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바스텐 호의 당초 목표가 유로 2008이었던 만큼 자국에서 갖는 기대도, 그로 인한 부담도 매우 컸던 것이 사실. 그 첫 무대라고 볼 수 있던 아일랜드 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네덜란드에게는 밝은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시대의 재능을 외면하다
아일랜드 전에서 네덜란드는 또 하나의 희망을 발견했다. 오렌지군단의 명품 공격수 계보를 잇는 선수로 평가 받던 클라스-얀 훈텔라르가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당초 훈텔라르의 월드컵 입성은 당연한 듯 보였다. 05/06 시즌 헤렌벤에서 17골을 터뜨리며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인 훈텔라르는 06/07 시즌 시작과 동시에 신들린 듯한 득점 행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아약스로 둥지를 옮긴 후에도 그 기세는 그칠 줄 몰랐고 결국 훈텔라르는 34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의 눈부신 활약에 찬사가 줄을 이었고 많은 이들은 그가 오렌지군단의 주전 공격수 자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 바스텐의 생각은 달랐다. 반 바스텐은 그를 ‘올드 스타일(Old Style)’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대표팀에 부합하지 않은 선수라 평했고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대신 반 바스텐은 대표팀 유일의 제공 장악 능력을 보유한 얀 베네호르 오브 헤셀링크를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의 선택에는 몇 가지 어폐가 숨어 있었다.
첫째, 리그에서의 활약을 중시해 온 자신의 철학에 위배되는 선택이었다. 그 누구보다 폼(Form)을 중시해왔던 반 바스텐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훈텔라르의 발탁은 당연한 것이었으며 반 니스텔로이를 받쳐줄 만한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점에서도 그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둘째, 훈텔라르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만한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반 바스텐은 훈텔라르를 실전에 투입해보지도 않은 채 캠프에서의 훈련 결과만을 토대로 평가했고 결국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실전에 투입할 만한 시간이 허락치 않았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할 것이다.
반 바스텐은 무엇 때문에 그의 대표팀 발탁을 미뤄왔던 것일까. 결국 독일월드컵 이후 첫 평가전에서 훈텔라르는 2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자신을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시킨 반 바스텐 감독의 선택이 틀렸음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루드와 제2의 루드 사이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훈텔라르, 프리미어리그 입성 후 더욱 성장한 딕 카이트, 어느새 오렌지군단의 다이나믹 듀오로 떠오른 아르옌 로벤과 로빈 반 페르시까지. 루드 반 니스텔로이와의 결별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의 공격 라인은 ‘이상무’를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유로 2008 지역 예선에서 보여준 네덜란드의 화력은 실망스럽기만 했고 일부에서는 ‘반 니스텔로이가 필요해’라고 외치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지역 예선에서 한 두 점 차의 아슬아슬한 시소게임을 펼치기 일쑤였고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받던 룩셈부르흐, 알바니아 전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격진들의 난조가 네덜란드에게 힘든 경기를 안겨줬던 것이다. 수비수들의 집중 표적이 된 훈텔라르는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고 카이트는 많은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아르옌 로벤의 개인 전술도 지역 예선 내내 득과 실을 안겨주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그나마 독일월드컵을 통해 주전자리를 꿰찬 반 페르시 만이 4골을 터뜨리며 제 몫을 했을 뿐이었다.
특히 훈텔라르의 부진은 뼈아픈 것이었다. 최전방에서 확실히 매듭을 지어줘야 할 훈텔라르는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수비수들과의 싸움에서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리그에서의 압도적인 모습을 대표팀에서 보여주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그로 인해 공격력에서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던, 절대적 강함을 자랑했던 네덜란드의 명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반 니스텔로이의 복귀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동안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젊은 선수들을 중용해왔던 반 바스텐이 드디어 경험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앞서 대표팀에 복귀한 클라렌세 세도르프의 발탁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며 올 시즌 아약스의 후반기 도약을 이끌었던 에드하르 다비즈의 복귀설도 힘을 받고 있다.
