 직선으로 파서 완벽하게 물길을 다듬어 놓은 후 한강 하류와 금강, 낙동강을 잇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

큰 배가 지나가기에는 너무 굽이치는 데다 이미 흐르고 있는 물을 이리저리 막거나 혹은 흐르도록 내버려둔 상태에서 기름범벅인 포클레인이 들어가 모래와 흙을 파 올리겠다는 건 아예 강물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또 그 강물이 흘러내려갈 팔당호와 서울의 한강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건설업자들의 이심전심

건설 자체가 너무 많은 어려움과 피해를 줄 것이며 건설한 뒤에도 이를 이용할 화물주가 없어 결국은 막대한 경제 손실만을 가져올 운하를 왜 추진하려는 것일까?

찬성론자들 스스로 말하듯이 우선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함일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설 무렵, 포클레인이나 덤프트럭 기사들 사이에서는 새 정부는 꽤 힘들겠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왜냐하면 영종도의 인천공항 공사며 중부지방의 두 개 남북 고속도로 등 주요 대규모 토목공사가 끝났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큰 공사가 사라진 노무현 정부는 시작부터 서민들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행정도시니 뭐니 하는 신도시 건설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임기가 끝남으로써 끝내 경제를 죽인 대통령 취급을 받아야 했다. 노무현 정권 내내 무역흑자는 사상최대를 기록하는 등 온갖 경제지표는 환상적인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망친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새 정부는 바로 이런 과오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빠른 시간 안에 운하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 좌충우돌하고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벌어지면 당연히 정치자금도 풍성해지겠지만, 그것은 나중의 문제일 것이다.

건설업자들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망하든 흥하든 일단 수조원이 오가는 공사에 뛰어들어야만 한다. 건설업자들이 분양이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지방에 아파트를 짓는다거나, 근본적으로 손해인 줄 알면서도 싼 값에 공사를 맡는 것은 회사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가 끝난 뒤에는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큰 공사를 맡으면 최소한 몇 년 동안은 마음껏 돈을 굴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운하는 4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황당무계한 주장과 달리 십 년이 걸릴지, 이십 년이 걸릴 지 알 수 없으니 그동안은 어떻게든 목돈을 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사 자체도 거의 불가능한 데다 엄청난 환경재앙을 가져오는 운하, 설령 완공이 된다 해도 이용자가 없어 배를 띠울 일이 거의 없을지도 모르는 이 운하를 추진하는 것은 오로지 건설업자들과 이들을 통해 불법적 정치자금과 국민의 지지를 함께 얻으려는 어리석은 정치가들뿐이다. 아마 이런 측면에 대해, 건설업자 출신 이명박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건설업자끼리 이심전심이다. 건설업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댓가다.

내륙 관광 재미없다

고도 차이와 수질오염 등의 치명적인 한계 때문에 만일 운하가 완성된다 해도 정상적인 운송수단이 되지 못한 채 관광 상품에 머물게 될 것은 자명하다. 찬성론자들은 이 부분에도 역점을 두어 설명한다. 운하를 오가는 컨테이너선들을 보는 재미에다가 이 컨테이너선들을 수십에서 일백여 미터 댐 위로 끌어올리는 리프트 이동 광경이 관광 상품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기가 막힌 상상력이다. 우리 작가들조차 입을 다물 수 없는 상상력이다. 아시다시피 소양호와 충주호에는 관광유람선이 운영되고 있으며 성수기 때는 제법 승객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거의 텅텅 비다시피 한다. 또, 처음 유람선에 오르면 갑판에 나가 사진 찍기 바쁘던 관광객들이 십 분만 지나면 대부분 실내로 들어와 바깥 경치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비슷비슷한 산으로 이뤄진 내륙 호수의 풍경은 금방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너무나 비합리적이고 기괴한 이 희대의 유물을 보기 위해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 20조 원으로 추정되는 투자를 회수할 수 있을까? 공사에 따르는 엄청난 환경파괴와 공사 이후의 재해를 보상할 정도로 돈을 벌어줄 수 있을까? 물론, 이런 기괴한 실패작을 보기 위해 엄청난 외국인들이 몰려온다는 가설 자체가 황당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설사 관광객이 넘친다 해도 전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투자다.

운하 추진세력의 항변?

