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의 세계 대전에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치열했던 과거를 축구판에서도 이어가고 있는 잉글랜드와 독일이 30번째 '전쟁'을 벌인다. 2001년 9월 이후로 만날 기회가 없었던 양국은 한국 시간으로 23일 새벽 3시 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6년 여만에 라이벌전을 갖는다.

역대 전적에서는 초창기 성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던 잉글랜드가 14승 4무 11패로 앞서고 있지만 최근 10경기를 따지면 독일이 두 차례의 승부차기 승을 포함해 7승 3패로 우세다. 특히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4강전과 유로 96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잉글랜드를 물리쳤던 기억은 여전히 잉글랜드 팬들에게는 허탈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양국의 치열한 라이벌 의식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2000년대에 벌어졌던 세 경기는 모두 상당한 의미와 화제거리를 양산한 경기였다. 경기 결과에 따라 양국의 희비는 엇갈렸고 심지어는 감독이 사퇴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유로 2000 본선에서는 잉글랜드가 앨런 시어러의 감각적인 헤딩 결승골로 34년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독일을 누르는 쾌거를 만들었다. 이는 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당시 제프 허스트의 논란의 골로 독일을 결승전에서 격파한 이래 월드컵과 유럽 선수권을 통틀어 첫 승리였다. 당시 잉글랜드와 독일은 조 3,4위를 기록하며 나란히 탈락했지만 잉글랜드는 적어도 독일을 꺾었다는 전리품을 안고 귀국할 수 있었고, 반면 에리히 리벡 독일 대표팀 감독은 성적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유로 2000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양국은 다시 2002 한-일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한 조에 속하는 기이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1차전에서는 독일이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라고 불리던 웸블리 스타디움의 마지막 경기에서 1:0으로 승리, 적의 심장에서 웃었다. 유로 2000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고도 살아 남았던 케빈 키건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이 경기 패배 이후 경질되었을 정도로 충격파는 상당했다.

2차전은 잉글랜드의 통쾌한 복수극이었다. 뮌헨에서 벌어진 이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마이클 오웬이 해트-트릭을 작렬하는 맹활약끝에 라이벌에 5:1 승리를 거두고 독일 국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꽃았다. 잉글랜드는 이 경기 승리를 발판으로 결국 2002 한-일 월드컵에 직행했고 반면 독일을 플레이오프를 거쳐 힘겹게 월드컵 무대에 합류해야 했다.

이번 친선 경기는 양국의 부상자 속출로 '반쪽짜리 친선전'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우선 새롭게 개장한 웸블리에서 지난 아픔을 깨끗히 씻어내려는 잉글랜드의 각오는 남다르다. 또한 독일 역시 단순한 전력 다듬기 차원에서 이번 경기를 임하기에는 뮌헨에서의 1:5 패배가 눈 앞에 아른거리고 있다. 여기에 유로 2008 예선이라는 대업을 앞두고 있는 양국이기에 이번 경기는 자존심과 실리라는 두 측면이 적당히 버무러진 중요한 경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잉글랜드, 라이벌 잡고 상승세 이끈다

유로 2008 예선에서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잉글랜드는 라이벌 독일을 잡고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는 심산이다. 4승 2무 1패를 기록, 외관상으로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크로아티아, 이스라엘, 러시아에 밀려 4위에 쳐져있는 잉글랜드는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의 경질설까지 제기되고 있어 이번 친선전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평이다. '철천지 원수' 독일 전에서의 승리는 대표팀과 자국 언론의 분위기를 한꺼번에 바꿔놓을 수 있는 호기인 까닭이다.

다만 부상 선수들이 많다는 점은 맥클라렌 감독의 주름을 깊게 한다. 단순히 이번 경기뿐만 아니라 9월에 재개될 유로 2008 예선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수비진에는 부동의 오른쪽 수비수 게리 네빌(맨 Utd)의 공백이 불가피하며 미드필드의 엔진 스티브 제라드(리버풀)와 오웬 하그리브스, 그리고 간판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이상 맨 Utd)가 이번 경기는 물론 앞으로의 일정에도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맥클라렌으로서는 당장 유로 2008 예선이 급한 만큼 이번 경기를 통해 주전 선수들의 대체 자원을 물색한다는 평이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미카 리처즈가 오른쪽 자원으로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며 마이클 캐릭(맨 Utd)은 프랑크 램파드(첼시)와 함께 중원에서 호흡을 맞출 카드로 지목되고 있다. 루니와 앤디 존슨(에버튼), 대런 벤트(토트넘)이 모두 빠진 공격진에서는 독일전의 영웅 마이클 오웬(뉴캐슬)이 부활의 여부를 타진한다.

