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을 10년 이상 했다는 사람의 교육에 대한 인식수준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죠..

"교사가 기능직입니까?"
[박상주의 단소리쓴소리]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님께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지난 2002년 2월 위원장님께서 숙명여대 총장 3연임에 성공하셨을 즈음 청파동 캠퍼스에서 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총장실로 들어섰더니 위원장님은 막 점심식사를 끝낸 뒤 빈 그릇들을 치우고 계셨지요. 밀린 학교일을 하시느라 총장실로 식사를 배달시켜 드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열정 때문에 숙명여대 총장을 네 번이나 연임하셨고, 인수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셨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많이 망설였습니다. 이런 글을 총장님께 드려야 하나…. 그래도 제 귀에 들려오는 세상의 아우성을 전해드리는 게 옳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인수위에서 내놓는 영어교육 강화방안은 대한민국 50만 교원에 대한 모독입니다. 영어 잘하는 주부를 교사로 채용한다고요? 모든 학과 수업을 영어로 한다고요? 영어 잘하는 사람은 군대를 안 가도 된다고요? 인수위 발(發)로 쏟아진 최근 영어교육 관련 기사들의 내용입니다. 물론 일부 보도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을 했지만 인수위 영어교육 강화방안의 골자는 '영어의, 영어에 의한, 영어를 위한 교육'을 지향하는 듯합니다. 이른바 '영어몰입교육' 이지요.

위원장님께 묻겠습니다. 교사가 기능직입니까? 영어만 잘하면 영어교사를 할 수 있고, 수학만 잘한다고 수학교사가 될 수 있는 겁니까? 국어만 잘하면 국어교사 할 수 있나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초·중·고교에 총 2만3000명(초등 1만 명, 중·고교 1만3000명)이 투입되는 영어전용교사(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는 정규 교사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정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교육대와 사범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한정되던 영어 교직의 문이 열리는 것이지요. 현재 초·중·고교의 영어교사는 총 3만3162명(초등 교과전담 6855명, 중학교 1만1606명, 고교 1만4701명)으로 인수위의 계획대로라면 정규 영어교사의 69.4%에 해당하는 영어전용교사가 학교에 배치되는 셈입니다. 영어전용교사는 국내외 영어교육과정 (TESOL 등) 이수자, 영어권 국가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전직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 같은 전문직 중에서 선발한다는 내용이더군요.

위원장님, 지금 교단에 서 있는 교사들은 교단에 서기 위해 여러 학문들을 두루 공부한 분들입니다. 교육심리학, 교육사회학, 교육행정학, 교육인류학, 교육철학, 교육사, 교육평가, 교육과정, 교육공학…. 또한 전공에 따라 국어교육학, 수학교육학, 영어교육학, 사회교육학, 역사교육학 등을 공부해야 하지요. 교사란 우수마발(牛溲馬勃)이나 장삼이사(張三李四) 등 너나없이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닙니다.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는 물론 교육자 고유의 자질을 갖추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직업입니다. 영어만 잘하면 교사로 채용한다는 인수위의 발표를 보고 50만 교원들이 받았을 상처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셨습니까? 이는 마치 여의도 주변 정치권을 얼쩡거리는 인사들이 정치를 잘 안다고 해서 정치학과 교수를 할 수 있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럴 경우 위원장님처럼 높은 학식을 지니신 정치학 박사들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화가 나겠습니까.

위원장님, 교사들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은 세상이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품고 묵묵히 사도(師道)의 길을 가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신성한 교단에 자질을 갖추지 않은 기술자들을 마구잡이로 올라가게 허용하는 정책은 교사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트리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나라 교육이 제대로 될까요? 물론 국제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영어 잘하는 학생들을 길러내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렇더라도 요즘 인수위의 정책들을 보면 '본말전도(本末顚倒)'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위원장님, 기능만을 강조하는 국가의 교육이 과연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생각한 것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국사(國事)에 바쁘시더라도 건강에도 유의하십시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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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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