누군가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까짓 포클레인 기사가 뭘 아느냐고. 그래? 나는 더 큰 소리로 퍼부어주고 싶다. 그래도 나는 십여 년 간 온갖 토목공사 현장에서 맨 앞장서서 일해 본 사람이다. 평생 흙 한 번, 기름 한 번 안 묻히고 책상머리에서 노닥거리던 교수 나부랭이들이, 타인을 속여먹는 일로 이골이 난 정치모리배들이 뭘 안다고 나서는가? 정치배들은 그렇다 치고, 이 명명백백한 재앙을 전혀 지형이 다른 외국의 사례를 들어 국민을 속이는 교수란 자들은 도대체 양심이라곤 있는 자들인가? 이 하찮은 포클레인 기사도 뻔히 알 수 있는 재앙을 교수 명함으로 가리고 거짓을 일삼는 저들의 추악한 행태를 누가 처단할 것인가?

또, 한국의 토목기술은 세계 최첨단이니 이 정도 운하는 얼마든지 건설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래, 할 수 있겠지. 이 엄청난 현대식 장비와 기술을 동원하면 수백 미터 빌딩만 세우겠냐? 수천 킬로미터 높이의 탑은 왜 못 세우겠냐? 바벨탑은 왜 못 세우겠냐? 일본까지 다리는 왜 못 놓겠나? 운하는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필요가 없다는 거다. 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들은 또 항변한다. 경부고속도로도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결과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느냐고. 기가 막히다. 경부고속도로는 차량이 거의 없던 시절에 자동차 시대를 앞당기는 선구적인 일이었지만 운하는 역사를 교통의 수천 년 전으로 돌리는 황당한 짓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말과 소가 다니는 도로를 개설하여 무공해, 무연료 도로라고 광고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은가?

정말, 끝까지 운하를 하고 싶다면 한강 하류와 금강, 낙동강을 잇는 평야지대 경부운하를 파라. 그것도 미리 생땅을 직선으로 곧게 파서 물길을 완전히 다듬어 놓고 강물을 흘려보내라. 멀쩡히 흐르는 상수원, 그것도 헤아릴 수 없이 굽이쳐 흐르는 강물에 수천, 수만 대의 기계를 들이대어 들쑤셔놓고 오염시키는 짓은 제발 하지마라. 진정, 당신들을 위한 충고다.

한국사에 길이 남을 거대한 실패작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분주히 움직이는 운하 추진세력은 불과 십 년 후면 역사적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멀쩡한 배를 태백산맥으로 끌고 올라가려는 자들, 교통의 역사를 수천 년 전 과거로 돌리려는 자들, 바로 눈앞에 놓인 가공할 재앙에 눈감은 채 돈벌이에만 급급한 투기꾼들, 운하를 추진하는 이 모두에게 역사의 심판이 따르리라.
필자 소개

1960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다. 강원대 재학 중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되어 제적되었다. 90년대 중반까지 구로공단 동일제강, 청계피복노동조합, 태백탄광지대, 구로인권회관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사랑의 조건』, 『황금이삭』, 『경성 트로이카』, 『이관술 평전』, 『이현상 평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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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2008/01/11 - [기타 글] - 경부운하 100분 토론 인수위 주장(특히 이대 박석순교수) 관련 비판글
눈이 트이는 느낌을 주는 글이네요.

경제성 타당성 평가 와 민자유치 관련 부분은 그야말로 실소를 금할 수 없음.