다행스럽게도 수비진의 리더인 대표팀 주장 존 테리(첼시)가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어 리오 퍼디난드(맨 Utd)와 중앙 수비진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호재다. 여기에 에슐리 콜(첼시)과 데이빗 베컴(LA 갤럭시)이 부상을 딛고 경기에 가세할 것이 유력시되고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숀-라이트 필립스(첼시), 개럿 배리(아스톤 빌라), 스튜어트 다우닝(미들스브로) 등이 버티는 미드필드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좁지 않은 편이다.

부상에 울상 짓는 독일, 그래도 경기는 해야한다

'뮌헨 참사'의 설욕에 나서는 독일 대표팀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요하킴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속출하는 부상자에 따라 몇 차례나 대체 선수를 선발했으나 그 대체 선수마저 부상으로 대표팀을 이탈하는 사태에 할 말을 잃은 상태다. 유로 2008 예선에서는 체코를 넘어 여유롭게 순항하고 있는 독일 대표팀이지만 속출하는 부상자가 앞으로의 일정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잉글랜드와 별다를 바가 없다.

2006 독일 월드컵 4강 당시의 수비진인 필립 람(바이에른) - 페어 메르테사커(브레멘), 크리스토프 메첼더(레알 마드리드) - 아르네 프리드리히(헤르타 베를린)가 건재한 포백 라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포지션은 부상으로 인해 거의 초토화 상태다. 팀의 주장이자 핵심인 미카엘 발락(첼시)과 살림꾼 토어스텐 프링스, 팀 보로프스키(이상 브레멘)가 한꺼번에 빠져나간 중앙 미드필드 라인은 해답이 없어보인다. 여기에 미로슬라프 클로제, 루카스 포돌스키(이상 바이에른)와 2007 독일 올해의 선수에 빛나는 마리오 고메즈(슈투트가르트)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공격진 역시 뚜렷한 주전 스트라이커 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4강 전력 중 미드필더와 공격진에 남아 있는 선수는 베른트 슈나이더가 유일할 정도로 사실상 차-포를 모두 떼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 독일이다.

그러나 라이벌전에 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처지. 마땅한 교체 선수도 없는 독일 대표팀은 현재 남아 있는 인원을 최대한 활용해 경기에 임한다는 각오다. 발락과 프링스가 빠진 중앙 미드필더 진에는 잉글랜드 경험이 있는 토마스 히츨스페르거(슈투트가르트)와 세밀한 플레이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베테랑' 베른트 슈나이더(레버쿠젠)를 내세운다. 지난 시즌 슈투트가르트의 분데스리가 우승에 지대한 공을 세운 히츨스페르거는 최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슈나이더는 독일 선수 답지 않은 개인기와 정확한 킥력 그리고 걸출한 활동량을 앞세워 공수를 연결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로 손꼽힌다. 수비적인 측면을 강조한다면 공수 양면의 밸런스가 좋은 시몬 롤페스(레버쿠젠)의 선발 출장도 가능하다.

공격진의 경우 대표팀 재승선 이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케빈 쿠라니(샬케)의 중용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스페인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총알탄 사나이’ 다비드 오돈코어(베티스)가 쿠라니의 파트너로 점쳐지고 있다. 파트릭 헬메스(쾰른)와 슈테판 키슬링(레버쿠젠)의 경우 경험이 부족한 선수라 중요한 라이벌전에서의 선발 출장은 어려워 보이나 후반 조커로서 뢰브의 시험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잉글랜드 vs 독일 예상 라인업

잉글랜드 : 폴 로빈슨 – 미카 리처즈, 존 테리, 리오 퍼디난드, 에슐리 콜 – 션 라이트-필립스, 프랑크 램파드, 마이클 캐릭, 스튜어트 다우닝 – 피터 크라우치, 마이클 오웬.

독일 : 옌스 레만 – 아르네 프리드리히, 페어 메르테사커, 크리스토프 메첼더, 필립 람 – 토마스 히츨스페르거, 시몬 롤페스 – 로베르토 힐베르트, 베른트 슈나이더 – 케빈 쿠라니, 다비드 오돈코어

- 사커라인 김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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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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