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팬들이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뛰어났던 공격수 둘을 뽑을 때 디디에 드록바(첼시)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선수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토트넘)였다. '근육질의 발레리나'라는 수식어를 지난 베르바토프는 부드러움과 힘, 거기에 스피드를 지닌 만능 공격수다. 지난 06-07 시즌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거대 클럽과 연결되었음에도 토트넘에서 행복하며 그러기에 떠날 이유가 없다며 신사의 모습도 보인 베르바토프를 조명해본다.

불가리아 출신의 베르바토프는 구 유고슬라비아와 인접한 도시인 블라고브그라드에서 그 지역에서 프로로 활동한 축구 선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의 이반은 왼쪽 윙플레이어로서 이름을 날렸는데 그 영향으로 어린 베르바토프는 일찌감치 축구와 접할 수 있었다. 베르바토프는 아버지가 선수생활 말년에 뛰었던 지역클럽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17살이 되던 해 그의 자질을 눈여겨 본 불가리아의 전설적 지도자인 디미타르 페네프의 눈에 띠어 자국 내 최고 명문인 CSKA 소피아로 이적하게 된다. 그는 입단 초기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았는데 이는 아버지 이반도 CSKA 소피아 출신 선수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이 어린 공격수가 두각을 나타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98-1999 시즌부터 경기에 얼굴을 내민 베르바토프는 99-00시즌에 빛을 발했는데, 27경기에 나서 14골을 넣었다. 그러나 성장통이었을까? 잘나가던 베르바토프는 최대 라이벌인 레브스키와 경기에서 여러 차례 결정적 기회를 날렸고 팬들은 어린 공격수에게 큰 실망감을 표시했다. 경기를 주도하고도 이기지 못한 소피아는 결국 우승에 실패했고 실패의 멍에는 베르바토프가 뒤집어 써야했다.

스무 번째 생일에 시작한 레버쿠젠

베르바토프는 이전 시즌의 아픔을 딛고 00-01시즌 11경기에서 9골을 넣으며 다시 한 번 소피아의 간판으로 우뚝 섰다. 거기에 어린 나이에 자국 대표팀에서도 입지를 굳혀가던 이 공격수에게 큰 클럽의 손길이 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베르바토프는 자신의 스무 번째 생일을 앞둔 2001년 1월 바이어 레버쿠젠의 일원으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시즌 중에 새로운 환경을 맞이한 베르바토프는 적응에 애를 먹으며 골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트레블'보다 더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리플 러너스-업'으로 기억되는 레버쿠젠의 01-02시즌, 베르바토프는 서서히 유럽 무대에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다. 올림피크 리옹과 1차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현란한 개인기를 선보인 후 넣은 골은 베르바토프의 챔피언스리그 첫 골이었고 선수 본인으로도 오래 기억될만한 장면이었다. 또 반전의 반전으로 기억되는 리버풀과 8강 2차전에서도 세번째 골을 집어넣으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그 덕에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케르 카시야스의 대선방 앞에 역사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베르바토프는 01/02시즌 자신의 첫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모두 눈앞에서 날려버리긴 했지만 그 시즌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다음시즌부터 백전노장 울프 키어스텐을 밀어내고 레버쿠젠의 엄연한 간판공격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시즌 주전들의 이적과 부상으로 흔들리던 레버쿠젠은 전 시즌에 못 미쳤고 베르바토프도 4골에 그쳤지만 다음시즌부터 완숙한 기량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흠이라면 팀 성적이 뒷받침 되지 못했을 뿐이었다.

03/04시즌부터 05/06시즌까지 3시즌동안 베르바토프는 무섭게 골문을 열어젖혔다. 그 기간 동안 그는 리그 경기에서만 57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또 그의 활약은 소속팀에 국한 된 것이 아니었다. 유로 2004 예선에서 5골을 터뜨리며 팀을 본선에 올려놓기도 해 대표팀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되었다.

잉글랜드에서 이어진 베르바토프의 활약

베르바토프가 맹활약했지만 레버쿠젠은 한 맺힌 01-02시즌 이후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다. 레버쿠젠은 점점 커져가는 간판 공격수의 야망을 채우기에는 부족했고, 재정적인 여건도 좋지 않았다. 선수 본인도 자신의 야망을 숨기지 않았으며 이를 놓치지 않고 2005년 후반부터 발렌시아,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유수의 클럽들이 그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베르바토프는 다소 의외의 결정을 했다. 2006년 여름 불가리아 출신 선수로서 역대 최고액인 1600만유로(109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토트넘의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더 큰 클럽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토트넘을 택한 이유로 베르바토프는 이렇게 말한다.