출처
jkl123.com

걱정이 앞서는 대운하사업

1. 머리말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신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약속 어기고 말
뒤집기를 밥 먹듯 하는 정치인은 경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전에
내건 공약은 반드시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다. 당선 되었다고 마음
이 바뀌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정치인이 될 자격조차 없다. 국민과 정치인 사이의
신뢰관계가 대의민주제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은 상식 중에서도 상식에 속하는 사항
이다.
그런데 한 가지 역설적인 점은 당선된 정치인이 선거 전에 내건 공약을 모두 지키는 것
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마지막 하나의 공약까지 모두 지키는 것이 최선
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선자가 공약을 적당히 깔아뭉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꼭 지켜야만 할 공약이 있는 반면, 지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공약도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요즈음 새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징후를 관찰해 보면 이 점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표를 얻기 위해 끼워 넣은 선심성 공약, 예컨대 신
용불량자 구제나 이동통신료 인하 약속을 지키겠다고 부산을 떨다가 여론의 포화를 맞고 주
춤거리는 모습이 그 단적인 예다. 그 선심성 공약들은 자신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시장주의와 상반되는 성격의 것들이다. 스스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공약이니 지켜
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은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 점과 관련해 한층 더 염려스러운 것은 소위 대운하사업이라고 부르는 공약이다. 수에
즈지협이나 파나마지협에 운하를 판다면 아무도 이상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길쭉
한 반도의 지형을 가진 나라에서 긴 쪽을 따라 운하를 판다면 그것은 정말로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 동안 서울과 부산을 잇는 육로, 해로가 없어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이 공약으로 인해 표를 얼마나 얻었는지 모르지만, 한 마디
로 말해 상식을 벗어난 발상임에 틀림없다.
대운하사업이 핵심적 공약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이것을 원하고 있
는 것은 분명 아니다. 사태의 진전 여부에 따라 심각한 국론 분열까지 초래할 수 있는 상황
이라는 생각이 든다. 명확한 다수의 반대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려 든다면 그것은
대단한 만용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면 우리 사회는 또
한번 엄청난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이 분명하다.
지금의 민심에 비추어 볼 때, 대운하 반대론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그리 쉬울 것 같지 않
다. 대운하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그리 절박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이 가져
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국론 분열이란 도박을 하지 않고 이 현안문
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적절한 구실을 붙여 차후의 과제로 미루는 모양새를 갖추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려면 퇴로를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하는데, 그 반대로 스스로 퇴
로를 막고 덤비는 모습을 보이니 걱정이 클 따름이다.
이 당선자와 주위 사람들이 과거에는 야당이었으니 아무 말이나 해도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국정을 책임지게 된 상황에서 체면이나 사소한 이득을 위해 위험스런 도박을
감행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다. 냉철한 자세로 돌아가 대운하사업이 정말로 국익에 도
움이 되는지를 다시 한번 짚어보아야 한다. 만약 이 일로 인해 국론 분열이란 비극이 초래
된다면 앞으로 임기 내내 이 문제로 발목을 잡힐 것은 물론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 다수결에 기초한 대의민주제의 문제점

무엇보다 우선, 당선된 정치인이 선거 전에 내건 공약을 모두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
다는 점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하겠다. 어떤 후보가 내건 공약의 모음을 정강(platform)이
라고 부르는데, 정강은 가장 많은 표를 끌어 모은다는 관점에서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가
장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는 정강이 가장 성공적인 정강이 되는 것이다. 투표자가 이 정강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공약을 모두 지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표자가 어느 한 후보에게 표를 던질 때 그의 공약 전체를 완벽하게 지지하
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흔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어떤 공약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른 더 중요한 공약을 지지하기 때
문에 표를 준다는 차원에서 표를 던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정치인은 투표자들의 성
향을 미리 짐작하고 가장 많은 표를 끌어 모을 수 있는 공약의 조합을 만들려고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후보가 전 국민의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각 개별
공약에 대한 지지도는 50% 수준을 훨씬 더 밑돌 수 있다. 그런 공약이 한, 두 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많을 수도 있다. 그와 반대로 선거에서 진 후보의 공
약 중에도 지지도가 50%를 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선거에서 이겼다는 사실이 모든 공약을 그대로 실천해도 좋다는 백지수표가 발행되
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제는 대통령이 되는 데 국민 50% 이상의 지지
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투표율이 어떤 수준이든 간에 다른 후보보다 한 표라도 더 많이 얻
으면 대통령으로 뽑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국민 중 아주 적은 비율의 지지를 얻고서도 대
통령으로 뽑힐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이 당선자가 압도적인 표차
로 당선되었다고 하지만, 투표율까지 감안해 생각해 보면 고작 전 국민의 30% 내외의 지지
를 받았을 뿐이다.
그나마 이 30% 수준의 지지율이라는 것도 이 당선자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100% 흔쾌한
마음으로 표를 던졌다는 것을 전제로 한 수치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찍었
다는 사람이 섞여 있다면 실질적인 지지율은 더 내려갈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 이런 사
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었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로 생각해 보아
도 그 비율이 아주 낮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그렇다면 이 당선자가 내건 공약 전반이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말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개별적인 공약의 차원으로 내려가면 국민의 지지도가 정말로 낮은 수준일 가능성
도 충분히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선거에 이겼기 때문에 모든 것을 우리가 말한 대로 실
행에 옮기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각 개별 공
약에 대한 지지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결과에 기초해 정책 수행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지난 선거의 결과에 대해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한 가지 점이 있다. 그것은 이 당선
자의 경제 살리기 공약에 대한 기대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그 밖에도 사회, 경제, 교육의 측면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공약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대운하사업에 대한 기대가 미친 영향은 지극히
작았을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의 표 쏠림현상이 대운하사업과 깊
은 관련을 갖고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운하사업이 이 당선자의 공약 중 국민의 지지도가 낮은 중 하나일 것이라는 심증
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짐작일 뿐이며, 이처럼 정확한 진상을 모르는 것은 이
당선자 측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요구하는 것이 대운하사업의 즉각적인 포
기는 아니다. 국민의 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에 대한 답을 얻
도록 노력하기를 촉구하는 것이다. 일부 인사들이 대운하사업에 대한 국민적 승인이 이미
난 것이라도 되는 듯한 언행을 보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힘들다.


