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보라스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전트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는 철저한 준비, 타고난 협상력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계약을 선사한다. 비록 구단 입장에서는 이런 보라스가 ‘악당’처럼 느껴지겠지만....

보라스의 고객 중에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빅리거 뿐 아니라 아마추어 야구선수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드래프트 단계에서부터 보라스의 협상 능력을 믿고 거액의 계약금을 꿈꾼다. 실제로 보라스는 많은 A급 신인 선수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안겨준 바 있다. 구단들은 팀의 미래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보라스 사단 선수들에게 거액을 내놓는다. 액수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신인들의 적정 몸값을 권고하는 ‘슬랏머니’도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구단들은 일부러 보라스 사단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뽑지 않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런 구단들에게는 실력을 떠나 몸값을 감당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드래프트 픽의 선정 기준이 되곤 한다. 보통 스몰마켓 연고의 약팀들이 드래프트 상위 픽을 가져가다 보니 보라스 사단 선수들은 실력에 비해 하위 순번에 지명되는 경우가 빈번해 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07년 드래프트에서도 나타났다. 당초 1라운드 전체 2번이 유력했던 보라스 사단인 세턴홀고교의 우완투수 릭 포셀로가 27번에 가서야 디트로이트에 지명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지명 순위와 몸값은 큰 연관이 없었다. 최근 포셀로는 디트로이트와 725만 달러에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역대 고졸 신인 몸값 중 단연 최고. 또한 올해 탬파베이에 전체 1번으로 지명된 뒤 850만 달러에 계약한 좌완투수 데이빗 프라이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 결국 포셀로는 올해 신인 중 실질적인 ‘넘버 2’의 위치를 유지한 셈이다.

물론 포셀로가 이런 거액의 계약금을 챙긴 원인 중 하나는 보라스라는 에이전트의 존재가 큰 힘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100만 달러를 더 받아낸 보라스의 배짱

이번 드래프트에서 2순위 지명권을 가진 캔자스시티 로열스. 포셀로를 지명할 수 있었음에도 “포셀로는 역대 고졸 신인 최고 몸값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보라스의 엄포가 두려워 채스워스 고교의 3루수 마이크 모스타카스를 지명했다.

모스타카스는 캔자스시티 입장에서 투수인 포셀로보다 필요성이 떨어지는 야수였다. 그러나 포셀로의 몸값을 감당하지 못해 계약을 못하느니 차라리 영입이 가능한 선수를 뽑자는 차선책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모스타카스의 에이전트도 보라스였다.

그러나 캔자스시티 구단은 모스타카스를 영입하는 편이 포셀로에 비해 한결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모스타카스는 지난 8월 16일(한국시간)이었던 신인선수 계약 마감시한까지 캔자스시티 구단의 애를 먹였다.

캔자스시티 구단은 300만달러의 몸값을 제시하며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지만 보라스는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며 버텼다.

심지어 보라스는 모스타카스가 계약을 포기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입학할 것이라며 캔자스시티를 압박했다. 결국 캔자스시티는 100만 달러를 더 얹어주며 어렵사리 모스타카스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원하는 액수가 아니면 대학에 보낼 것”이라는 보라스의 협박 아닌 협박이 통한 것이다.

그러나 보라스의 이런 전략이 과연 선수의 미래를 생각한 것일까. 만약 캔자스시티가 끝까지 300만 달러에서 양보하지 않았고 모스타카스가 결국 대학으로 갔다면?

보라스는 모스타카스가 프로와 대학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밝혔지만 계약 후 알려진 사실은 모스타카스는 원래 메이저리그 행을 원했다고 한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보라스가 일종의 언론플레이를 펼친 것이다.

보라스는 모스타카스에게 일단 대학 행을 결정하고 향후 드래프트 재도전을 권유했을 수도 있다. 또한 보라스는 2005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40번으로 밀렸다 2006년 재도전해 전체 1번으로 ‘재수 성공신화’를 쓴 자신의 고객 루크 호체버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모스타카스가 대학을 선택해 향후 드래프트에 다시 나섰을 때 지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 선수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 치명적인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어쩌란 말인가. 호체버의 예를 거론하겠지만 이미 대학물을 먹은 검증된 투수였던 호체버와 이제 고교 야수인 모스타카스의 상황은 여러모로 다르다.

또한 보라스는 모스타카스를 가리켜 “에이로드의 고교시절과 판박이”라고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고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 사실 캔자스시티가 처음 제시했던 300만 달러도 충분히 후한 대우였다. 향후 드래프트에 다시 지명돼 더 많은 계약금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을 뿐 아니라 프로 진출이 그만큼 늦어지면서 장기적으로 발생될 손실액을 감안해 보라. 대학 행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협상에 나선 보라스의 전략은 어쩌면 위험천만한 모험이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보라스의 의도대로 모스타카스는 400만 달러를 받아냈고 대학으로 가지도 않았다. ‘모스타카스가 대학으로 갔더라면?’ 이라는 가정을 이제 이야기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어 버렸다.

과거 스포츠에이전트 이야기를 다룬 영화 <제리 멕과이어>에서 고객인 스포츠선수가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Show me the money”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 고객에게 많은 돈을 쥐어주는 것은 에이전트들의 첫 번째 의무다.

보라스에게 수단과 방법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에이전트의 의무에만 충실할 뿐이다. 그것이 보라스가 최고의 에이전트로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 이 글은 올레(http://www.iole.tv)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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