베르바토프 : "토트넘이 오랜 기간 동안 나를 지켜봤고 젊고 유망한 선수들과 능력 있는 감독(마틴 욜)이 있어 발전가능성이 높은 팀이라고 판단했다"

새로운 옷을 입은 베르바토프는 서서히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셰필드와 홈 개막전에서 골 신고를 한 베르바토프는 유럽 무대와 리그를 통틀어 23골을 기록하며 사뿐하게 잉글랜드 무대에 안착했다. 리그 내 활약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UEFA컵이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베르바토프는 일찌감치 챔피언스리그 결승무대를 밟는 것을 비롯하여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했다. 이는 그대로 결과로 나타났고 그는 7골을 넣으며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유럽 무대 성공에 목말라있던 토트넘 팬들에게 자신들의 팀이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볼 때 소기의 성과였다.

그는 단순히 골을 넣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동료들을 도와주는 이타적인 플레이 그리고 체격답지 않은 부드러운 볼터치, 정교한 슈팅능력을 지닌 그에게 프리미어리그 팬들은 열광하였다. 리버풀과 토트넘의 주장을 지냈던 미드필더 제이미 레드넵은 자신이 베르바토프의 열렬한 팬임을 밝히며 "베르바토프의 플레이를 보면 그처럼 프리미어십에 딱 맞는 공격수도 드물다"고 찬사를 보낸다.

자신의 이상형은 앨런 시어러

베르바토프는 어릴 적 네덜란드출신의 명 공격수 마르코 반 바스텐의 플레이에 감동해 AC 밀란의 팬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잉글랜드에서 열린 유로 96은 자신의 축구관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그 때로부터 2년 전 미국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자국 대표팀이 뉴캐슬의 홈구장 세인트 제임시스 경기장에서 프랑스에게 1-3으로 패하며 조별리그의 아픔을 맛보며 그도 실망했지만 그 대회에서 시어러의 플레이를 본 것은 그에게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전한다(시어러는 이 대회에서 5골을 기록). 또 잉글랜드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도 이 때 품었다고 한다. 거기에 시어러가 대회 직후 세계 최고의 이적료를 세우며 고향팀 뉴캐슬로 이적한 것은 베르바토프에게 시어러를 자신의 이상형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3년 뒤 베르바토프는 자신의 우상이 뛰는 팀과 대결할 수 있었는데 99-00시즌 UEFA컵에서 당시 소피아 소속이던 베르바토프는 뉴캐슬과 맞붙게 되었다. 홈에서 0-2로 진 소피아는 뉴캐슬 원정에서 2-2로 비겨 탈락했는데 이 때를 최고의 팬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잉글랜드 무대에 대한 호감은 더욱 높아졌으리라. 2002/03시즌 그의 소속팀은 레버쿠젠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뉴캐슬과 맞붙게 되었는데 아쉽게도 그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하지만 그의 우상은 시어러는 레버쿠젠을 상대로한 두 번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베르바토프가 자신의 말대로 토트넘에 오래 남는다면 시어러 같은 선수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는 혼자서도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역량의 소유자며 팀의 주장인 로비 킨은 최고의 파트너다. 그 외 다른 조건들 역시 베르바토프가 토트넘의 거인으로 우뚝 서기에 모자람이 없다. 지난 시즌의 보여준 모습에 대해 "나는 한 시즌만 잘한 게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인 그는 보여줄 게 아직 많은 나이다. 앞으로 불가리아 출신 공격수의 전진을 지켜보자.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Dimitar Berbatov)

생년월일 : 1981년 1월 30일
출생지 : 블라고브그리드
키 : 188 cm
소속 클럽 : 토트넘 핫스퍼 (잉글랜드)
포지션 : 중앙 공격수

클럽 경력
~1998 블라고브그라드
1998~2001 CSKA 소피아 (65경기 37득점)
2001~2006 바이어 레버쿠젠 (194경기 90득점)
2006~현재 토트넘 핫스퍼 (53경기 24득점)

대표팀 경력
A매치 59경기 출장 37득점
2004 유로 2004

- 사커라인 배철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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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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