3. 경제적 타당성 평가의 문제

요즈음 언론에서 대운하사업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이 당선자 측이 선
거 전에 작성한 평가보고서에 주로 기초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후보의 캠프가 선
전용으로 만든 평가보고서가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자신에게 유리
한 자료만으로 평가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평가보고서가
대운하사업 관련 찬반논쟁의 기초로 사용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당선자 측의 평가에 따르면 대운하사업에서 기대되는 편익이 소요 비용의 2.3배에 이
른다고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땅을 파기 시작해야 마땅한
일이다. 이렇게 수익성이 좋은 공공사업을 즉각 시작하지 않는 것은 범죄적 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평가 결과가 이렇게 좋게 나온다는 사실 그 자체가 그 평가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편익을 부풀리고 비용을 줄여서 계
산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만약 대운하사업에 관한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하기를 원한다면 이해관계를 갖지 않은 전
문가들로 구성된 팀에 평가 작업을 다시 맡겨야 한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작성된 평가보고
서 없이 찬반토론을 시작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선거가 모
두 끝난 이 시점에서 선거용으로 작성한 보고서가 갈 곳은 휴지통밖에 없다. 지금은 생산적
인 찬반토론 그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연 그 평가 결과가 얼마나 신빙성
을 가질 것이냐는 계속 의문으로 남는다. 과거의 굵직한 국책사업들, 예를 들어 경부고속철
이나 새만금 같은 사업의 타당성 평가결과를 보면 그런 의문을 갖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내가 그와 같은 사업의 평가과정에 간여하면서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그것은 정부가 원하는 사업이면 반드시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쪽으
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자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상할지 모르지만,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이라는 것은 그다지 과학적인 분석방법이 아니다. 편익과 비용을 제 맘대로 조작
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백하게 드러나는 수법을 쓴다면 모를
까 교묘한 방법으로 편익과 비용을 조작하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쉽게 잡아내기 힘들다. 그
렇기 때문에 어떤 사업이 타당성을 갖는다는 결론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처럼 쉬운 일이다.
예를 들어 경부고속철사업의 경우, 나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그 사업의 타당성을 의
심하고 있었다. 내가 그 사업의 심의과정에 참여할 때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테니 제발 심의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첫 번째 회의에서부터 정부가 그
사업의 추진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낌새를 눈치 챘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점은 번
번이 묵살되었고, 모든 것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적자투성
이 경부고속철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새만금사업의 경우에는 왜곡 평가의 정도가 그보다 한층 더 심했다. 정부가 주도해 작성
한 평가보고서는 수많은 명백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왜곡 평가에 사용되는 수법의
전형적 사례로 교과서에 실릴 만한 것들도 상당히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사법부는 그 타당성 평가가 적합한 것이라고 최종적인 판결을 내렸다. 불행하게도 비용-
편익분석을 둘러싼 싸움은 누가 진리에 가까이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힘이 세느냐에 의해서
그 승부가 결정된다.
대운하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겉으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내막에서 평가 결과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경부고
속철사업이나 새만금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벌써부터 불안
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할 평가보고서의 망령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
는 일이 생길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4. 대운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대운하사업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어떻든 간에, 나 자신은 이 사업에 절대 반대하는 입장
을 갖고 있다. 내가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대운하를 만든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시대착
오적인 발상이라는 데 있다. 과거에는 산을 깨부수고 물길을 돌려 국토를 개조하겠다고 난
리법석을 치면서 그것이 바로 경제개발이라고 떠들어대던 적이 있었다. 이렇다할 공장 몇
개도 변변히 없던 나라에서 급격한 산업화를 추진하다 보니 그런 일들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하천의 물길을 똑바로 만들고 시멘트 둑을 쌓아 놓는 것이 개발이라고 여겼던 때도
있었다. 여기저기에 인공시설물을 만들어 놓고 이제는 여기까지 문명의 손길이 뻗히게 되었
다고 자축하던 때도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자연상태를 파괴하는 것이 바로 개발이라고 생
각했던 때가 있었던 것이다. 청계천을 복개하고 그 위에 고가도로까지 설치한 장면을 찍은
