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최대의 위기다.

지난 몇 년간 의혹으로만 제기되어온 빅리거들의 금지약물 복용이 ‘미첼 보고서’에 의해 어느 정도 사실로 밝혀진 것이 문제. 보고서에 언급된 선수들은 여전히 약물 복용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팬들은 이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이미 금지약물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는 배리 본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타자고 ‘로켓’ 로저 클레맨스는 통산 354승을 거둔 전설적인 투수. 별 문제가 없다면 응당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야 할 이 두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것이 미첼 보고서의 주장이다. 앤디 패티트, 미겔 테하다, 마크 맥과이어 등 쟁쟁한 선수들의 이름도 속속 밝혀졌다.

이쯤 되면 야구팬들도 야구 볼 맛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자기가 좋아했던 선수들이 약물의 힘에 기대 성적을 올렸다고 생각하면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메이저리그의 인기하락은 이제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됐다.

지금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나 각 팀들은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야구의 인기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팬들의 신뢰를 하루아침에 되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를 살려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센세이셔널한 스타플레이어의 등장과 메이저리그 계를 뒤흔들 수 있는 파격적인 변화를 일으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길 뿐이다.

19세기 후반, 내셔널리그로 시작된 미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이번 같은 위기 상황은 몇 차례 있었다. 19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일부 선수들이 일으킨 ‘블랙삭스 스캔들’은 이번 약물파동 못지않게 당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구단의 처우에 불만을 품은 화이트삭스 일부 선수들이 자신들이 출전하는 월드시리즈 경기 결과를 놓고 도박을 해 져주기 게임을 한 사건이다. 당시 도박에 가담한 8명의 선수들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어 야구계로부터 영구제명 됐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의 야구팬들은 야구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끊게 됐고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급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 위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의 타계 책은 바로 공격야구였다. 득점이 적고 투수전이 빈번했던 당시 경기 향방을 화끈한 난타전과 시원한 홈런포로 바꿀 필요성을 느낀 사무국은 반발력이 크게 좋아진 공인구를 사용토록 했다. 이러자 경기 당 득점이 크게 늘어났고 홈런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이러한 주변 여건을 등에 업은 베이브 루스는 연일 홈런포를 터뜨리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1919년 29개의 홈런을 쳤던 루스는 공인구가 바뀐 1920년 무려 54개로 홈런수가 늘었다. 결국 1927년에는 시즌 홈런 60개의 당시 신기록도 달성했다. 루스의 현란한 홈런 퍼레이드에 팬들은 불과 몇 년 전에 터졌던 블랙삭스 스캔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70여년이 지난 1994년에도 메이저리그는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94시즌 역사상 최초로 선수들의 파업에 의해 정규 시즌 일부와 월드시리즈가 취소되는 불상사가 생겼다. 역시 팬들은 밥그릇 싸움만 일삼는 구단과 선수들에게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블랙삭스 때와 마찬가지로 야구 인기가 점차 하락하는 조짐을 보이자 사무국은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1995년, 각 리그별로 2개였던 디비전을 3개로 바꾸고 와일드카드 제도를 도입해 플레이오프 제도를 개편했다. 이는 더 많은 팀들이 가을 잔치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자연히 팬들도 시즌 막바지까지 홈팀의 성적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로부터 3년 뒤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탬파베이 데빌레이스라는 2개의 신생팀이 창단했고 밀워키 브루어스는 내셔널리그로 이동하는 등 새로워진 리그에 활력이 살아났다. 또한 그해 마크 맥과이어와 세미 소사가 홈런 레이스를 펼쳤고 결국 맥과이어가 단일시즌 홈런 신기록을 세우는 이슈를 만들어 냈다. 물론 맥과이어와 소사 모두 훗날 약물 복용 의혹을 받는 처지가 됐지만 어쨌든 이들은 파업으로 인한 메이저리그의 인기 추락을 급반전 시킨 주역들임에 분명했다.

현재 어려움에 처한 메이저리그 수뇌부도 1920년과 1995년처럼 파격적인 변화를 추구해 볼만 하다. 슈퍼스타의 등장과 기록 행진은 인위적일 수 없지만 리그와 디비전, 그리고 각종 제도를 개편해 팬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야구의 인기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금지약물 파동으로 만신창이가 된 메이저리그가 이를 전화위복 삼아 새롭게 변모하길 기대한다.

* 위 글은 올레 사이트(http://www.iole.tv)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정진구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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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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