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는 일본 빅리거들의 열풍이 거셀 조짐이다.

과거 노모 히데오를 시작으로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를 거치며 메이저리그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았던 일본인 빅리거들은 해마다 그 수가 늘어가는 추세다.

올해도 보스턴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15승을 올리고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했고 구원투수 사이토 다카시와 조지마 켄은 각각 다저스의 붙박이 마무리와 시애틀의 주전포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기존의 이치로와 마쓰이 히데키(양키스), 오츠카 아키노리도 여전히 건재를 과시했고 빅리그 적응에 실패한 듯 보였던 마쓰이 가즈오는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일약 주목받는 FA로 부상했다.

여기에 수준급 일본 선수들이 내년 시즌 새롭게 메이저리그를 밟으며 명실 공히 일본 빅리거들의 전성시대를 열 기세다. 일본 리그에서 FA자격을 얻은 프로선수들이 너도 나도 미국 무대에 뛰어들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일본이 중남미를 능가하는 빅리거 공급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올 겨울 새롭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도 하나 같이 거물급이다. 주니치의 간판타자 후쿠도메 고스케와 히로시마의 에이스였던 구로다 히로키가 그 주인공. 후쿠도메는 이미 4년간 5,000만 달러라는 초특급 대우로 시카고 컵스 입단을 확정했으며 구로다 역시 3년에 3,000만 달러에 다저스와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연봉 1,000만 달러 이상을 손에 쥐었다.

후쿠도메는 일본 최고의 중장거리 타자로 명성을 떨쳤으며 정확도에 파워까지 겸비했다. 외야 수비 역시 수준급으로 평가되고 있어 일찍이 여러 팀들로부터 관심을 받아왔다. 구로다는 일본에서 11년간 통산 103승에 3.69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미국 언론들은 약 팀인 히로시마에서 ‘외로운 에이스’로 활약한 구로다를 70년대 약체 필라델피아의 에이스로 고군분투했던 스티브 칼튼과 비교할 정도. 물론 구로다가 칼튼 만큼의 거물이라고 볼 수 없으나 이런 비교 시도 자체가 구로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다. 후코도메와 구로다는 모두 일본에서 충분히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한 출장 기회만 보장된다면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도 13일(한국시간)에는 일본 라쿠텐의 구원투수로 뛴 후쿠모리 가즈오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2년 계약을 맺었다는 뉴스도 흘러나오는 등 일본 선수 영입이 하나의 유행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내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박찬호, 김병현 이후 이렇다할 스타플레이어가 나오지 않아 한국야구에 대한 관심이 하락한데다 일본 프로리그에 비해 국내리그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로부터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Posted by 임 군
김병현에게 올 겨울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간이다. 시즌 후 FA자격을 얻은 김병현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꾸준히 선발로 출전할 수 있는 팀을 물색하고 있다. 우리 나이로 서른에 접어드는 그에게 이번 FA 계약은 그의 경력에 큰 전환점이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시즌 김병현의 성적은 10승 8패 평균자책점 6.08.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지만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실망을 안겼다. 그러나 시즌 중 팀을 두 번이나 옮기는 불안정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꾸준히 선발로 출전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다행히 최근 스토브리그 상황이 김병현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올해 FA시장에 선발투수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팀에게나 선발 투수는 우선적으로 영입해야 할 대상이다. 비록 5인 선발로테이션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부상이나 구위 저하 등 돌발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경험 있는 10승 대 선발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시즌 후 매물로 나온 거물급 FA는 대부분 타자들. FA 중 확실한 두 자리 승수를 찍어줄 수 있는 선발투수는 서너 명에 불과하다. FA 선발투수 랭킹 1위는 35세의 노장 앤디 패팃. 지난해 양키스에서 15승을 거뒀지만 현재 은퇴 여부로 고심 중이다. 그가 최근 양키스와의 내년 옵션 계약을 포기한 것은 그의 은퇴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패팃을 제외하고 현재 FA 시장에 쓸만한 선발투수로는 카를로스 실바, 리반 에르난데스, 카일 로시가 고작이다. 300승 투수인 탐 글래빈도 FA로 나왔지만 애틀란타 외에는 42살에 몸값까지 비싼 이 좌완투수에 매력을 느낄 팀은 많지 않다. 오죽했으면 몇몇 현지 언론들은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의 에이스로 활약한 구로다 히로키를 FA 투수 랭킹 2위에 올려놓고 있을 정도. 구로다가 분명 일본의 수준급 선발투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수술 경력으로 구위가 하락했고 지난해 보스턴에 입단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능가하는 투수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랭킹 2위는 올해 FA 투수 시장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김병현도 충분히 명함을 내밀 수 있는 분위기다. 물론 지난 시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 신뢰를 잃기도 했지만 김병현은 흔치 않은 언드핸드 투수라는 점과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7월, 위력을 떨쳤던 좌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백도어 슬라이더가 확실히 손에 익는다면 고질적이었던 좌타자에 대한 약점을 크게 개선할 수 있어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도 높다.

코리언 빅리거 중 같은 선발투수인 박찬호나 서재응에 비한다면 김병현은 이번 FA시장에서 어느 정도 그 값어치를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정진구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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