이미 반 바스텐은 몇 차례나 레알마드리드로 건너가 그와 면담을 가졌고 상황은 갈수록 호전되고 있다. 반 니스텔로이 또한 소원했던 반 바스텐과의 사이를 종결짓고 대표팀에 복귀할 뜻을 전한 바 있다. 레알마드리드 이적 후에도 변함없는 득점력을 과시중인 반 니스텔로이의 경험은 오렌지군단과 젊은 공격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는 다시 한 번 오렌지 유니폼을 입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반 바스텐에게 안겨진 또 다른 숙제
반 바스텐의 고민은 비단 공격진의 부진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 더한 골칫거리가 있으니 바로 라파엘 반 데 바르트와 베슬리 슈나이더의 공존이 그 것이다. 아약스 유스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로 유명했던 두 선수는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친 거부할 수 없는 재능들로 장차 네덜란드의 중원을 책임질 인물이라는 점에서 항상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왔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들의 우애와 경기에서의 공존은 반비례하는 듯하다.
그들의 공존이 성립되기 힘든 첫번째 이유는 동일한 포지션이라는 점이다. 물론 플레이상에 있어서는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두 선수지만 기본적으로 공격 성향이 강한 미드필더들이며 이 때문에 두 선수가 동시에 기용될 경우 팀에게 적지 않은 수비적 부담을 안겨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활동 범위도 그들의 공존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두 선수 모두 활동 범위가 좌측과 중앙에 치우쳐 있으며 이로 인해 포지션이 겹치는 등의 충돌은 불 보듯 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 때 반 바스텐 감독은 양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슈나이더를 중앙 미드필더의 오른쪽에 배치하여 두 선수의 공존을 노려보기도 했으나 그 둘의 능력을 100% 모두 살리는 데에는 실패했었다. 확실한 점은 두 선수 모두 수비적 부담을 덜어주고 공격적 재능을 마음껏 살리도록 주문했을 때 비로소 100%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라는 것이다.
물론 두 선수의 공존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일례로 두 선수가 함께 했던 아약스에서는 보란 듯이 공존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공격적 재능을 죽이고 수비 가담을 늘인 반 데 바르트의 희생과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토마시 갈라섹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 이를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필립 코쿠의 은퇴 이후 공석이 된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는 물론이거니와 대표팀의 확고한 No.10으로 자리매김한 반 데 바르트가 과연 다시 희생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마침내 반 바스텐이 해결책을 찾은 것일까? 반 페르시의 장기 부상 이후 공석이 된 오른쪽 윙포워드 자리에 반 데 바르트를 배치하며 그의 공격 본능을 풀어준 것이다. 반 데 바르트를 공격진으로 올려 슈나이더와의 중복을 막겠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였다. 잉글랜드와의 친선전에서 첫 시험을 치른 반 데 바르트는 왼쪽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플레이하며 연일 맹활약을 펼쳤고 5경기에서 5골을 터뜨리며 포지션 체인지가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했다. 수비적 부담을 던 슈나이더 또한 날개를 단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쯤 되면 두 선수의 공존이 드디어 이루어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직 한 가지 숙제가 남았다. 어느덧 에이스로 성장한 반 페르시가 부상에서 돌아왔을 경우 반 데 바르트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전술은 임시방편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두 선수의 공존. 아직 반 바스텐의 숙제는 풀리지 않았다.
경험과 패기의 조화
반 바스텐이 딕 아드보카트에게 지휘봉을 물려받은 지 3년. 아드보카트 호 오렌지군단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젊은 선수들의 재능을 외면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는 것이다. 특히 반 바스텐 호 네덜란드는 ‘산 마르코’ – 반 바스텐과 아이들 – 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재능에 있어서만큼은 유럽의 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미래가 촉망되는 팀이다. 그러나 반 바스텐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 것은 바로 노장 선수들이 가져다주는 경험이었다.
