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가 어때서… 문제는 완성도”


“장풍 쏘고 하늘 나는 당신 작품이 中 교과서에 실렸는데…”
홍콩 소설가 김용 인터뷰

“‘아큐정전’ 대신 실린 건 문체가 더 중국적이기 때문”


“내가 쓴 무협소설을 중국 전역의 중·고교생이 교과서에서 읽고 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지난 1일 오후, 바다 건너로 주룽(九龍)반도가 마주 보이는 홍콩 노스포인트(北角)의 사무실에서 소설가 김용(金庸·83)은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한 번 잡으면 뜬눈으로 날밤을 세우게 한다는 그의 무협소설들은 최근 중국 중·고교 교과서에 실리며 어엿한 문학 작품으로 대접 받고 있다. 김용은 20여 년 전 ‘사조 삼부곡’(당시 ‘영웅문’으로 소개) 시리즈로 한국 독서시장에도 무협지 열풍을 일으켰던 작가다. 김영사가 2003년 정식 판권 계약을 맺고 ‘사조 삼부곡’ 전편을 다시 번역 소개하고 있다.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에 이어 삼부곡의 마지막 작품인 ‘의천도룡기’가 최근 발간된 것을 계기로 그와 마주 앉았다.


―당신이 쓴 소설이 교과서에 실린 것은 중국 문단에서도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풍을 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동양의 판타지가 ‘대중 소설’의 차원을 넘어 이제 중국 문화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학 장르로 자리잡은 것 같다.

“중국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 무협지는 오래도록 창작도 배포도 금지 당해 왔다. 그러나 영국과 이탈리아, 일본 등에 소개된 내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자 중국 공산당의 시선도 호의적으로 변했다. 덩샤오핑과 주룽지같은 정치 지도자들이 모두 내 책의 독자가 됐고 나를 ‘친구’라고 불렀다.”

―루신의 ‘아큐정전’이 빠지고 당신의 소설이 교과서에 실렸다던데.

“아큐정전은 내 소설보다 50년 앞서 쓰여졌지만 중국 전통을 따르기보다는 서구 문체를 모방해서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당시 문학 작품들은 서양의 영향을 받아 수동태를 많이 썼는데, 중국어는 원래 능동태를 쓴다. 나는 소설 문장에 중국어를 중국어답게 쓰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대중작가라는 굴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왕삭이라는 젊은 소설가는 당신의 소설을 상투적인 스토리와 우연이 넘치는 통속문학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그런 비판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나는 내 작품을 순수문학과 통속문학의 잣대로 논쟁 대상을 삼는 것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의 많은 문학 교수들이 더 이상 그런 논쟁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예술성과 상업성의 우위를 굳이 따지라면, 나는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쓸까를 고민하는 쪽이다. 어떤 장르든 완성도가 높아야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드라마 ‘대장금’ ‘가을동화’ ‘겨울연갗와,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재미있게 봤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대장금 DVD를 줬다는 뉴스가 이곳에서도 화제가 됐는데 이는 홍콩 사람들이 대장금과 이영애의 팬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이처럼 대중의 관심을 통해 힘을 얻는다. 나는 순수와 통속에 대한 관심보다는 한국인들이 내 소설을 중국인만큼 좋아할지 여부에 더 관심이 많다.”

―이번에 한국에 소개된 ‘사조 삼부곡’은 당신과 정식 판권계약을 해서 나온 것이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내 소설의 해적판이 아시아 곳곳에서 판을 치고 있다. 심지어 북한 출판사와 판권 거래를 한 적이 없는데도 북한 군인으로부터 팬레터를 받은 적이 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동아시아 패권을 지향하는 제국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동북공정도 그에 따른 전략이라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 당국은 현재 중국 영토인 곳의 역사를 기록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한나라 때 중국이 한사군(漢四郡)을 두고 한국땅을 지배한 적이 있지만 그곳이 현재 한국땅이므로 중국 역사상의 영토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나는 양국이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희망한다.”

―명보(明報) 주필 시절, 당신은 정치평론가로도 이름을 날린 언론인이었다. 당신의 정치적 입장을 소설에 반영하지는 않았나.

“나는 오른손으로 정치평론 쓰고, 왼손으로는 소설 쓴다는 원칙을 지키려 애썼다. 소설은 정치보다 오래가며, 정치적인 내용을 소설에 담으면 소설의 생명이 짧아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심했음에도 ‘녹정기’같은 작품에는 내 정치적 견해가 들어가 있더라.”

―소설도 쓰지 않고, 명보 회장과 주필직도 내놓았다. 무얼 하며 지내는가.

“당(唐) 태종 이세민의 왕위 계승 문제를 주제로 케 임브리지 대학에 제출할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 한가할 때는 취미인 바둑을 즐긴다.”


김태훈 기자(홍콩) scoop87@chosun.com
입력 : 2007.11.03 00:36 / 수정 : 2007.11.0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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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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