사진을 서울의 발전상으로 선전하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환경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던 것에서 보존의 대상으로 보는 것으로 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자연은 원래의 상태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새
로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버리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이 당선자
자신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을 원래의 상태로 복원시킴으로써 시민들의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다는 사실이 바로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입증해 주고 있다.
멀쩡한 강에 갑문을 만들고 멀쩡한 산에 수로 터널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의 극치
가 아닐 수 없다. 강은 자연 그대로 흐르게 놓아둘 때 가장 건강할 수 있음을 모르는 사람
이 있을까. 홍수 조절이나 용수 확보를 위해 부득이 손을 댈 수는 있겠지만, 그것마저도 건
강한 자연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대운하사업이 구상하고 있는 정도의 대규모 개조가 주변의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없다. 과거라면 운하에서 나
오는 경제적 이득만을 따져 그것을 건설할지의 여부를 결정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그 사업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적 이득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그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당선자 측의 평가보고서에서 편익-비용비율이 2.3이나 되는 높은 수치로 계산되어 나
온 이유는 간단하다고 본다. 이 사업이 환경에 미칠 예기치 못한 악영향을 과소평가했기 때
문에 그런 장밋빛 전망을 할 수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과거 개발연대에서는 환경에 미치
는 악영향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이런저런 사업을 밀어붙인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개발에
서 보존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지금 그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접근방법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대운하사업을 통해 환경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이 당선자 측의 주장은 가소롭기 짝이
없다. 자연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에서 가장 건강할 수 있다. 이것은 삼
척동자라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운하사업이 하수도 처리장을 건설하는 일이라도 되는
듯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없던 물길을 새로 만들고 멀쩡한 산을 깎아 내리는 일
일 뿐 아니라, 그 주변에 건물이나 도로 등 수없이 많은 인공구조물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다.
대운하사업이 주변 생태계에 심각한 교란을 가져오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
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은 새로운 여건에 적응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교란된 생태계가 새로운 균형을 이루었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무도
자신 있게 예언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기상이변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와 결합되는 경
우에는 주변 생태계에 미증유의 대재앙이 닥칠 가능성까지 있다. 강 밑바닥을 준설하고 육
상 물동량을 운하로 돌림으로써 환경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태연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구조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도 대운하를 만든다는 것은 지극히 시대착오적인 발
상이다. 이제는 경제의 무게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점차 옮아가고 있다. 물건을
만들어 돈을 벌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지식의 창출과 유통이 새로운 부의 원천으로 떠오르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제조업 내부에서도 반도체처럼 작고 가벼운 물건의 생산 비중이 점차 높
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결과 물자의 유통이 거북이걸음으로 늘어나는 반면, 지식과 정
보의 유통은 토끼걸음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물류 그 자체의 성격도 비용보다 시간이 점차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는 추세로 바뀌
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제무역의 경우에도 운임이 해상운송보다 몇 배나 비
싼 항공운송 쪽을 선택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운하사업을 추진하는 측이 아무
리 애를 써도 감출 수 없는 하나의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운하를 통한 운송에 소요되
는 시간이 다른 수단에 의한 소요시간보다 엄청나게 더 클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간을 중요
하게 여기는 업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운하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
한다.
물류 촉진을 위해 운하를 판다는 것은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운하를 파는 토목사업은 그 자체로 구시대의 냄새를 풍긴다. 경제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역점 사업 중의 하나로 이런 구시대적인 토목사업을 들고
나오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경제구조 선진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착수해야 할 일이 너무
나도 많은 상황에서 운하 파는 일에 집착하는 것은 경제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5. 민자유치의 허구성