아드보카트가 범한 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젊은 선수들에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베테랑들의 축적된 경험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독일월드컵 이후 은퇴를 선언한 필립 코쿠의 빈자리를 아직까지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루드 반 니스텔로이의 이탈로 생긴 득점력 난조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대표팀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반 바스텐은 독일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네덜란드가 어떻게 강자의 면모를 과시했었는지, 반대로 독일월드컵 본선에서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린다면 이에 대한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 네덜란드 대표팀에는 수많은 재능들이 있다. 허나 이를 이끌어 줄 확실한 리더는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반 바스텐도 이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팀 구성 또한 베테랑의 복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세도로프의 가세가 네덜란드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논거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장들이 속속히 복귀해 패기와 경험이 조화를 이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오렌지군단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보자. 오렌지군단의 성장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이 글은 '풋볼위클리 30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커라인 김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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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재능을 외면하다
아일랜드 전에서 네덜란드는 또 하나의 희망을 발견했다. 오렌지군단의 명품 공격수 계보를 잇는 선수로 평가 받던 클라스-얀 훈텔라르가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당초 훈텔라르의 월드컵 입성은 당연한 듯 보였다. 05/06 시즌 헤렌벤에서 17골을 터뜨리며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인 훈텔라르는 06/07 시즌 시작과 동시에 신들린 듯한 득점 행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아약스로 둥지를 옮긴 후에도 그 기세는 그칠 줄 몰랐고 결국 훈텔라르는 34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의 눈부신 활약에 찬사가 줄을 이었고 많은 이들은 그가 오렌지군단의 주전 공격수 자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 바스텐의 생각은 달랐다. 반 바스텐은 그를 ‘올드 스타일(Old Style)’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대표팀에 부합하지 않은 선수라 평했고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대신 반 바스텐은 대표팀 유일의 제공 장악 능력을 보유한 얀 베네호르 오브 헤셀링크를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의 선택에는 몇 가지 어폐가 숨어 있었다.
첫째, 리그에서의 활약을 중시해 온 자신의 철학에 위배되는 선택이었다. 그 누구보다 폼(Form)을 중시해왔던 반 바스텐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훈텔라르의 발탁은 당연한 것이었으며 반 니스텔로이를 받쳐줄 만한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점에서도 그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둘째, 훈텔라르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만한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반 바스텐은 훈텔라르를 실전에 투입해보지도 않은 채 캠프에서의 훈련 결과만을 토대로 평가했고 결국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실전에 투입할 만한 시간이 허락치 않았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할 것이다.
반 바스텐은 무엇 때문에 그의 대표팀 발탁을 미뤄왔던 것일까. 결국 독일월드컵 이후 첫 평가전에서 훈텔라르는 2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자신을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시킨 반 바스텐 감독의 선택이 틀렸음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루드와 제2의 루드 사이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훈텔라르, 프리미어리그 입성 후 더욱 성장한 딕 카이트, 어느새 오렌지군단의 다이나믹 듀오로 떠오른 아르옌 로벤과 로빈 반 페르시까지. 루드 반 니스텔로이와의 결별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의 공격 라인은 ‘이상무’를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유로 2008 지역 예선에서 보여준 네덜란드의 화력은 실망스럽기만 했고 일부에서는 ‘반 니스텔로이가 필요해’라고 외치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지역 예선에서 한 두 점 차의 아슬아슬한 시소게임을 펼치기 일쑤였고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받던 룩셈부르흐, 알바니아 전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격진들의 난조가 네덜란드에게 힘든 경기를 안겨줬던 것이다. 수비수들의 집중 표적이 된 훈텔라르는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고 카이트는 많은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아르옌 로벤의 개인 전술도 지역 예선 내내 득과 실을 안겨주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그나마 독일월드컵을 통해 주전자리를 꿰찬 반 페르시 만이 4골을 터뜨리며 제 몫을 했을 뿐이었다.
특히 훈텔라르의 부진은 뼈아픈 것이었다. 최전방에서 확실히 매듭을 지어줘야 할 훈텔라르는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수비수들과의 싸움에서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리그에서의 압도적인 모습을 대표팀에서 보여주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그로 인해 공격력에서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던, 절대적 강함을 자랑했던 네덜란드의 명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반 니스텔로이의 복귀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동안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젊은 선수들을 중용해왔던 반 바스텐이 드디어 경험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앞서 대표팀에 복귀한 클라렌세 세도르프의 발탁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며 올 시즌 아약스의 후반기 도약을 이끌었던 에드하르 다비즈의 복귀설도 힘을 받고 있다.
