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8 - [축구/기사 혹은 칼럼] - [남미컵8강]아르세날, 치바스 꺾고 사상 첫 준결승 진출
아르헨티나에서는 리그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우승을 향한 선두권 싸움이 치열하다. 이런 경우 흔이들 말한다. 결국 우승은 보카나 리베르가 할거라고. 현재 시즌종료를 4라운드 남겨놓은 가운데 라누스, 보카, 인데펜디엔테, 티그레, 반필드(이상 순위별)가 승점 5점내의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보카와 인데펜디엔테 중에서 리그 우승팀이 가려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명문팀의 클럽기념관에 우승트로피 하나 더 놓여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위싸움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소위 약팀으로 분류되던 팀들의 선전이라고 하겠다. 리그 막판 우승권에 접어들었다면 라누스와 티그레의 이번 시즌은 선전을 넘어 돌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주말 벌어진 이 두팀간의 맞대결에서 라누스가 승리하며 티그레의 돌풍을 일단 잠재우고 선두를 지켰다. 티그레로서는 아쉽게도 그 기세가 꺽이며 5위로 내려앉았지만 2부리그에서 1부로 갓 올라온 후 이정도 결과라면 대만족이다.



라누스는 아르헨티나 축구클럽들중 역사가 오래된 클럽중에 하나이다. 1915년 창단됐으니 우리로 보자면 할아버지 벌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라누스 클럽이 겪은 축구세월은 부침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승강제하에서 1부와 2부를 오가며 때론 3부로 까지 떨어지기도 했고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위기에 몰려 구단이 문닫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승부의 부진에 빠지고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때 마다 라누스 클럽을 살린 것은 바로 1915년부터 한결 같은 응원을 보내고 있는 팬들의 힘이었다.

불행이라면 불행이랄까 라누스 클럽과 팬들은 보카나 리베르의 팬들이 수없이 만끽했던 리그 우승의 기쁨을 여지껏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를 대신해 2부리그 강등의 아쉬움과 1부리그 진출의 기쁨 가운데서 파도타기를 한지 어언 100여년이 되고 있다. 그나마 좋은 기억은 90년대 중반 현 스페인의 레알베티스 엑토르 쿠페르 감독이 팀을 이끌 당시 코파콤메볼 대회(남미컵 대회 전신중의 하나)에서 타이틀을 차지한 것이 유일무이한 자랑할만한 메이저 우승의 기억이다.

90년대부터 현재까지 1부리그에 머물며 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는 전력을 라누스가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사이 클럽유소년 팀에서 키운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전력을 쌓아 지난해 전반기에 리그 준우승을 하고 올해 후반기리그 현재 우승을 꿈꾸고 있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골키퍼 카를로스 보시오 선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 기세대로라면 라누스는 어떤 팀에게도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팀 분위기를 말한다.

라누스 우승의 최대 난적은 바로 리그 막판 18라운드에서 만나게 될 보카와의 원정경기이다. 리베르와의 라이벌 전에서 기세가 꺽였다고는 하지만 보카는 우승자격이 있는 팀중의 팀이다. 최근 리그 우승과 12월에 일본에서 열릴 FIFA클럽월드컵 참가를 앞두고 있는 선수들에게 보카 부단장은 그 우승의 대가로 각각 150만불과 250만불의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독려하고 있다.



리그를 넘어 남미로 눈을 돌리면 역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남미컵 대회 4강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클럽 아르세날 데 사란디를 주목하고 싶다. 아르세날 역시 실력이나 명성으로 치자면 라누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영세하다. 1957년 창단과 함께 하부리그에서 출발한 사란디 클럽은 1부리그로 올라오는데만 무려 45년이 걸렸다. 구단의 가장 큰 우승의 기억은 1992년 아르헨티나 3부리그격인 지역리그에서 우승하면서 2부리그 진출에 성공한 것이고 그 후 10년 세월을 기다려 2002년에 드디어 2부리그 나시오날 B를 우승하면서 1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룬 것이다. 그나마 이 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사족을 붙인다면 현 FIFA부회장 겸 아르헨티나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훌리오 그론도나 회장이 창단한 구단(현재는 그의 아들 훌리토 그론도나가 구단주로 있음)이며 멕시코 월드컵 독일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아르헨티나의 축구스타 부루차가가 팀을 1부로 이끈 감독이었다는 것이다.

2002년 1부리그로 올라온 후 아르세날은 2부리그 강등을 당하지 않으며 리그 중위권 전력으로 팀 입지를 굳힌다. 급기야 최근 2번의 리그에서 연속으로 5위에 오르며 이번 시즌 후반기 남미클럽대항전에 명함을 내밀었다. 32강에서 아르헨티나 리그 디펜딩 챔피언 산 로렌소를 꺽고 16강에 올라 브라질의 고이아스를 이기고 8강에 올랐다. 멕시코의 명문 치바스 과달라하라와의 홈1차전에서 득점없이 비기며 4강진출 전망을 어둡게 했다. 과달라하라 2차원정에서 고전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적같이 1대 3 원정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산 넘어 산이라고 운명의 4강전 상대는 바로 같은 아르헨티나 팀인 리베르 플라테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연상케 한다. 마침 오늘 열린 사란디 홈1차전에서 두 팀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0대 0으로 비겼다. 결승행 티켓의 향방은 리베르의 홈 모누멘탈 구장에서 가려지게 됐다.

아르세날과 라누스. 각각 남미컵과 리그에서 우승을 향한 8부능선을 넘고 있다. 자금력과 선수구성에서 월등한 다른 우승후보들에 비해 부족한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여기에서 멈춘다한들 아무도 질책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오직 승자만을 기록한다. 보카나 리베르가 수십회 우승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아르세날과 라누스가 한번 우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변을 일으키며 예상치 못한 팀의 우승은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이다. 구단과 선수 본인들에게는 여기까지 오기까지 그 동안 함께 고생한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랄 것이고 나아가 역사의 한 페이지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 간절할 것이다. 오랜 우승을 꿈꾸며 그린 한세기와 반세기, 과연 누가 그 화폭에 화룡점정할 수 있을까.

사진|AP

[남미축구전문가 장기현의 리베르타도레스 이야기]
장기현은 '라이언 킹' 이동국의 미들스브러 입단을 성사시킨 FIFA선수 에이전트이자 남미축구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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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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