대운하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이 당선자 측에서는 민자유치라는
편법으로 예봉을 피해가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부문의 기업들
이 자발적으로 운하사업에 참여하려고 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전부 민간이 조달한 자금으
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으니 국민이 염려할 바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보수언론도 여기에
가세해 대운하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궁극적 평가는 민자유치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
다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가소로운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경제학의 경자라도 아는 사람이면 그런
무식한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운하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그것이 가져올 환경피해다. 그러나 대운하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업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환경피해가 발생해도 자신의 수익성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업으
로 인해 아무리 큰 환경피해가 날 것이 예상된다 해도 민간업자의 참여 여부의 결정에는 아
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민간업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그 사업이 사회적 이득을
가져온다는 것이 자동적으로 입증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간업자가 대운하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할 때는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해 자신이 직접적
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만을 고려한다. 아무리 사회적 의식이 높은 기업이라도 자신이 직
접 지불하지 않는 비용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러나 대운하사업으로 인해 환경
피해가 발생한다면 누군가는 이와 관련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관
점에서 본 비용은 민간업자가 인식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대운하사업이
공공사업의 성격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면 당연히 사회적 관점에서 파악한 비용에 기초해 그
사업의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민간업자가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그들의 개인적 관점에서 볼 때 이득이
예상된다는 것을 뜻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그 사업을 수행할 가치
가 있는지의 여부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만약 개인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사이의 격차
가 그리 크지 않다면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운하사업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은 그 본질상 개인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사이의 격차가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업자의 참여 여부로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
는 방법이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좀더 잘 이해할 수 있
을 것이다. 예컨대 정부가 수도권의 상수원으로 쓰는 저수지를 유료 낚시터로 개발하는 사
업을 구상하고 있다 하자. 이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문제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100% 민
자사업으로 진행시키겠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업자는 낚시터로 개
발하는 데 드는 비용만 부담하면 되고 수질오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이
제시되었다.
그 후 이 사업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었는지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고 생각한
다. 수많은 민간업자가 그 낚시터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을 것이 분명한데, 이 사실 하나만
으로 그 사업이 사회적 이득을 가져온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잘
알 수 있다. 대운하사업과 지금 예로 든 유료 낚시터 사업이 그 기본골격에서는 아무런 차
이도 갖지 않는 쌍둥이 사업이라는 점에 주의하기 바란다. 유료 낚시터 사업의 민자유치가
갖는 의미를 대운하사업의 민자유치에 대입해 보면 내가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사실은 그 저수지를 유료 낚시터로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민간업자가 먼저 냈다 하더라
도 정부가 이를 말려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개인적인 이익만을 따지는 민간업
자의 행동을 감시하고 규제할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원론 책을 보면 외부성
(externalities)이 존재할 때 시장의 실패가 일어난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어서 환경을 오염
시키는 물질을 방출하는 행위가 해로운 외부성을 만들어내는 행위의 대표적 사례라는 설명
이 이어진다.
대규모의 환경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정부가 앞장서 추진한다는 것은 본말
이 전도된 일이다. 외부성으로 인한 시장의 실패를 교정해야 할 책임을 맡은 정부가 스스로
외부성의 존재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민간업자의 참여 여부로
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하자는 제의는 무지와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경제
학의 기초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감히 이런 터무니없는 제의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의 상황을 관찰해 보면 대운하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업자들은 젯밥에 더 군
침을 흘리고 있는 것 같다. 운하를 건설하고 주변 지역의 개발권을 따내 돈을 벌겠다는 심
산인 모양이다. 이것은 운하 자체의 수익성이 별로 좋지 않다는 무언의 증거일 수 있다. 지
금까지 주장해온 것처럼, 민간업자에게 운하사업이 수익성 있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그 타당
성이 의심되는 터다. 주변 지역 개발권이나 수익성 보장 같은 당근으로 민간업자를 꼬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사업이 아닐까.
이 당선자 측 사람들은 기회만 있으면 행정도시, 혁신도시 등을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전
국의 지가를 올린 참여정부를 비난해 왔다. 그러나 대운하사업을 추진하는 그들의 행태를
보면 그런 비난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관광진흥이나 지역개발 같은 젯
밥에 군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대운하사업을 계기로 전국의 지가가 또 한번 크게 뛰어오
를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 예감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닌데, 사업
에 참여할 민간업체의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지가 상승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민자유치에 성공했다고 대운하사업의 타당성이 자동적으로 입증되
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민자유치는 사업의 진정한 타당성을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림막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민자유치에 급급해 주변 지역의 개발권을 주는 방식으로
대운하사업을 추진한다면 우리 경제에 치유되기 힘든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
하고 싶다.


