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부터 메이저리그에는 뉴욕과 LA, 그리고 시카고 연고의 몇몇 부자 구단들을 중심으로 소위 말하는 ‘머니게임’이 펼쳐졌다.

이들 팀들은 전력에 구멍이 생기면 과감한 투자로 FA영입이나 트레이드를 추진해 일류 선수들을 즉시 물어오는 방법을 썼다. 혹자는 이를 두고 ‘quick fix’ (응급조치)라고 칭했다.

올 시즌에도 보스턴이나 시카고 컵스 같은 팀들은 이러한 ‘퀵 픽스’를 통해 전력을 강화했고 일정 부분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올해는 ‘퀵 픽스’보다 ‘building from within’ (내부에서 세움)이 대세인 듯 하다.

‘퀵 픽스’라는 어원을 살펴보면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미봉책’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퀵 픽스’가 그다지 현명한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

반면 자체 팜 시스템을 통해 선수들을 수급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공 확률도 불투명하지만 이 것이 통할 경우 전체적인 팀의 내구성이 좋아지고 금전적으로도 적지 않은 이익을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올 시즌 콜로라도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리라고는 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수년 전부터 ‘building from within’을 착실히 실천해 당당히 성공신화를 쓰고야 말았다.

사실 올해의 영광이 있기까지 콜로라도는 그간 만년 하위 팀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93년 창단 후 15년 동안 10번이나 5할 승률 미만을 기록한 콜로라도는 2000년대 들어서도 시즌 평균 90패씩을 기록한 음지의 팀이었다.

콜로라도는 지긋지긋한 하위권을 탈출해 보고자 한때 ‘퀵 픽스’를 통한 전력 강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렇게 영입한 선수들이 바로 데니 네이글, 마이크 햄튼, 론 겐트 등. 그러나 높은 몸값을 받고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팀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실패를 낳고 말았다. 특히 2001년 8년간 1억2,38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2년간 21승 28패 방어율 5.75를 기록하는데 그친 마이크 햄튼의 경우는 아직도 콜로라도 팬들의 속을 쓰리게 한다.

그러나 수년간 팀이 하위권으로 쳐지면서 드래프트 상위 픽을 얻게 된 것은 콜로라도에게 ‘전화위복’이 됐다. 90년대 후반부터 드래프트를 통해 젊은 유망주를 대거 확보한 콜로라도는 팜에서 이들을 중점적으로 키워 정상급 선수들로 성장시켰다.

올해 내셔널리그 MVP 후보로까지 성장한 맷 홀리데이를 비롯해 에이스 제프 프랜시스, 트로이 툴로위츠키, 브레드 호프, 개럿 앳킨스, 코리 설리반, 제프 베이커, 라이언 스필보그스 등 현재 팀 전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콜로라도 팜을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콜로라도는 매니 코파스, 우발도 히메네즈 등 중남미에서 가능성 있는 재목들을 발굴해 큰 효과를 봤다. 코파스와 히메네즈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콜로라도 마운드의 기둥으로 활약하며 어느덧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빛과 소금’이 됐다.

더군다나 위에 언급한 선수들의 연봉 총액은 8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 (이중 홀리데이가 440만 달러를 받고 있다.) 아울러 올해 콜로라도의 팀 총 연봉도 30개 메이저리그 팀 중 25번째에 그치며 ‘저비용 고효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콜로라도야말로 ‘building from within’이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 메이저리그에 부는 ‘building from within’의 바람

아메리칸리그에서도 큰 투자를 하지 않고도 자체 팜에서 성장한 유망주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팀들이 많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타이틀을 따낸 클리블랜드 인디언즈가 그렇고 지난 몇 년 간 ‘머니볼’ 신드롬을 일으킨 오클랜드 에슬레틱스도 이런 부류에 든다.

특히 올해 관심을 끄는 팀은 뉴욕 양키스. 양키스하면 ‘퀵 픽스’로 대표되어온 팀이다. 2000년대 들어 양키스가 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영입한 고액 연봉자들을 꼽자면 열 손가락을 써도 모자랄 정도.

그러나 올해부터 양키스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로저 클레맨스를 데려온 것을 제외하고는 젊은 유망주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양키스의 연례 행사였던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 ‘빅딜’도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양키스 수뇌부는 여러 팀들이 탐을 낸 조바 채임벌린, 필 휴즈, 이안 케네디, 에드와 라미레즈, 매트 디살보, 타일러 클립파드 등 젊은 미완의 대기들을 끝까지 지켰다. 예년 같으면 이들 유망주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정상급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했을 양키스가 그들답지 않은(?) 인내심을 보이자 많은 팬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행이도 양키스가 지킨 유망주 중 일부는 빅리그 무대에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증명하는데 성공하며 향후 1~2년 후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양키스 구단의 운영 전략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결과다.

어쩌면 올 시즌 콜로라도의 성공으로 메이저리그에는 당분간 ‘퀵 픽스’를 자제하고 팀 내 젊은 유망주들을 적극 중용 하는 팀 운영이 새로운 추세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정진구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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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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