이미 반 바스텐은 몇 차례나 레알마드리드로 건너가 그와 면담을 가졌고 상황은 갈수록 호전되고 있다. 반 니스텔로이 또한 소원했던 반 바스텐과의 사이를 종결짓고 대표팀에 복귀할 뜻을 전한 바 있다. 레알마드리드 이적 후에도 변함없는 득점력을 과시중인 반 니스텔로이의 경험은 오렌지군단과 젊은 공격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는 다시 한 번 오렌지 유니폼을 입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반 바스텐에게 안겨진 또 다른 숙제
반 바스텐의 고민은 비단 공격진의 부진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 더한 골칫거리가 있으니 바로 라파엘 반 데 바르트와 베슬리 슈나이더의 공존이 그 것이다. 아약스 유스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로 유명했던 두 선수는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친 거부할 수 없는 재능들로 장차 네덜란드의 중원을 책임질 인물이라는 점에서 항상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왔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들의 우애와 경기에서의 공존은 반비례하는 듯하다.
그들의 공존이 성립되기 힘든 첫번째 이유는 동일한 포지션이라는 점이다. 물론 플레이상에 있어서는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두 선수지만 기본적으로 공격 성향이 강한 미드필더들이며 이 때문에 두 선수가 동시에 기용될 경우 팀에게 적지 않은 수비적 부담을 안겨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활동 범위도 그들의 공존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두 선수 모두 활동 범위가 좌측과 중앙에 치우쳐 있으며 이로 인해 포지션이 겹치는 등의 충돌은 불 보듯 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 때 반 바스텐 감독은 양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슈나이더를 중앙 미드필더의 오른쪽에 배치하여 두 선수의 공존을 노려보기도 했으나 그 둘의 능력을 100% 모두 살리는 데에는 실패했었다. 확실한 점은 두 선수 모두 수비적 부담을 덜어주고 공격적 재능을 마음껏 살리도록 주문했을 때 비로소 100%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라는 것이다.
물론 두 선수의 공존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일례로 두 선수가 함께 했던 아약스에서는 보란 듯이 공존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공격적 재능을 죽이고 수비 가담을 늘인 반 데 바르트의 희생과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토마시 갈라섹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 이를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필립 코쿠의 은퇴 이후 공석이 된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는 물론이거니와 대표팀의 확고한 No.10으로 자리매김한 반 데 바르트가 과연 다시 희생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마침내 반 바스텐이 해결책을 찾은 것일까? 반 페르시의 장기 부상 이후 공석이 된 오른쪽 윙포워드 자리에 반 데 바르트를 배치하며 그의 공격 본능을 풀어준 것이다. 반 데 바르트를 공격진으로 올려 슈나이더와의 중복을 막겠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였다. 잉글랜드와의 친선전에서 첫 시험을 치른 반 데 바르트는 왼쪽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플레이하며 연일 맹활약을 펼쳤고 5경기에서 5골을 터뜨리며 포지션 체인지가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했다. 수비적 부담을 던 슈나이더 또한 날개를 단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쯤 되면 두 선수의 공존이 드디어 이루어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직 한 가지 숙제가 남았다. 어느덧 에이스로 성장한 반 페르시가 부상에서 돌아왔을 경우 반 데 바르트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전술은 임시방편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두 선수의 공존. 아직 반 바스텐의 숙제는 풀리지 않았다.
경험과 패기의 조화
반 바스텐이 딕 아드보카트에게 지휘봉을 물려받은 지 3년. 아드보카트 호 오렌지군단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젊은 선수들의 재능을 외면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는 것이다. 특히 반 바스텐 호 네덜란드는 ‘산 마르코’ – 반 바스텐과 아이들 – 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재능에 있어서만큼은 유럽의 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미래가 촉망되는 팀이다. 그러나 반 바스텐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 것은 바로 노장 선수들이 가져다주는 경험이었다.
아드보카트가 범한 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젊은 선수들에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베테랑들의 축적된 경험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독일월드컵 이후 은퇴를 선언한 필립 코쿠의 빈자리를 아직까지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루드 반 니스텔로이의 이탈로 생긴 득점력 난조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대표팀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반 바스텐은 독일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네덜란드가 어떻게 강자의 면모를 과시했었는지, 반대로 독일월드컵 본선에서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린다면 이에 대한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 네덜란드 대표팀에는 수많은 재능들이 있다. 허나 이를 이끌어 줄 확실한 리더는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반 바스텐도 이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팀 구성 또한 베테랑의 복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세도로프의 가세가 네덜란드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논거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장들이 속속히 복귀해 패기와 경험이 조화를 이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오렌지군단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보자. 오렌지군단의 성장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이 글은 '풋볼위클리 30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커라인 김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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