6. 동기의 순수성은?

많은 전문가들이 대운하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 당
선인 측은 지난 대선에서의 득표율을 보고 대운하사업에 대한 지지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
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대단히 큰 오해다. 최소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운
하사업이 터무니없는 발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이 당선자에게 표를 던진 사람이었으리라고 짐작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 당선자의 맹목적
추종자들만이 대운하사업의 타당성을 강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광범한 반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운하사업을 강행할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친 다음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하지만, 반대의견에
허심탄회하게 귀를 기울일 자세는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이 사업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반대 분위기를 모르기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눈과 귀를 틀어막
는다 하더라도 이렇게 명확한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할 리 없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이 과연
어떤 생각에서 사업 추진의 의욕에 불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에 두고두고 이득을 가져다줄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하는 순수한 열정
에서 그런 태도가 나왔을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나 개인적으로 이런 가능성은 상당히 희
박하다고 보지만, 설사 이와 같은 동기가 밑에 깔려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지금 취하고 있
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 사업이 가져올 진정한 편익과 비용을 계산
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점을 자각하고 열린 마음으로 자신과 다른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의
의견을 경청해야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순수한 열정에서 시작된
일이 좋지 못한 결과를 불러온 사례가 너무나도 많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당선자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밀어붙이고 있을 가능성
이다. 정치인으로서 한번 공약한 것은 마땅히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
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선거 전에 내건 공약이라 해서 반드시 지
키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난 대선 결과가 대운하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찮은 자존심 때문에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에 정치적
운명을 거는 것은 이 당선자가 내걸고 있는 실용주의와도 정면으로 상반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단기적 경기부양이라든가 지역민심을 얻으려는 순수하지 못한 동기가 깔려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당선자 측에서는 대운하사업을 통해 수십만 명에 이
르는 고용창출 효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고 있는 고용창
출 효과 중 절반을 넘는 부분이 공사진행 단계에서 창출되는 한시적 성격을 갖고 있다. 막
대한 공사비를 풀어 경제가 일시적으로 흥청거리고 고용이 창출되는 듯이 보이게 만들 수
있지만, 이것은 자신들이 말하는 진정한 경제 살리기가 될 수 없다.
또한 운하 건설로 인해 개발이 될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사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추진하
고 있을 수도 있다. 일반의 예상과 달리, 여론조사에서 사업에 대한 지지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면 그것은 정말로 불순한 동기가 아닐 수 없다. 지역개발이 촉
진된다는 것 그 자체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개발 열기가 지나쳐 투기붐이 일어나고 이
것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우리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 수 있다.
단기적 경기부양이나 지역민심을 얻으려는 동기에서 대운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 당장
폐기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근시안적인 동기에서 추진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경제와 사회
에 미치는 악영향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런 사소한 이득을 얻기 위해 대규모
의 환경파괴나 토지투기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대운하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리석
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교각살우()라는 것은 바로 이런 어리석은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7. 맺음말

대운하사업이란 말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농담 정도로 받아들인 것이 사
실이다. 경인운하사업도 중도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인데 국토를 세로로 질러가는 운
하를 판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되겠느냐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당선자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조차 당선이 되면 운하를 파겠다는 말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리라고 기대한 경
우가 많았으리라고 짐작한다. 그런데 당선이 되자마자 당장이라도 땅을 파기 시작할 듯한
태도로 나오고 있으니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당선자 측이 대운하사업과 관련해 계속 강경한 태도로 나오는 것은 스스로에게 불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일종의 정치적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인데, 그 도박의 승산
이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운하의 건설과정에서는 물론 건설된 후의 운영과정에서 숱한 문
제점들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그 때마다 그 사업을 강행한 정부에 비난이 쏟아질 것이
고, 이에 발목을 잡혀 다른 일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처지에 빠질 가능성까지 있다.
이 당선자 측의 정치적 이익을 근시안적으로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도 걸어볼 가치가
없는 도박이라는 말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임기만 채우면 무대의 뒷면으로 퇴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이 남
겨둔 유산은 두고두고 국민이 안고 살아야 할 운명이 되고 만다. 특히 대운하사업처럼 국토
의 지형을 크게 바꾸게 되는 사업은 긴 시간에 걸쳐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앞날에 예기치 못한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섣불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 같은 무
모한 짓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민자유치를 통해 대운하사업을 수행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이 사업의 수행을 위해 얼마의 돈을 투입하느냐에 있는 것
이 아니다. 설사 정부의 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 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사업이 갑자
기 바람직한 사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업자들은 개인적 관점에서 이윤을 얻을
수 있는지의 여부에만 관심이 있을 뿐 사회적으로 이득이 되느냐의 여부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민간업자들이 서로 이 사업을 맡겠다고 나선다고 해서 이 사업이 우리 사회에 이득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대운하사업을 통해 환경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는 당장 집어 치워야
한다.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시킴으로써 그것의 건강이 증진될 수 있는 가능성은 지극히 작
다. 긴 세월에 걸쳐 자유롭게 흐르던 강줄기를 계속 자유롭게 흐르도록 놓아두는 것이 그것
을 가장 잘 사랑하는 길이라는 상식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지극히 사소한 경제적 이득을
위해 두고두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환경을 훼손하는 일은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할 수 있
다. 더군다나 실제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무엇을
따로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준구
(2008/01/18 17:31) 경갤러들, 방문을 환영하네.
낯 익은 아이디들도 보이는구만.
그러나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말게.
나 같은 별 볼일 없는 사람이 고공을 날게 되니 현기증이 나네.

내가 디씨에 어떻게 들어가게 된 줄 아나?
자네들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디카 취미를 갖고 있네.
거기에 가면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말 듣고 들어갔지.
여행 사진도 좋아해 처음엔 여행갤 자주 들렀다네.
그러다가 경갤에 들어가 보기 시작했지.
자네들 웃기는 소리 하는 것들 보는 걸 즐겼어.
내가 거기서 내공을 쌓았다는 것은 악플이 얼마나 악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뜻이지.
아무 것도 아닌데 막말이 오가는 걸 보면서 우리 사회의 댓글 문화가 어떤 것인지 알았다는 말일세.
그래서 이번에도 나에게 향한 악플들이 그저 평범한 것들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넘길 수 있었던 거야.
하여튼 자네들 조금 점잖아지면 좋겠네.

cesare군, 내 책으로 공부하는 녀석들이 말하길 내 책은 회독을 거듭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데 자네도 그렇나?
사실 내 책의 내용까지 쉬운 건 아니거든.
쉽게 풀어썼기 때문에 처음 보는 친구들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하여튼 4회독이나 했다니 많은 내공이 쌓였겠네.
좋은 공부 성과 있기를 바라네.
다른 경갤러들에게도 행운을 비네.

ps. 그런데 힛갤 들어갔다는 게 뭐가 축하할 일인지?
그리고 나더러 인증해 달라고 하는데 난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몰라. 그러니 인증 해달라고 하지 말게.




디시경갤 인증글

내가 쓴 글과 관련해 경갤러에게 약간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여러분들의 '웃기는 소리'라는 표현이 사실은 '재미있는 말'이라는 뜻이었는데 내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재미있다는 것도 여러분이 쓴 글의 내용, 특히 경제학과 관련된 내용과 전혀 무관한 것입니다.
내가 재미있게 생각하는 것은 여러분이 논쟁을 벌이는 모습입니다.
가끔 '이뭐병'이나 '듣보잡'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등장하지 않습니까?
우리 기성세대 사이의 논쟁에서 그런 표현 나오면 일생 동안 원수로 지낼지 모르지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런 표현을 쓰는 게 재미있어 보이는 거지요.
다시 말해 세대차에서 오는 충격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하여튼 내 말의 뜻이 잘못 전달되어 마음이 상한 경갤러 있으면 너그럽게 마음을 풀어주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경제 문제를 갖고 토론하는 모습이 어느 때는 존경심마저 갖게 만듭니다.
나도 잘 모르는 이슈인데 전문가에 가까운 식견을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설사 여러분이 경제학적으로 틀린 말을 해도 그걸 우습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 법이지요.

내가 경제갤에 가끔 들른다 해서 너무 부담을 갖지는 마세요.
지금처럼 활발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습니다.
행여나 나를 의식해 할 말을 못한다면 그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요.

여러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이걸로 인증은 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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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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